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출판의 전기

누구나 책을 만드는 시기를 지나, 제작자는 줄어들고, 전체 규모는 커졌다. 음악 분야에서 페스티벌이 확대되듯 아트 북 페어가 늘었다. 점점 베스트셀러라 칭할 수 있는 목록들이 쌓인다. 한편, 스테디셀러는 줄어든다.



“흔히 독립 출판은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장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그런 인식을 배반하고 있어요.” 지난 2012년 11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한 일본의 독립출판 서점 <Utrecht> 운영진의 말이다.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책의 외형이 점차 견고해지고, 다루는 장르도 예술 분야에서 생활 분야로 옮겨가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식물과 요리 쪽으로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면서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현상이라 우려했다. 국가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일치했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와 함께 독립 출판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영국의 <Antenne Books>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Zine 형태에 대한 소비가 2012년 한 해 동안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진은 산업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아무리 작아도 이 판 또한 하나의 산업이므로, 독립 출판의 규모가 커질수록 진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얇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진을 출판하는 주체와 유통하는 서점은 적은 이윤으로 가속이나 활기를 얻기 어려워졌다. 어떤 사명과 철학으로 수치를 뚫을 수는 있겠지만, 운영난 앞에서 감정적인 투자가 배포 있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당연한 수순으로,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형태는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가격을 올린다. 에디션이 적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수입되었다는 이유로, 작가의 사인이 되어 있다는 이유로, 작품을 소장하는 것과 닮았다는 이유로. 한 번 더 당연한 수순으로, 독자는 이 과정을 반복 체험하면서 조금씩 소비를 줄인다. 기성의 출판물보다 헐겁기에, 확실히 자신을 압도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의, 국가의, 지역의, 세대의, 취향의 불황이 이 구도를 심화시킨다.

태생부터 산업적이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제작자 본인에게는 가장 산업적인 문화의 딜레마다. 일간지나 공중파가 아직도 종종 호기심 풀 듯 “놀이처럼 즐기는 출판의 탄생”, “좋아서 만드는 책” 정도로 조명하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2000년대부터,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천천히, 개인에서 팀으로, 팀에서 출판사로, 12페이지에서 64페이지로, 64페이지에서 208페이지로, 한두 곳의 유통망에서 전국으로, 전국에서 주변 국가로 뻗어나갔다. 누구나 책을 만드는 시기를 지나, 제작자는 줄어들고, 전체 규모는 커졌다. 음악 분야에서 페스티벌이 확대되듯 아트 북 페어가 늘었다. 점점 베스트셀러라 칭할 수 있는 목록들이 쌓인다. 한편, 스테디셀러는 줄어든다. 선구적인 사례도 나타난다. “2013년에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잡지가 창간될 거예요. 이곳의 많은 제작자들이 <Apartamento>의 전철을 따르고 싶다고 말해요. 조금 더 친근한 소재와 차분한 디자인을 내세운 잡지들이 쏟아질 겁니다.” <Antenne Books> 운영진은 말한다. <Apartamento>의 성취와 <Kinfolk>의 상업적인 성공 앞에서 제작자, 유통사, 독자는 조금씩 학습한다. 노선을 흐름에 맞춘다. 대만의 서점 <Shimokitazawa Generations>도 마찬가지로 예상했다. “올해에는, 어쩌면 기이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독립 출판이 추상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실용적인 면모를 보일 겁니다. 라이프스타일, DIY, 요리, 여행 쪽으로요.” 한국, 서교동에 위치한 <유어마인드>의 입장에서 2012년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제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이틀간 3천6백여 명이 방문해 더할 나위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고, 위에서 열거한 국제적인 추세와 다르게 <도미노>, <디어 매거진>, <칼방귀>, <아베크>, <FACE>가 자신만의 결을 놓치지 않으면서, 친절과 불친절의 미묘한 경계를 파고들며 많은 독자를 이끌어냈다. 본래 있던 독자를 설득한 것이 아니라 본래 없던 독자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반면 영국, 일본처럼 그 주체가 예술가/디자이너 개인에서 벗어나 소규모 출판사, 임시적인 팀으로 쏠리는 현상은, 문화 스스로의 ‘다양성’을 앗아가고 있는 듯하다. 의미와 실제 모든 면에서, 점점 값비싸지고 무거워진다. 매체의 순발력을 잃어간다. 모두가 견고함을 지향할 때, 한 개인이 즉각적으로 찌르고 도망치는 방식의 출판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어진다.

최근 <닻프레스>, <그린그림>과 함께 <코우너스>가 중심이 되어, 독자적인 출력과 제본을 제공한다는 점이 그 ‘다양성’의 마지막 활로 같다. 디지털 프린팅과 리소 프린팅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지만, 오히려 한계는 개인이 응용할 수 있는 폭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국의 유통사가 증언하는 전반적인 추세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하는 숙제만이 각각의 제작자에게 남았다. 하지만 증언은 기록된 단서일 뿐이다. 단서를 수식처럼 생각할 땐 하나의 결론뿐이지만, 인식으로 여긴다면 완벽한 반전의 토대가 된다. 가능성은 단서를 인정할 때 생기면서, 뒤집을 때 폭발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산업 군을 이루고 있는 이 판의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전망과 예상을 전복시키는 책이 튀어나오길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