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마지막 승부

2013.01.09유지성

서장훈은 여전한데 김주성은 주춤하다. 왕년의 영광 대신, 두 빅맨의 지금을 비교했다.

서장훈

경기 방식과 기량 여전히 그를 1대 1로 감당할 국내 선수가 많지 않다. 20~30점을 올릴 체력은 안 될지 몰라도, 중요한 순간 2점이 필요할 때 복잡한 작전 없이 득점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선수다. 반면 수비에서는 그 위상이 다소 떨어졌다. 발이 느려 노골적인 1대 1 공략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전자랜드의 전창진 감독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 공격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시즌 수비자 3초 룰이 폐지돼 체력 부담도 덜었다.

팀 상황과 역할 엄밀히 말해 서장훈은 상대 수비 선수에 따라 출전시간과 역할이 조절될 수 있는‘ 롤플레이어’다. KCC처럼 높이가 낮은 팀과 경기할 때는 34분을 뛰지만, KGC인삼공사처럼 시종 달리는 팀과 경기하면 15분도 못 뛴다. 느리다 보니 수비에서 활용도가 낮고, 경기 속도가 빨라지면 공격에서도 서장훈이 장기를 발휘할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서장훈 혼자 팀을 끌고 나가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서장훈 본인도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구단도 그에게 성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 여전히 팀의 중심인 김주성과의 차이다. 손대범(<점프볼> 편집장)

경기 방식과 기량 속도나 순발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장점이 많다. 서장훈은 나이가 들면서 슛 거리를 늘리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비를 앞에 두고 3점 슛을 쏘는가 하면, 상대 빅맨을 3점 라인 바깥으로 끌고 나오는 특출한 장점까지 생겼다. 근력과 힘도 꾸준히 유지했다. 가드와의 2대 2 플레이로 미스 매치 상황을 만든 후, 엉덩이로 툭툭 밀고들어가 손쉬운 득점을 올린다. 양손을 모두 쓰는 베이비 훅슛, 베이스라인 턴어라운드 점프슛은 알고도 막지 못하는 프로농구 최고의 무기다. 운동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로 승부를 보는 장점이 말년에 빛을 발하고 있다.

팀 상황과 역할 김주성에 비해 서장훈은 코트에서 좀 더 자유롭다. 김주성처럼 여기저기 도움 수비를 갈 일이 없어서다. 전창진 감독은 서장훈에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도움 수비나 기습 더블팀을 주문하지 않는다. 서장훈의 역할은 상대 빅맨의 포스트업을 저지하거나, 2대 2 공격을 방해하는 정도. 공격도 마찬가지다. 서장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현재 KT에서 포스트업이 가능한 선수는 제스퍼 존슨밖에 없다. 지난 시즌의 박상오처럼 내외곽을 넘나들며 수비를 몰고 다닐 만한 포워드도 부족하다. 서장훈의 공격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 시즌 서장훈은 평균 2분당 한 점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효율적인 선수다. 조현일(<루키> 편집장)

김주성

경기 방식과 기량 김주성은 뛰어난 운동능력과 높은 BQ를 바탕으로 경기하는 선수다. 살이 잘 찌지 않아 몸싸움에서 고생해왔지만, 빠른 스피드와 높이, 점프력으로 극복해왔다. 그렇다고 기술이 없는 선수도 아니다. 필요할 때는 포스트업으로 더블팀도 유발하고 패싱 게임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록슛은 물론, 동부의 팀 수비 중심엔 늘 그가 섰다. 하지만 최근 10개월 사이에 김주성이 달라졌다. 쉬운 슛을 놓치고 실책이 늘었다. 궁극적인 이유는 체력이다. 강동희 감독은 여전히 김주성이 35분 이상 뛰길 바라고 있지만 체력 회복이 더디다. 아픈 데도 없는데, 갑작스럽다.

팀 상황과 역할 김주성은 그동안 잘 구축된 수비 시스템, 그리고 골밑을 지키던 장신 외국 선수들 덕을 좀 봤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외국 선수 선발에 실패한데다 새 동료 이승준도 수비를 못하는 선수라 김주성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늘었다. 우리 나이로 어느덧 서른네 살이지만 팀은 올해 특히 김주성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주성도 줄곧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손대범(<점프볼> 편집장)

경기 방식과 기량 빅맨은 나이를 먹을수록 눈에 띄게 느려진다. 20대 시절에야 속공의 선봉에 섰지만, 30대 중반의 김주성은 더 이상 스윙맨들과 견줄 만큼 빠르지 않다. 근력, 체력도 평균 이하라 빅맨들의 단골 무기인 포스트업도 어렵다. 상대팀 스윙맨들이 김주성을 막아도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지 못한다. 물론 서장훈처럼 3점 슛을 던질 수 있지만, 손에서 공을 떠나보내는 동작이 굼뜨고 성공률이 낮다. 김주성은 림을 바라보고 공격하는 페이스업, 컷인 외엔 자신만의 공격 무기가 없다. 기술보다 운동능력으로 상대를 공략해왔던 김주성에게 신체 노화는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팀 상황과 역할 최고의 대인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윤호영, 도움 수비에 능한 황진원이 팀을 떠나면서김주성이 수비해야 할 지역이 크게 넓어졌다. 그동안엔 로드 벤슨, 레지 오코사, 자밀 왓킨스 등 수비 좋고 키도 큰 센터들이 김주성 곁을 지켰다. 올해는 수비력이 형편없는 이승준과 같이 뛴다. 김주성은 공격할 엄두를 못 내며, 소극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상대는 김주성에게 더 이상 도움수비를 들어가지 않는다. 조현일(<루키> 편집장)

    에디터
    유지성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이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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