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김민희 <2>

좋아한다 말할 순 있어도 안다는 말은 온당치 않다. 영화, 드라마, 화보에서 김민희를 읽어낼 수 있나? 눈이 설녹은 날, 다섯 시간 동안 그녀와 나눈 것들.

김민희의 말에 음표를 따서 오선지에 그리면노래 한 곡이 완성되지않을까? 그녀가아무렇지도 않게 만든멜로디와 호흡 사이에이렇게 카메라를응시할 때의 정적, 그때터지는 조명. 파란색 트렌치 코트는 아크네 스튜디오 BY 에크루, 구두는 슈콤마보니
김민희의 말에 음표를 따서 오선지에 그리면
노래 한 곡이 완성되지
않을까?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
멜로디와 호흡 사이에
이렇게 카메라를
응시할 때의 정적, 그때
터지는 조명. 파란색 트렌치 코트는 아크네 스튜디오 BY 에크루, 구두는 슈콤마보니

말은 생각보다 엄청 크잖아요? 겁에 질리는 사람도 있는데. 옛날 집에는 말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이미지로서 되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봤을 때는 너무 겁이 났어요. 그랬는데 이번에 승마 선생님께서 “말은 절대 겁을 내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말 앞에 가서 눈을 똑바로 마주쳤어요. 기선제압을 해야 돼요. 그런 다음에야 탈 수 있거든요.

말의 어디가 아름다워요? 얼굴이 다 다르더라고요. 첫날과 둘째 날 나오미라는 말을 항상 “나오미 예쁘다” 하면서 탔어요. 말은 자기를 예뻐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그 말을 알아듣는대요. 그때는 이제 길들이려고 하는 말이었고. 오늘은 진심에서 “예쁘다 레옹, 예쁘다 레옹” 이런 말이 계속 나왔어요. 갈색 말인데 털에도 더 윤기가 있고. 수컷이라 그런지 더 컸고 순했어요. 제 말도 더 잘 들어줬어요. 세우려고 고삐를 움직였을 때도 나오미는 자기 멋대로 약간 방향을 틀고 그랬는데 오늘은 우리가 꽤 호흡이 잘 맞았어요.

김민희한테는 일관되게 유쾌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어떤 집단에 섞여있어도 자연스러워 보이죠.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혼자 고민하긴 하지만 내가 딱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로부터 많은 평가를 받는 직업이니까,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는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나이기도 하지만 다 내 본모습은 아니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보고 느끼고, 평가할 수 있는 자격도 있는 거고. 어떻게든 저는 그걸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도 누군가를 만났을 때 느껴지는 인상이 있고,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평가를 하게 되잖아요? 그렇듯이, 모든 사람이 저를 평가하는 게 다 다를 거라 생각하고 또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면 또 다를 거라 생각해요.

기분이 좋았다가 바닥을 쳤다가, 하루에도 온도가 있죠. 그걸 그냥 두는 편이에요? 아니면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애를 쓰는 편이에요? 어떤 편이지 내가? 조금은 내버려두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렸을 때보다는 잔잔해진 것 같아요. 우울한데 견디는 거 너무 싫어요. 우울한 것도 너무 싫고요.

속절없이 그럴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있죠, 사람이니까. 그럴 땐 좋은 친구들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서 거기에 더 깊이 빠져들지 않고 사람들 만나서 같이 있는 게.

요즘도 기억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메모하고 그래요? 네, 횟수는 적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는 더 많이 적었고요.

시간이 지났다고 기억하고 싶은 게 적어지는 건 아닐 텐데? 어렸을 때는 감정의 굴곡이 심하고 그런 것들을 그냥 제가 즐겼다고 해야 되나? 그러면서 글을 쓰고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아까 우울한 거 싫다고 했잖아요? 그런 감정들이 오는 게 싫은 거예요.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는 게 좋고.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아요.

얼굴이 변하는 것도 느껴요? 조금씩 변하지 않나요? 그건 느낌이죠. 더 좋아요, 저는. 되게 나이 들어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젊을 때는 누구나 아름답잖아요. 젊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 젊다는 것 자체도 너무 아름다운 거잖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그게 고스란히 얼굴에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요.

그럴 때 딱 떠오르는 나이가 있어요? 예를 들면 일흔둘? 예순 정도? 요즘은 50대도 너무 젊고 예뻐요. 외적으로도,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김민희 할머니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그게 너무 궁금하잖아요? 외적으로도, 상황도. 결혼도 해서 자식도 있을 거고. 더 많은 아픔도 느낄 테고 더 많은 행복도 느껴봤을 테고. 더 많이 이렇게 꽉 차겠죠.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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