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채라는 여자애 <1>

보고 있어도 자꾸 더 보고 싶어지는 여자애, 정은채.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세인트 제임스, 흰 바지는 구호플러스, 팔찌는 빈티지 헐리우드.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세인트 제임스, 흰 바지는 구호플러스, 팔찌는 빈티지 헐리우드.

<GQ>와는 2년 만이죠? 좀 변했나요? 여러 작품 하면서 찾은 새로운 감정들? 그런 게 생겼죠. 일을 할 때, 사람을 만날 때, 나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그런 감정을 좀 생각하고 의식하는 편이에요.

재미있다는 말을 자주 해요. 2년 전에도 그랬어요 좀 그런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님은 사람들을 좋게 수식할 때 예쁘다, 귀엽다, 이런 단어들을 쓰시거든요. 본인의 언어로 상대방에게 건네는 가장 큰 찬사예요. 고맙고 사랑한다는 인사요. 저한텐 그게 “재미있다”예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 같아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이런 대사가 있었죠. “내가 너무 드러나잖아요.” 정은채가 드러나는 영화라는 점은 어땠어요? 사실 영화를 찍기 전에는 이런 식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두려울 게 오히려 없었어요. 근데 저는 어떤 면에서 되게 해방감, 카타르시스? 그런 걸 느꼈어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백 프로 실제 제 모습입니다”라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부분에선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가 있고, 하고 싶었던 행동들을 할 수가 있고요. 그래도 시선은 좀 피해갈 수 있잖아요? 이건 영화니까요.

“영화니까요” 하고 말기엔 보는사람으로서 묘한 재미가 있었어요. “나 악마예요”라고 외치기도 했죠. 하하. 그 대사는 제가 주로 쓰는 말은 아니었는데, 그 이후에 그 말이 약간 버릇처럼 입에 붙어버렸어요. 그 이후에 뭐만 하면 “안 착해, 나 악마야” 이랬어요. 근데 그게 묘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늘 본인이 상냥하고 좋은 사람처럼 비취지길 바라잖아요? 근데 한편으론 그런 것들이 좀 짐이 될 수도 있고요. 또 너무나 평범하고 모자란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게 보이도록 연기를 해야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말을 내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면죄부를 얻는 느낌?

정은채가 평범하다고요? 하하하. 네. 전 그냥 펑범한 사람인 것 같아요.

비치타월은 에르메르.
비치타월은 에르메르.

극중 교수 캐릭터의 말대로 “망가뜨릴 수 없는 개성을 가진 사람”에 가깝지 않아요? 아, 그런 부분이 조금씩은 작게나마 모든 사람에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해요. 조금씩 다 다르고, 각자의 색깔이 있고…. 그런데 제가 원래 그렇다기보단 애써 유지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에요? 해원이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대사를 할 때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되게 궁금했고요.

정은채는요? 정은채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하하. 몰라요. 누군가에게는요.

홍상수 감독은 남한산성에서 막걸리 마시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그 장면 저도 되게 좋았어요. 영화 속에서 해원이 내내 술 먹고 싶다, 술 먹고 싶다 하잖아요. 그 대사를 할 때, 너무 답답하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 산신령 같은 사람이 주는 술을 받아 먹잖아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그 술을 받아서, 뭔가 간절히 원했다가 이룬 느낌? 별건 아니고 그냥 그게 술이지만. 그래서 그 느낌이 되게 시원했던 것 같아요. 통쾌한 느낌도 있고, 뻥 뚫리는 느낌?

한 번에 찍었어요? 세 번 찍었어요.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세 번 하니까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이게 시원하게 원샷을 두 번 연속으로 하잖아요. 세 테이크 갔으니까, 여섯 잔 마신 거죠.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다 토했어요.

술을 잘 못 마셔요? 그렇진 않아요. 한번 마시면 많이 마시는 타입이거든요. 안 마시면 아예 안 마시고요. 술주정이 별로 없어요. 조금 빨개지는 정도예요. 요즘엔 영화팀이랑 마시면 신나요. 몇 안 되지만 아주 좋은 사람들. 종합선물 세트처럼.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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