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꼭 쥐고 다시는 놓고 싶지 않은 만년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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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ilver

요즘이야 계약서에 서명할 때만 잠깐 쓰는 비싼 펜이 돼버렸지만, 본래 만년필은 글을 오래 쓰게 하려고 고안되었다. 그러니 오래 쓰고 싶도록 만든 만년필이야말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셈이다. 그래서 제냐는 창립 1백주년 기념 만년필을 OMAS에 의뢰했다. OMAS는 글쓰는즐거움을주기 위한 강건한 펜을 만든다. 사실 짧든 길든, 글자를 적을 때마다 즐겁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가격 미정, 에르메네질도 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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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in

물론 이 만년필이 경이롭거나 찬란해 보이는 건 아니다. 다른 만년필에 비해 날렵한 모양으로 잘 다듬은 정도. 그러나 레진으로 몸체를 덧입히고 지그재그 모양으로 세공 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착 감긴다. 게다가 딱 필요한 부분만 로듐으로 도금해 가볍다.펜촉이왼손잡이에게도 적합하도록 디자인된 점도 마음에 든다. 잘 빠진 낙타색 코트처럼 두고두고 지니고 싶을 것 같다. 48만원, 그라폰 파버 카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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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lastic

가볍다. 플라스틱이니까. 게다가 생김새도 무척 예쁘다. 비싼 게 아니니까, 빌려줄 땐 돌려받지 못할 각오도 해야 한다. 다른 네 개의 만년필이 펜촉에 18K 골드를 사용해 정석을 밟았다면, 이 펜은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그래도 글씨는 제대로 쓰인다. 게다가 카트리지 잉크 교환 방식이어서 참 편하다. 말끔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춰 만년필계의 ‘스마트 버전’이라 칭할 만하다. 4만원대, 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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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Leather

요즘은 좀처럼 찾기 힘든 가죽을 씌운 만년필이다. 가죽은 손때가 묻게 마련이니 만년필을 한동안 새 것처럼 쓰고 싶은 사람에겐 괜한 원망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좀 더 의연한 사람이라면 빈티지 스포츠카 가죽 시트를 보고 만든 이 안락한 만년필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투박한 듯 보이나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을 단단하게 꿴 실은 금속에서 느낄 수 없는 정중한 맛을 주니까. 1백50만원대, 까르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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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Gold 

세상의 모든 악필은 참을 수 있어도 건성으로 휘갈긴 글씨를 보면 분노를 느낀다. 몽블랑 펜을 쥐면 손가락에 작은 긴장이 생긴다. 미세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면 묵직한 힘이 절로 실리고, 허둥지둥 글자를 쓰기보다 마음먹고 글을 쓰게 한다. 무게중심이 익숙해 질 때쯤 저절로 리듬감도 생기며 글자가 끊김 없이 이어진다. 문장을 다듬는 정성이 있다면 이와 같겠지. 1백92만원, 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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