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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다섯 대의 자동차

2013.03.04GQ

지금 가장 궁금한 다섯 대의 자동차를 샅샅이 관찰하고, 대담하게 운전해 봤다.

CITROEN DS5

엔진 1,997cc 직렬 4기통 디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34.6kg.m
공인연비 리터당 14.5킬로미터
0->100km/h 9.8초
가격 4천3백50만~5천1백90만원.

호불호가 갈려 있다는 걸 안다. ‘프랑스 감성’으로 통칭하는 푸조와 시트로엥의 교집합이 한국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는 것도. 하지만 시트로엥 DS5가 좀 다른 자동차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시트로엥의 기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보이는 서울이 어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운전석과 조수석은 차체에 둘러싸여 안긴 듯하다. 모든 양감이 두툼하다. 버튼의 배열은 갑각류의 껍질 같다. 미래적인 세부가 모여 결국은 도전적으로, 아주 새로운 풍경을 빚어낸 차가 시트로엥 DS5다.

TIP! 프리미엄 해치백?
시트로엥은 DS5를 ‘프리미엄 해치백’으로 분류했다. 한 브랜드의 기함이면서 해치백을 택한 유일하고 독특한 지점에 있는 차다. 안팎으로 뜯어봐도 익숙한 요소가 별로 없다. 외롭게 느껴질 만큼 새롭다는 의미다. 거기서 전해지는 감성은 낯설지만 매력이 있다. 바로 여기가 시트로엥 DS5가 노려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과시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온전히 ‘내 것’이었을 때의 자동차. 그 편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만이 시트로엥 DS5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MASERATI GRANTURISMO SPORTS

엔진 4,691cc V8 가솔린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53kg.m
공인연비 리터당 6.3~6.7킬로미터
0->100km/h 4.7~4.8초
가격 2억2천9백만~2억4천3백만원.

지붕에서 바퀴 바로 위까지, 고운 물결 같은 선 세 개가 각각 시작된다. 그러다 리어램프 인근에서 모여, 손으로는 잡을 수 없는 뭔가를 하늘로 퉁겨 올리는 듯 마무리됐다. 앞바퀴 뒤에 뚫린 세 개의 마름모꼴 구멍, 헤드램프 앞에서 ‘씨익’ 웃고 있는 것 같은 통풍구와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담대하게 형상화한 휠의 조화, 문과 앞 유리가 유지하고 있는 균형…. 이 차의 옆모습을 손수 조각한다고 상상해볼까? 미학적으로 곰곰이 뜯어봐도, 어긋남 없이 아름답다. 운전석에선 다른 어떤 차에서도 들을 수 없는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브라스 밴드의 재즈이거나, 키만 한 스피커 바로 앞에서 배와 가슴이 터지도록 뛰면서 듣는 록밴드 공연이거나. ‘블루 소피스티카토’라는 차갑고 세련된 색깔을 하고,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는 이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안락과 공포를 넘나들면서.

TIP! 피닌파리나pininfarina
이탈리아 토리노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 디자인 및 제작 전문 회사다. 1930년 설립 이후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피아트 등 숱한 명작을 남겼다. 설립자는 바티스타 파리나였다. ‘피닌pinin’은 이탈리아어로 ‘작다’는 뜻이다. 키가 작은 바티스타 파리나의 애칭이었다. 하지만 그의 공로를 인정한 이탈리아 대통령령으로, 그는 피닌파리나로 개명했다. 그의 아들 세르지오 피닌파리나 역시 자동차 디자인의 전설이다. 그는 지난 7월 3일 별세했고, 페라리는 그를 기리기 위해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박물관에서 지난 10월 27일부터 1월 7일까지 전시회를 열었다.

PORSCHE 911 CARRERA 4S

엔진 3,800cc 수평대항 6기통 가솔린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44.9kg.m
공인연비 리터당 8.2킬로미터
0->100km/h 4.3~4.5초
가격 1억 5천3백만~1억 8천6백만원.

911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는 확실히 넓어졌다. 얌전하게 몰자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때의 감각은 안락에 가깝다. ‘혹시 이게 봄비일까?’ 서둘러 생각한 2월 어느 날은 이 차 안에 둘이 앉아서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만 달렸다. 그러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았을 땐 물러설 곳 없는 사람처럼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었지만. 911 카레라 4S는 포르쉐 공장에서 일하는 개개인의 기술적 한계와 욕망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어서다. 도로 양옆으로 쌓인 눈이 아직 남아 있는 소월길을 달릴 땐 조심하지 않았다. 새벽이었고, 도로가 얼어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911 카레라 4S는 손과 발에 정확하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운전자의 반응이 좀 늦는 거 아니냐고 질책하는 듯했다. 이 뒷모습에는 새로운 911의 요소와 그들의 고집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더 넓어진 타이어, 네 개의 배기구, 넓은 엉덩이 위에 조붓하게 솟은 운전석과 조수석, ‘우리보다 더 얇게 디자인할 순 없을걸?’ 포르쉐 본사 디자이너가 자신했던 리어램프의 품위, 두 개의 리어램프를 잇는 얇고 빨간 선까지.

