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서울 VS. 도쿄

2013.02.04GQ

2012년 12월 31일 밤 서울에선 MBC <가요대제전>이, 도쿄에선 NHK <홍백가합전>이 생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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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 홍백가합전 >이 한 시간쯤 먼저 시작됐다. 카메라가 NHK 공개홀 전경을 비추는데, 어쩐지 좀 평범해 보였다. 이내 오늘의 사회자로 일본 최고의 아이돌 아라시가 나왔다. 다섯 멤버가 똑같은 기모노를 입고 서서 정중히 인사를 했다. 순간 스치는 그림. 빅뱅 혹은 샤이니 다섯 멤버가 똑같은 한복을 입고 나란히 서서 사회를 보러 나온 그림. 상상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다르구나. 그날의 첫 번째 인상이었다. < 가요대제전 >도 막이 올랐다‘. 전세계가 K-POP에 사로잡혔다’는 과시형 영상이 현란하게 흘러갔다. 그러고는 곧장 사회자 네 명이 노래부터 불렀다. 룰라의‘날개 잃은 천사’였다. 재미나 보자고 하는 무대. 그러나 뜻만은 거창한 무대. “선배님들이 없었으면 오늘날 K-POP 한류가 없었죠. 그래서 한 겁니다.” 사회자 중 한 명인 이휘재가 말했다.

그날의 또 다른 첫인상. < 홍백가합전 >은 63회를 맞았다. 출연자가 나올 때마다 < 홍백가합전 >에 몇 번째 ‘출장’했는지 자막이 뜬다. 출장하는 자체로 어떤 역사가 된다는 것. 특히 첫 번째와 마지막 무대는 ‘최고’ 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데. 그날의 첫 무대는 하마사키 아유미, 마지막은 스마프였다.

< 가요대제전 >은 ‘몇 회’라고 부르기가 애매하다. 프로그램 이름을 여러 번 바꿨고 형식과 내용도 변화를 거듭했다. 방송3사 공히 시상식을 폐지하면서 쇼는 축제를 표방했다.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이 프로그램 중간에 있는데, 거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장의 보신각 타종 대신, 얼마 전부터 경기도지사의 임진각 타종을 내보낸다. MBC와 NHK를 돌려가며 본다. 잇달아 가수가 나온다. < 홍백가합전 >엔 기상천외한 차림으로 첫 출장한 아이돌 캬리 파뮤파뮤부터 이번이 49번째 출장인 엔카 가수 키타지마 사부로까지, 정말이지‘다 모였나’싶을 만큼 각양각색 가수들이 나온다. 구색을 맞추는 게 아니다. 역사가 달리 역사일까? 거기엔 장르와 세대에 종속되지 않는 고유함과 그에 대한 정중한 인정이 있었다.

< 가요대제전 >에도 한국의 유명한 가수들이 나왔다. 카라, 샤이니, 시스타, 빅뱅, 2NE1, 이하이, 동방신기…. 단연 빛나는 이름이지만 분류하자면 아이돌 일색이었다. 거기엔 ‘인기’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들어 있다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좁은 테두리를 ‘과시’하는 이상한 증거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쇼는 쇼, 즐길 걸 즐기면 그만. 하지만 ‘싸이가 나온다’며 대대적으로 떠벌린 광고는, 미리 편집한 화면이 전부였다. 동시간대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잠시 번갈아본 것 뿐이지만, 거기엔 두 나라의 문화적 이해와 색채와 수준이 여실했다.

이런 비유가 어떨까 싶다. 63년 된 식당을 깨끗이 돌보며 이제껏 고수해온 레시피와 서비스로 오는 손님을 맞는 게 < 홍백가합전 >이라면, < 가요대제전 >은 일단 국수집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거나 아예 새 건물로 이사한 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을 모아놓고 젊은 층을 끌어 모으려 애쓴다. 그런 차이다. 한번 비교해 보자며 봤지만, 실은 모든 부분에 뚜렷한 대조가 있었다.

    에디터
    장우철
    일러스트레이션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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