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진짜 마음 1

<반창꼬>홍보로 충혈된 나날을 보내는 중, 이 인터뷰는 그날의 마지막 스케줄이었다. 그는 소주 한 병을 비웠고, 불쑥 “방황할 때 읽었던 책 얘기해도 될까요?” 물었다.

회색 니트 톱 제이 신, 어깨에 걸친 가죽 재킷은 발맹 by 10 꼬르소 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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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와 머플러는 릭 오웬스, 검정 슬랙스 팬츠는 알렉산더 왕 by 10 꼬르소 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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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작은 고수를 찍어보고 싶었어요.
네,일부러 눈을 작게 뜨고 다닐 때도 있었어요. 어떻게 보일까 해서. 근데 기본적으로 크니까, 금방 커져요 다시.

피곤해서 그런지 지금은 저절로 눈이 작아진 것 같네요. 홍보와 홍보의 나날이죠?
요즘 전쟁이었어요. 하루에 여덟 번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기사들 봤어요. 맥락이 대개 이렇더군요. 고수, 미남이다, 생각이 많아 대답을 느리게 한다, 결혼했다, 결혼 얘기는 안 하려든다, 다시 봐도 미남이다…. 그런 게 요즘의 자신 같나요?
모르겠어요. 남들이 보는 내 모습에 대해 부정은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반대로 내가 알고 있는 걸 남들한테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고요. 그냥 스스로 직접 보고 경험하고 느끼길 바라는 정도예요. 근데 기자님도 제 얘기가 어려우세요?

뭔가 얘기하면, 주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는 쪽인가요?
근데, 결국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겐 별로 상관이 없어요. 듣고자 하면 듣겠죠.

홍보는 영화가 알아서 하라 그러고, 요즘 무슨 생각 하는지, 그런 얘기나 하고 싶네요. 스케줄도 없다니 술 한잔 하면서.
좋아요. 짧고 굵게 소주로 하죠. 그래도 기사는 쓰셔야 하니까, 제가 최대한 노력할게요. 소주 드시죠?

술 얘기하니까 떠오르는데, <반창꼬>에 술 마시고 우는 장면이 있었죠?
영화 찍는 동안, 사별이란 어떤 느낌일까, 어떤 아픔일까, 그걸 참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말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는데 먼저 보내고 남는 건 어떨까, 참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일까요? 강일(극중 고수의 이름)은 영화의 제법 가벼운 흐름과 좀 다르게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고지전> 끝내고, 뭔가 좀 치우친 작품들만 하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해야겠다. 그래서 <반창꼬>를 했는데, 촬영 들어가고 강일이가 불쌍하니까 짐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강일이는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한 십 회차 촬영이 끝나고 제 연기를 봤더니, 강일이가 처한 상황 자체가 너무 크게 보이더라고요. 이게 엄청나게 큰 일이구나, 우는 장면 같은 경우에도 그냥, 그게 그냥, 저는 연기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강일에게서, 그렇게 생각하는 고수가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제가 뭔가 정의 내리는 걸 못해요. 왜냐면 난 아직 ing니까. 분명 내일이면 다를 것이고, 한 달 후면 또 다를 거잖아요. 작품 안에서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고, 현실에서는 감추려고 노력해요. 사람들 말 하나하나에 반박하며 “그건 아니에요”하는 것도 푼수 같잖아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걸요? 대중은 누군가를 볼 때, 어떤 ‘틀’을 만들어요. 그걸 통해서만 보려고 하고요.
고수에게 성공이란 뭐예요? 얼마 전에 누가 묻더라고요. 근데 저는 성공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답을 못했어요. 누구한테나 삶이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잖아요. 마지막에 어떻게 죽느냐,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이 급하지 않아요.

그런 얘기라면, 대중이나 미디어는 아마 ‘난해한 고수’ 같은 틀을 만들어놓을 것 같네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데뷔 초에 질문을 받았는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 색깔로 비유하면? 그러시기에, 저는 색이 없다고 했죠. 그랬다가 (이)병헌이 형한테 혼났어요. “하하, 너 그게 뭐야?” 그러셨어요, 하하.

<반창꼬>는 뭔가 좀 달라지려는 고수의 선택인가요?
네, 뭔가 꾸미지 않고 소리를 한번 내고 싶었어요. 이런 생각이 처음이에요.

그러기에 잘생긴 그 얼굴은 어떤가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잘 생겼다, 멋있다, 그런 말. 제가 한 가지 색을 못 정했다고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뭘 표현할지 저조차도 모르고 있는 거 같아요. 이런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스태프들에게 의지하고, 작품할 때는 그 인물의 보이지 않는 것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요. 아이구, 취한다. 저 한 잔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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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