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남자들 – 유준상

당신이 ‘올해의 남자’라고 말했더니, 대뜸 상을 달라고 했다. 그는 상장보단 트로피를 원했다.

검정색 수트는 엠프리오 아르마니, 흰색 셔츠는 반하트 옴므, 검정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검정색 수트는 엠프리오 아르마니, 흰색 셔츠는 반하트 옴므, 검정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일기장을 잃어버렸다고 들었어요. 찾았어요?
아직 못 찾았어요. 올해 저에 대한 내용이 전부 거기 있는데.

올해를 평생 기억해야 할 텐데요.
그러니까요. 일기랑, 글이랑, 전시할 그림이랑 정말 많은데. 아, 너무 괴로워요.

대단한 해였죠?
다 좋았어요.하지만 지금은 다리를 다쳐서 재활하다 보니까 또 일상으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올해 사랑받은 게 좀 오래가야 될 텐데. 하하.

액땜 한번 제대로 하네요. 최근엔 영화 <터치>가 문제였어요. 영화를 보기 힘들 정도로 상영관이 없네요.
너무 안타깝죠. 결국 상영 접는 걸로 얘기됐어요. 마케팅도 열심히 했는데. 민병훈 감독이 친구라 더 아쉬웠죠. 다음 번엔 작품으로 승부를 내서 제대로 만들자고 했죠.

<넝쿨째 굴러온 당신> 얘긴 지겹죠?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의 유준상이 더 좋았어요. 방귀남은 남자가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예요.
하하. <다른 나라에서>의 평가가 전작에 비해 안 좋았어요. 외국에서는 꽤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언젠가 또 좋은 평가를 받겠죠?

10년 전 <어사 박문수>에 출연했던 게 생각나네요. 평가는 좋았는데, <야인시대> 때문에 시청률이 정말 안 나왔죠?
지금으로 따지면 그렇게 안 나온 것도 아닌데, 그때는 시청률이 아주 중요했어요. 위안이 있다면, 첫 번째 퓨전 사극이었다는 점이에요. 말을 편하게 한 최초의 사극이었죠. 다들 왜 그렇게 하냐고 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게 보편적이죠.

올해는 칭찬으로 가득했어요. 얼마나 갈까 하는 걱정은 없어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이번에 뮤지컬 하는데, 그렇게 공연을 많이 했는데도 또 설레고 떨리고 겁이 나요. 사실은 얼마 전 공연에서 가사를 잊어버려 하늘이 노랗게 보였거든요. 그 이후로 정말 긴장 많이 했어요. 그걸 극복하려니 힘들더라고요. 요즘은 모든 게 그래요. 항상 불안해하고 극복하고. 그런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이제 잃어버릴 게 많아서는 아닐까요?
글쎄요…. 생각해봐야 되겠네. 이번에 일기장 잃어버렸잖아요, 이거 못 찾잖아요, 머릿속에 계속 그 공책에 썼던 글과 그림이 맴돌거든요, 그런데 다시 그려보려고 하면 안 그려져요. 하지만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요. 한 번도 안 그렸던 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그러면서 또 얻는 것이 있고, ‘나 느는 것 같아’ 할 때도 있어요.

그럼 올해를 잊어야 내년에 더 나은 유준상으로….
하하하. 아니죠. 그렇다고 올해를 잊으면 안 되죠. 어떻게 해서든 ‘요거’를 잘 버텨야 한다고요. 요령 피우는 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지금의 좋은 상황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들 상황이 좋다고 말씀하시니 정말 좋긴 한 것 같은데, 저는 또 워낙 오랫동안 이 생활을 해서 이게 또 금방 시들 것도 알고 있어요.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인 거죠. 한편으론 ‘아, 노력 안 하면서 어떻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하고. 하지만 노력 안 하고도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실히 아니까.

가늠이 될까요? 몇 년 더 할 수 있을지.
원래는 한 칠십, 팔십까지 계속하고 싶었는데, 요즘엔 몸이 좀 힘들고 그러니까, 아… 여행을 1년 갔다 와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나이 때문에 두려움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젠 다른 것과의 싸움이 아니라 내 스스로와의 싸움이 너무 커요. 근데 다쳐서 좋은 것도 있어요. 일을 안 하니까.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고. 재정비할 수 있는 거죠, 오늘도 계속 그런 생각만 하다가 하루 다 보냈어요. 나약해지지 말고 열심히 해야지, 할 수 있어, 스스로를 북돋워주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부 다 해낸 해였어요.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요?
요즘은 작곡한 걸 편곡하고 있어요. 그 작업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곡 써놓은 걸 이제 완성시키는 단계예요. 얼마 후에 전시회하는 작품 마무리하고 그랬죠.

노래와 그림이 추가됐네요.
그런 것들은 아픈 상태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집중하고 있죠.

‘종합 예술인’ 같은 말도 괜찮나요?
예전엔 한 우물만 파는 시대였는데, 저는 좀 왜 그래야 하나 싶었어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오래 걸리겠지만 분명 다 도달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그 각각의 우물들이 어느 정도 깊어졌을까요?
하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조금씩 조금씩 결실을 맺는 지점이 생겼어요. 최근엔 기타랑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거든요. 이게 또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재활 치료 갔다가 음악학원 가서 레슨 받고 돌아와요. 레슨 받으면서 물론 다리는 좀 아픈데, 또 새로운 걸 배워야 해요. 올해 마지막까지 지루하지 않으려면.

뜨거움만으로 올해의 남자를 꼽으라면, 유준상밖에 없겠네요.
상 좀 만들어주세요

상이요? 봉황새 그려진 상장 같은 거요? 그냥 한 권으론 만족이 안 되나요?
책에는 이름이 조그맣게 쓰여 있잖아요.

하하. 참….
아이 참, 조그만 트로피 하나 만들어주세요. 애들한테 자랑하게.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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