술이 터진다

3만원 이하 스파클링 와인을 골랐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소믈리에 팀이 별점을 매겼다.

1. 헨켈 트로켄 ★★★☆☆
독일의 스파클링 와인인 ‘젝트’ 중 가장 알려진 브랜드다. 헹켈 칼을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이 와인을 좋아하는 이도 많다. 한 잔 마시면 사이다 탄산처럼 커다란 기포가 입 안에서 터지고,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우러진다. 화이트 와인 특유의 미네랄 맛과 향이 이 스파클링 와인에서도 도드라진다. 맛이 가볍고 편하지만, 한 병 더 딸까? 하는 매력은 좀 부족하다. 2만원대.

2. 산테로 샤도네이 스푸만테 ★★★☆☆
인터콘티넨탈 호텔 로비 라운지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여름이면 박스째 사다놓고 마시는 마니아들도 많다. 레몬과 살구 향이 은은하다. 특히 다른 스파클링 와인에 비해 기포의 지속력이 좋은데, 샴페인 잔 속의 기포가 별처럼 계속 반짝이는 걸 보는 것도 재미다. 입 속에선 기포의 질감이 잘 다린 천처럼 부드럽다. 달지 않아서 신선한 샐러드와도 잘 어울린다. 2만원대.

3. 도멘 생미셸 브뤼 ★★★★★
볼링 핀처럼 빵빵한 병 모양 때문인지, 엄숙한 라벨 때문인지, 눈으로만 봐서는 이렇게까지 상쾌하고 신선한 맛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복숭아 향과 사과 향이 코를 슬쩍 스치고, 입 안에는 말끔한 청량감이 퍼진다. 이제 막 샴페인 맛을 좋아하게 된 사람이 샴페인 대신 벌컥벌컥 마시기 좋다. 뒷맛의 여운이 좀 짧은 것만 빼면 샴페인에 크게 밀릴 것도 없다. 2만원대.

4. 보이바 블랑 드 보이바 ★★☆☆☆
신맛 없이 단맛만 훅 치고 올라오는 건 저가 스파클링 와인의 전형적인 약점이다. 싼 가격 덕에 와인 숍에서 판매량이 의외로 높은데, 혹시나 하고 샀다가 역시나로 끝날지도 모른다. 맛의 균형이 불안하니, 깊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알코올 도수도 10도로 낮다. 수풀 향과 아카시아 향이 돌지만 지워진 듯 옅다. 마구 흔들어 빵빵 터뜨려 기분내기엔 어울릴 듯하다. 1만원대.

5. 프레시넷 코돈 니그로 ★★★★☆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병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와인은 저가 와인에 대한 뻣뻣한 생각을 통쾌하게 깨부순다. 사과 향과 레몬, 라임 향이 정열적으로 올라오고, 침을 고이게 하는 신맛이 뛰어나다. 한 입 머금으면 기포가 치아 사이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듯 미세하고 부드럽다. ‘크리미’한 맛이 좀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비싼 샴페인도 얼추 부럽지 않을 맛이다. 2만원대.

6. 마주앙 라세느 ★★☆☆☆
만원짜리 한 장으로도 살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 보이바보다 싸지만, 맛과 향은 더 낫다는 면에서 가산점이 붙는다. 힘없는 산도와 다소 흐트러진 맛의 균형은 아쉽지만 사각사각한 과일의 향과 은근한 빵 냄새는 반갑다. 강한 단맛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편하게 놀고 먹는 스탠딩 파티에서 신나게 마시거나 다른 음료랑 섞어서 에이드 칵테일로 내놓기 괜찮다. 1만원대.

7. JP 슈네 드미섹 ★★★☆☆
첫 맛엔 견과류 향과 구운 빵 맛이 살짝 나지만 이내 단맛이 도드라지는 반전이 있다. 그 단맛이 툭 불거져 나온다기보다는 은은하게 퍼지는 편이어서 금세 물리지도 않는다. 과일 향이 거의 없다는 건 단점이다. 잔에 따라두고 천천히 마시면 향이 다 날아가고 단맛만 남는데, 오히려 이런 상태로 디저트와 함께 식후주처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1만원대.

8. 벨스타 프로세코 ★★★★☆
시음 시 프레시넷 코돈 니그로와 점수가 엇비슷하게 나와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던 와인이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프레시넷은 남성적인 와인, 벨스타는 여성적인 와인이랄까? 한 입 마시면 흰 꽃, 서양배, 꿀 향이 우아한 듯 화끈하게 올라오고, 입 속에서 기포가 잘고 섬세하게 터진다. 하지만 단맛이 강하지는 않아서 연거푸 마셔도 질릴 일은 없다. 2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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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