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오연수 < 2 >

오연수다. 누가 모를까. 다들 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오연수가 있다. 그게 좀 흥미롭다.

부드러운 울 소재의 니트 원피스는 조셉, 굵직한 목걸이는 생 로랑 파리.
부드러운 울 소재의 니트 원피스는 조셉, 굵직한 목걸이는 생 로랑 파리.

오연수는 오연수라는 배우가 마음에 드나요?
전혀! 전혀 마음에 안 들어요.

배우라는 게 좋다면서요.
배우인 건 좋은데, 연기는 흡족하지 않으니까요. 모자라요.

그럼 배우는 무엇으로 남을까요?
모자란 대로, 그냥 저로 남는 거 아닐까요? 시청률이 아무리 높아도 한 달 지나면 다들 까먹어요. 드라마로 남는 건 정말 극소수죠. “드라마 정말 잘 봤어요” 얘기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저는 어디까지나 오연수로 남는 거지, <아들과 딸>의 성자로 남는 건 아니니까요.

아, 귀남이(최수종) 동생 성자 생각나네요. 그래도 영화는 좀 다르겠죠?
<남쪽으로 튀어>는 15년 만에 찍은 영화예요. 김윤석 씨랑 임순례 감독님 조합이라면, 내가 한 발 담가도 굳이 손해날 일 없겠다는 생각, 솔직히 했어요. 너무 오랜만이니까, 뭔가 제가 총대 다 메야 하는 영화는 무리잖아요. 그러긴 싫었어요. 고생은 좀 했지만요.

여름에 찍었죠?
삼복더위에 낙도에서 찍었어요. 정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말해도 몰라요. 열악해도 이렇게 열악할 수 있을까! 가게도 없고, 식당도 없어요. 에어컨이 어딨어요. 그래도 저는 여배우니까 방을 웬만한 걸 줬어요. 동네 사람들 방 중에서요. 다들 쥐랑 지네랑 같이 잤어요. 제 매니저는 외양간에서 잤어요. 하하.

김윤석 옆에 있는 오연수는 어떨까요?
완전 묻힐 수 있죠. 하하, 저는 이 영화를 하면서 연기를 잘해야지, 튀어야지, 그런 생각을 요만큼도 안 해봤어요. 특별히 연기력이라는 게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욕심이라고는 없었어요.

어쩐지 주연일 때도 그랬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주인공 할 때도 좀 그랬어요. 힘을 줘서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이번에 김윤석 씨 보면서. ‘아, 이렇게 하시는구나’ 배울 점이 참 많았어요.

예전보다 성실해진 걸까요?
마음으론 그렇죠. 어렸을 땐 배려라는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배려 말고 질투 같은 건요? 나보다 더 잘나가는 것 같은 여배우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누가 얄밉고 그런 것도 없었어요. 내 일만 하는 거예요. 항상 그런 식이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래요. 쟨 왜 잘나갈까, 이런 게 없어요. 남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어요. 저는 정말 저만 아는 것 같아요.

정말 자기만 아는군요.
하하, 근데 그게 이번 영화에도 비슷한 맥락이 있어요. 내가 싫으면 싫은 거다, 여기를 떠나겠다, 정말 용감하게 사회와 대결하거든요? 어떤 면에서, 보는 사람은 통쾌할 거 같아요.

이 도시가 너무 착하려고만 하는 컴플렉스에 빠진 것 같을 때도 있지요. 지하철 한번 타려면 수많은 ‘착한’ 문구와 마주쳐야 하잖아요. 옆사람과 부딪치면 ‘미안합니다’ 하세요, 이런 것도 있죠.
그래요? 어머, 별게 별게, 왜 지적질이야. 왜 그리 시키는 게 많아요? 김윤석 씨가 맡은 인 물이 바로 그런 거 싫다고 외치는 인물이에요. 전 되게 통쾌할 거 같아요. 어우씨, TV 수신료는 왜 내는 거야? 했던 사람들에게는요. 저도 한번 국민연금관리공단 사람이랑 싸운 적이 있거든요.

욱한 건가요?
그랬죠. 아니, 왜 내야 하는 거냐고. 나는 나중에 연금 안 받겠다고. 국민의 의무래요. 안 내면 어떻게 되냐니까 집에 차압이 들어온대요. 그럼 안 낼 방법은 없냐고. 이민가면 된대요. 저 진짜 심각하게 이민 고민했어요.

저쪽에서, 이쪽이 오연수라는 걸 아는데도 그러는 거예요?
알죠. 저는 그런 거 개의치 않아요. 못됐다고 해야 하나,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하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건 따져야 직성이 풀려요. 처음 배우 할 때 왜 본명을 썼나 싶어요.

하하, 혹시 지어놓은 가명이 있어요?
없어요. 처음부터 가명을 지었더라면 정말 제대로 잘 따지면서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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