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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낯설지 않아

2012.11.28GQ

이달 가장 유쾌하게 진보한 단 한 대의 차. 12월엔 BMW 3시리즈 투어링이다.

엔진 직렬 4기통 디젤
배기량 1,995cc
변속기 자동 8단
구동방식 후륜구동(FR)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
최고속도 시속 225킬로미터
공인연비 리터당 17.5킬로미터(1등급)
가격 5천70만원, 5천8백50만원(M 스포츠 패키지)

명백하게, 왜건은 유럽 풍경에 어울리는 차였다. 세단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더 많은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는 장르다.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만 생각한다면 굳이 SUV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짐차’라는 오명으로 비약하는 데 어떤 감정적 맥락이 작용하는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채, 한국에서는 홀대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해치백도 다르지 않았다. 세단과 SUV가 아니라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2년의 해치백은 또 다른 시장이다. 폭스바겐 골프를 필두로 이미 자리 잡았고, BMW 1시리즈가 출시됐다. 뭔가 달아오르고 있다. BMW는 한 걸음 더 갔다. 2012년 12월을 마무리하는 모든 조명은, BMW 320d 투어링의 정수리를 비춰야 옳다. 모든 방점과 느낌표가 이 차에 찍힌다.

3시리즈의 장점은 이미 정평이 났다. 대형 세단 위주의 수입차 시장을 준중형 세단으로 끌어내린 주인공이었다. 지난 2월 출시한 6세대 3시리즈는 지난 9월까지 디젤과 가솔린 엔진 모델을 합쳐 5천 대 가까이 팔렸다. 3시리즈 투어링은, 당연하게도 6세대 3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지붕을 길게 늘려 공간을 확보하고, 엉덩이를 가파르게 깎아 해치백으로 다듬은 왜건이다. 몇 가지 우려. ‘실제로 보면 비율이 어색해서 밉지 않을까?’ ‘엉덩이가 비대해 보이는데, 무거워서 주행성능이 떨어지진 않을까?’ 결론부터 고함치듯 쓰건데 불필요한 걱정이다. BMW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다만 새로운 장르를 재치 있고 의뭉스럽게 추가했다. 모든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3시리즈 세단을 왜건으로 다듬었다. 트렁크 공간은 4백95리터에 달한다. 뒷좌석을 접으면 1천5백 리터까지 확장된다. 트렁크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65센티미터다. 누구라도 짐을 들어 올려 싣기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무게는 3시리즈 투어링 쪽이 100킬로그램 무거운데, 달리는 데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 손에 땀이 밸 정도로 몰아세울 수도 있으니까.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라고 접어두기에는 객관적 완성도가 높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하다는 뜻이다. 보닛과 앞코의 긴장감, 자연스러운 각도로 떨어지면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지붕의 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와 그를 둘러싼 모든 비율이 얼음처럼 단호하고 팽팽하다.

M 스포츠 패키지가적용된 상위모델이다. 핸들이새로 디자인 됐고,손으로 쥐는 부분은도톰한 가죽으로둘렀다. iDrive의진행 속도는한층 빨라졌고모니터와 송풍구,오디오 시스템의비율도 흠잡을데가 없다.

BMW가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은 항상 용맹했다. BMW 그란투리스모, X6의 묘한 존재감이 그랬고, 소형 해치백 시장을 한층 첨예하게 만든 1시리즈가 그랬다. 3시리즈 투어링도 같다. 이 넓은 트렁크에 어떤 주말을 채울 수 있을까? 이렇게 호쾌하게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누구와, 어디까지 달리는 게 좋을까? 이런 상상, 이 차의 모든 가치는 결국 소유한 사람의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는 혼자 웃었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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