TIP! 포르쉐 바이러스
포르쉐 911 카레라 4S는 항상 네 바퀴를 굴리는 고성능 911이라는 뜻이다. PTM이라는 포르쉐 구동력 제어 장치로 네 바퀴를 제어한다. 계기판에서는 구동력이 각각 어느 정도 전달되고 있는지 그래픽으로 알 수 있다. 운전자의 실력을 의심할 순 있어도 911을 의심할 순 없다는 믿음이 이미 지구적으로 팽배한 차. 소리 지르거나,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 속에서 다 내려놓고 웃거나. 포르쉐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게 된다. 이런 반응을 ‘포르쉐 바이러스’라는 말로 통칭한다. 이 역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숙어에 가깝다. 하나의 꿈으로서, 완벽에 가까운 쾌감의 도구로서 포르쉐의 가치를 웅변하는.

MERCEDES BENZ CLS SHOOTING BRAKE

엔진 2,143cc 직렬 4기통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51kg.m
공인연비 리터당 15킬로미터
0->100km/h 7.8초
가격 8천9백만원.

2013년의 자동차 시장은 더 확장될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의 장르가 다양해질 거라는 뜻이다. 왜건 시장도 이미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벤츠가 가세했다는 건 무슨 뜻일까? CLS 슈팅브레이크는 CLS를 기본으로 엉덩이를 늘려 만든 왜건이다. 동시에, ‘왜건=짐차’라는 80년대의 편견을 더 이상 유통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가장 최신 증거이기도 하다. 이 옆모습의 비율에 어색함이란 없다. 원래 있던 디자인의 어디를 늘려 만들었다는 단서도 없다. 오히려 이형의 신선함, 용도의 넉넉함, 낭만의 가능성이 읽힌다. CLS처럼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가 넉넉한 적재 공간까지 갖췄다는 건 주말과 휴가를 설계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제한이 없어진 것과 같다. 왜건은 그런 멋이 있는 차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멀리, 벤츠의 품격을 유지한 채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TIP! CLS VS 슈팅브레이크
CLS는 벤츠의 대형 쿠페다. 3,398cc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7.7kg.m을 낸다. 가격은 1억 3백만원이다. 동력 성능 자체는 슈팅브레이크 쪽이 약간 낮다. 엔진 배기량과 최고출력도 낮다. 하지만 토크가 높아서 치고 나가는 맛이 있고, 공인연비가 높다는 데서 디젤 엔진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CLS는 4도어 쿠페의 시초였다. 슈팅브레이크는 거기서 한 번 더 진화했다. 전장은 1센티미터 길고, 높이는 4센티미터 높다. 뒷좌석을 접으면 1,550리터에 달하는 적재 공간이 생긴다. 성인 네 사람이 편하게 타고, 더 많은 짐을 싣고, 더 나은 연비로, 더 멀리 떠나라는 나긋한 권유다.

AUDI A5 SPORTSBACK

엔진 1,968cc 직렬 4기통 디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8.8kg.m
공인연비 리터당 15킬로미터
0->100km/h 7.9초
가격 5천8백40만~6천2백90만원.

운전 감각만을 고려했을 때, 아우디에는 가장 다양한 취향을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핸들을 돌리는 감각, 마음 단단히 먹고 가속했을 때 느껴지는 통쾌함의 정도, 요철을 넘을 때의 안정적인 느낌까지. 무례할 정도로 광폭하거나,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호화하지도 않다. ‘럭셔리’라는 단어에 중용의 의미를 포함한다면, 그건 아우디를 위한 찬사일 것이다. 컴포트와 다이내믹 모드를 넘나들었을 때의 폭도 넓다.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핸들은 갑자기 무거워진다. 그래야 더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결국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A5 스포츠백의 맥락도 같다. 기본적인 아우디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차별화는 디자인에서 찾아야 옳다. A5 쿠페에 뒷문을 달아놓은 형태다. ‘쿠페를 갖고는 싶지만 가족 때문에…’, ‘뒷좌석에 어른을 모실 일이 있는데 뒷문이 없어서…’ 같은 이유로 세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위해 아우디가 터놓은 합리적인 숨통인 셈이다.

TIP! 아우디 VS. 아우디
아우디 A5 스포츠백은 A5와 A6 사이에 있다. A5 스포츠백은 쿠페이면서 세단의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A5 스포츠백과 엔진이 같은 A6 2.0 TDI 모델의 가격이 A5 다이내믹 모델 가격과 20만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 계약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닐까? 하지만 조언을 구하고, 세세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확장되는 게 자동차 구매 리스트의 특성이다. A5 스포츠백을 계약할 사람이라면, 감각을 믿는 게 어떨까? A5 헤드램프의 단호한 LED처럼. 직관적으로.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어시스턴트/ 이현석, 강승균, 최연국, 장승호,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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