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앉아도 될까요? <2>

2013.04.18GQ

한때 신하균은 꽉 차 보였다. 터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신하균은 어쩐지 빈방 같았다.

남색 재킷은 프라다, 하얀색 셔츠는 권오수클래식,남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남색 재킷은 프라다, 하얀색 셔츠는 권오수클래식,남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스캔들도 없어요.
전 관리하곤 거리가 멀어요. 남들 가는 데 다 가요. 항상 걸어다니고. 최근뿐만 아니라 꽤 오랫동안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죠.

한 10년 전에도요?
그렇죠. 하하.

제 기억엔…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하하.
제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그리고 할 얘기도 없어요. 특별하지가 않으니까. 그리고 생활이 빤해요. 부르지 않으면 제가 먼저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요즘 집에선 커피 갈아서 마셔요. 집에서 할 일이 참 많아요. 책 읽고, 라디오 듣고, 청소도 하고요. 빨래는 안 좋아해서 안 해요. 고양이랑도 놀아야 해요.

여자를 안 만나진 않겠죠?
에이, 그러진 않죠. 항상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어요. 헤어진 후엔 시간이 약이죠. 그 말 틀린 거 없어요. 제가 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연애예요.

한 인터뷰에서 안 놀게 생겼지만 학창 시절에 할 것 다 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우리 때는 놀 게 별로 없었어요. 담배는 피웠지만, 술은 못 마셨어요. 아, 당구는 쳤어요. 그땐 학생이 당구 치는 게 불법이었어요. 아니면 어두침침한 카페 같은 데 모여서 담배 피우는 것 정도죠. 아니면 극장 가거나. 그 당시에 놀 수 있는 건 다 놀아봤죠.

박찬욱 감독은 당신이 변태인데, 변태스럽지 않게 보인다고 했어요. 그와 작업한 연기를 보면 넘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물잔 같아요.
자꾸 그런 역할을 주세요. 저 성적인 변태는 아니에요. 하하. 연기를 할 때의 모습을 보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필이 오면 하는 정도예요. 애드리브도 안 쳐요. 디렉션대로 하고요. 촬영하면서 변태적인 짓을 한 적도 없는데. 하하.

한때는 일상적인 역할을 하는 신하균의 연기가 아쉽다는 평이 있었어요. 그런 역할을 한 영화들이 흥행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면에선 쿨해요. 다음에도 그런 역할을 맡으면 잘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죠. 제가 모자란 점도 분명히 있었겠죠. 술 한잔 하면서 털면 돼요.

최근엔 싱글 몰트를 많이 마신다고 들었어요. 소주는 안 마시는 이유가 있어요?
소주를 담배 끊을 때 같이 끊었어요. 한 8년 됐죠. 저는 정말 헤비 스모커였어요. 항상 도라지만 피웠는데, 하루에 두세 갑은 기본이었고, 술 마시면 담배를 얼마나 피웠는지 세지도 못했어요. 소주와 담배가 일상이었죠. 제가 안주를 잘 안 먹거든요. 담배가 안주예요. 하루 마무리를 깡소주 한 병과 담배 안주로 마무리했죠. 매일 그랬어요. 그러니 몸이 상했죠. 담배를 끊으면서 안 하던 운동도 하게 되고, 과일도 먹게 됐어요. 과일과 채소를 정말 안 먹었거든요. 그리고 다방 커피, 그 커피 믹스도 끊었어요. 연극할 때는 제일 좋은 게 지하철에서 커피 하나 딱 뽑아 마시는 거였어요. 한데 이제 소주를 전혀 못 마시겠어요. 소주 좋아해요?

전 소주가 좋아요.
저도 그랬어요. 연극할 때만 해도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연극은 그래도 잠자는 시간이 있는데 영화는 밤샘 촬영이 많으니까 리듬이 완전히 깨졌죠. 그래서 술 마시고 얘기하면서 스트레스 풀고 술기운에 자는 거죠. 이젠 소주 마시면 너무 힘들어요. 사실 그때 기관지 쪽이 좀 아팠어요. 별 이상은 없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것 끊었죠.

이별할 때 술 많이 안 마셨어요?
연애할 때 많이 마셨어요. 요즘엔 다른 낙이 없어요. 아, 나이가 좀 드니까 여행이 좋아요. 낯선 환경에 놓이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도 일이 제일 좋지만요.

스포츠는 어때요?
전 스포츠 잘 몰라요. 승부 같은 거, 원래 싫어해요.

진다는 게 두려울까요.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잊힌다는 두려움이라면 모를까.

한잔 더 할까요?
레드로 주세요.

    포토그래퍼
    Na Jhin
    스탭
    스타일리스트/신래영, 헤어/ 김영주 BY 아쥬레, 메이크업/ 조아 BY 아쥬레, 어시스턴트/ 이채린,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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