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남자, 에단 호크 <1>

잘나가는 디카프리오를 뒤에서 노려본 적도 있고, 톰 크루즈 표 영화에 대한 반감도 크다. 한때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청년이었고, 우마 서먼과 헤어질 때는 인생이 무너졌다. 에단 호크는 늘 할리우드라는 폭풍 속에 있었지만, 그는 깊은 밤처럼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수트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셔츠는 프라다.
수트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셔츠는 프라다.

에단 호크가 오래된 수트를 입고 뉴욕에 있는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수트 안에는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독일 밴드 ‘토코트로닉’ 멤버들이 이렇게 옷을 입은 적이 있다. 9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에단 호크는 할리우드에서 배우 인생의 절정기를 보냈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시작으로 <청춘스케치>를 거쳐 <비포 선라이즈>에 이르기까지 그는 X세대를 대표하는 소위 ‘포스터 보이’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커트 코베인과 에단 호크를 흉내 냈다. 이후 에단 호크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갔다. 그래서 지금은? 어른이 된 포스터 보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솔직히 코듀로이 수트가 꼭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다.
난 이 수트가 좋다. 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패션에 대해 뭘 좀 아는 것처럼 거짓말을 할까?

고집스러운 말이다.
나도 패션 잡지를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려하고 사치스런 옷을 입고 싶진 않다. 특히 값비싼 시계와 수트를 입고 그런 걸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 하는 걸 혐오한다.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패션 그 자체가 신경에 거슬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옷을 아주 잘 입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패션이라는 게 참 오묘하다.

그래서 결론은 낡은 코듀로이 수트인가?
내가 이렇게 입는 건 전부 다 엄마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옷차림 때문에 날 너무 구박했다. 찢어진 청바지 같은 걸 입고 다니면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멋있다 그럴 줄 아니? 사실은 이렇게 생각할 거야. 도대체 저 아이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걸까?”

어쩌면 그저 다른 스타일도 생각해보라고 충고한 게 아닐까?
아무튼 난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게 싫다. 가끔 아이들이 우스꽝스런 모자를 만들어주는데 그게 말할 수 없이 좋다.

“스타라는 직업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항상 두려워요.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배로서 진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선 다들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스타라는 직업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항상 두려워요.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배로서 진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선 다들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남들의 규칙,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 그렇게 싫나?
늘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한 채로 살았다. 헐리우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열여덟 살 때 <죽은 시인의 사회>를 찍었는데, 이 영화의 의미는 명확하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라. 하지만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리면 안 된다.” 이 영화가 특히 일본에서 성공한 이유도 그걸 거다. 일본 사람들이야말로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장 크게 받지 않나? 하지만 영화의 성공으로 내가 에너지를 받은 건 아니다. 난 오히려 이 영화가 나에게 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무슨 문제가 있었나?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로 유명해지고 싶었다. 내가 아닌 내 모습으로 유명해지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할리우드는 ‘나’라는 인간은 탈의실에 벗어놓으라고 요구했다. 내게 남은 선택권이라곤 톰 크루즈나 브래드 피트 같은 하나의 상표가 되는 것뿐이었다. 물론 모두 아주 훌륭한 배우들이지만, 이젠 하나의 상표 아닌가. 톰 크루즈 표 영화, 브래드 피트 표 영화…. 난 망가진 인간, 외톨이, 괴짜, 미친 인간 같은 유형의 인물들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 나를 지지해준 사람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다.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 말인가? 그는 어땠나?
날 살살 다루지 않은 건 분명하다. 내가 “로버트 레드포드야말로 정말 최고의 감독이야” 라고 말하면 박장대소를 하면서 이렇게 윽박질렀다. “정신 차리고 장 뤽 고다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를 봐!” 리처드는 나를 훈련시킨 사람이다. 이런 말도 해줬다. “네가 쓴 책을 가지고 네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 결국 살아남는 건 네 자신의 예술이니까.”

<청춘스케치>를 통해 90년대 중반엔 스타일 아이콘이 됐다. 그 당시엔 많은 젊은 남자가 당신을 흉내 냈고 여자들도 당신 같은 스타일의 남자를 원했다.
정말 희한하지 않나? 나처럼 턱수염을 기르고 나와 똑같은 바지를 입은 사람이 순식간에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좀 웃겼다. 모두 커트 코베인처럼 입고 다녔다. 그래서 솔직히 더 궁금하다. 올해 5월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하면 사람들은 이제 나를 어떻게 볼까? 링클레이터 감독의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40대가 되어버린 X세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거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