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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2012.12.31GQ

영하 20도의 대관령, 해발 1,000미터의 진짜 눈보라 속을 묵묵히 달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G350어떤 길 위라도 G클래스 안에 있을 때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확신, 눈 쌓인 산길이나 군데군데 얼어붙은 비탈이라도 우직하게 타넘을 수 있다는 자존. 모든 움직임에 역사와 철학, 기품까지 깃들어 있다는 명백함. 메르세데스 벤츠가 33년동안 이어온 디자인 철학에 최신 기술까지 고루 담은 차가 G클래스다. G350에는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55kg.m을 내는 2,987cc V6 엔진이 들어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75킬로미터,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9.1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7.4킬로미터.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은 묵직하다. 하지만 2.5톤에 달하는 무게, 그런 채 고속도로를 가뿐히 지배할 때의 위용…. 서울과 대관령, 그 사이의 눈 쌓인 고속도로를 왕복하면서도 연료통엔 여유가 있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돌던 산비탈에서도, 존재 자체가 위안이었다. 1억 4천8백만원. BMW 525d xDrive 투어링BMW의 확장세가 공격적이다. 이 공격에는 실체가 있다. 한국시장이 왜건을 천대한다는 편견은 이제 시장에서 사라져야 옳다. 충분히 예쁘고, 거부할 수 없는 활용도까지 갖췄으니까. 공인연비를 제외한 525d xDrive 투어링의 성능제원은 520d와 같다. 1,995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28킬로미터,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7.3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4.7킬로미터다. 항시사륜구동 xDrive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서 네 바퀴에 전달하는 구동력을 알아서 배분한다. 막 뿜은 워셔액도 얼어버리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굉장히 의지가 된다. 5시리즈는 명실상부 2012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그 차의 엉덩이를 조금 더 다듬어서 이런 선, 이 정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항시사륜구동 시스템에 스노 타이어라면, 겁먹을 필요 없다. 2013 혼다 파일럿외모를 두고 왈가왈부가 있다는 걸 안다. 유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다고. 하지만 듬직하고 실용적이며 질리지 않는다. 혼다는 줄기차게 그런 자동차를 만들어왔다. 비싸지 않고, 제 몫을 든든히 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자동차들. 파일럿은 3,471cc 가솔린 엔진을 쓴다. 최고출력 257마력, 최대토크 35.4kg.m, 공인연비는 리터당 8.2킬로미터다. 일곱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네 바퀴를 굴릴 수 있다. 대관령 눈길에서,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얼어 붙은 오프로드 오르막, 해발 1,000미터를 파일럿은 아랑곳 않고 올랐다. 뒷좌석을 모조리 접어 실었던 장비들 대신 가족이 탔더라도 안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직하고 고전적인 대형 SUV다. 4천8백90만원. 2013 아우디 Q5 2.0 TDI 콰트로아우디 Q5의 기계적인 성능과 감성 사이에는 극적인 거리감이 있다. 아우디 콰트로의 명성과 스키점프대를 거꾸로 오르는 기백, 그 와중에 고급스럽고 평안한 실내. SUV라고 다르지 않다. 차체는 높지 않아서 타고 내리기 편하다. 아우디가 실내를 다듬는 감각은 이미 정평이 났다. 1,968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내는 최고출력 177마력과 최대토크 38.8kg.m은 합리적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00킬로미터, 공인연비는 리터당 12.8킬로미터다. 면발광 LED로 멋을 낸 전조등과 후미등이 미래를 향하는 솜씨에도 물이 올랐다. 호기심을 위한 경험이라도, 진득한 소유를 위해서라도. 5천9백만~6천4백10만원. 랭글러 3.6 가솔린 스포츠다른 여느 SUV 혹은 오프로더가 소란한 전자장비로 운전자의 편의를 웅변할 때도 지프는 의연했다. 지프의 방식이 더 재밌으니까, 때론 그쪽이 더 진짜다우니까. 이륜과 사륜, 고속 기어와 저속 기어를 도로 상황에 따라 선택할 땐 어떤 부품이 어떻게 결속하는지를 상상하게 된다. 2도어 랭글러 스포츠 모델에는 3,604cc V6 엔진이 들어 있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는 35.4kg.m, 공인연비는 리터당 7.6킬로미터다. 랭글러에 흔히 들어 있던 2.8리터 디젤 엔진에 비해 부드럽고, 조금 더 넉넉하게 주파한다. 네 바퀴 중 두 바퀴가 눈더미에 묻혀서 헛돌 때도 튀어오르듯 탈출했다. 아무 문제도, 조바심 낼 일도 없었다. 사토우치 아이가 쓴 <모험도감>을 읽으면서 오지 캠핑을 꿈꿨던 그때 그 소년의 모험심이라면. 3천9백50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Arnold Park
    스탭
    어시스턴트/ 목진경, 장승호
    기타
    장소협찬/ 대관령 사파리 목장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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