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춤출 때

걸그룹의 콘셉트 싸움이 한바탕 무대를 휩쓸고 나니, 보이그룹의 형형색색 무대가 보인다. 세 명의 전문가가 각자의 시각으로 네 그룹의 무대를 평가했다.



샤이니의 ‘드림걸’
샤이니의 마이크 스탠드의 역할은 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2절의 안무를 보면, 각 멤버의 위치를 고정시킨 가운데 ‘병풍’과 솔로 멤버의 전환을 이뤄내며 사실상 카메라워크로 기능한다. 그러던 중 마이크를 뽑아 들고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절제된 긴장이 흐르던 무대는 급격히 활기를 띤다. 누가 어디서 찍어도 무대의 역동성이 그대로 담기게 해주겠다는 의지일까? 미묘 (음악가, krrr.kr 운영자)
‘셜록’은 샤이니의 아방가르드가 마침내 대중과의 접점에서 형식미의 정점을 빛낸 곡이다. 그래서 ‘드림걸’은 ‘셜록’의 다음이 아니라 샤이니의 새로운 라운드를 알리는 곡이다. 스탠드 마이크를 사용한 안무부터 레퍼런스가 선명한 뮤직비디오까지 ‘드림걸’은 명쾌하게 즐길 수 있는 그림이다. 게다가 래퍼인 민호는 제 몫의 노래를 해내고, 안무 담당이었던 태민은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부른다. 잘하는 것을 더 증명할 필요가 없어진 아이들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법을 안다. 윤희성(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샤이니는 이번 봄/여름 시즌 트렌드인 모즈 룩, 꽃무늬, 네온 색상을 최대치로 섞어 조합하면서도 불협화음을 내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다. 꼼 데 가르송이나 우영미 같은 브랜드의 의상도 무대 위에서 튀지 않고 잘 섞인다. 그간 쌓아온 스타일이 있어 과해 보이지 않고, 멤버 각자의 감각이 있어 스타일이 착 붙는 느낌이다. 박지석(패션 스타일리스트)

틴탑의 ‘긴생머리 그녀’
안무의 포인트는 “랄랄라랄랄라”에서 손등을 흔드는 동작이다. 그런 점에서 후반부에 리듬을 잡아줄 때 안무를 절제하며 변화를 준 것이 적절해 보인다. 포인트 안무 자체도 흐트러지기 쉬운 동작이 많다. 산만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유쾌한 불량아 같은 느낌의 이 곡에는 제격으로 어울린다. 덩어리진 대형 속에서 튀어나오는 멤버들의 풍성한 표정도 떠들썩한 느낌을 더해준다. 미묘
데뷔 시절 틴탑은 앳된 얼굴과 달리 체력으로 승부하는 팀이었다. 아이들은 좀처럼 웃질 않았다. 그러나 ‘긴생머리 그녀’는 이들의 지향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하는 곡이다. 특유의 기합은 여전하지만 손을 흔들어대는 안무나 니엘이 불쑥 치고 들어오는 동선은 한층 장난스럽고 유쾌하다. 표정이 많아진 엘조를 비롯해 멤버들의 캐릭터가 선명해 진 것도 고무적이다. 편안해진 콘셉트와 아이들의 성장이 드디어 적절한 좌표에서 만나기 시작했다. 윤희성
무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콘셉트는 없지만, 각각의 무대마다 독특하고 장난기 넘치는 20대 남자애들의 스타일을 잘 표현했다. 기획사에서 표방한 ‘에브리데이 캣워크’라는 말은 과장된 감이 크지만, 스트리트 캐주얼부터 신선한 수트까지 매번 활기차고 풍성한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여섯 멤버들 스타일링이 서로 잘 어울린다. 박지석



인피니트의 ‘Man In Love’
베이스라인 등 음악의 요소를 안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각 파트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포인트가 안무를 통해 살아난다. ‘칼군무’가 강점인 그룹인데, 일견 대형이 흐트러지는 듯한 순간들을 집어넣어 군무의 임팩트를 더욱 강화하는 점도 재미있다.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후렴부로 돌입하는 부분. 역동적인 신스 연주를 안무로 표현하면서 전원이 무대 앞으로 쏟아져 나온다. 정신 차리고 보니 코앞에, 정해진 안무 따위는 개의치 않는 남자들이 다가와 서 있다. 시원한 곡의 매력을 십분 살려내는 멋진 연출이다. 미묘
인피니트의 성장사는 소년 만화의 서사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남자가 사랑할 때’는 남자로 만개한 듯 연신 감정을 터뜨리는 노래다. 하지만 애달픈 짝사랑을 노래할 때는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던 그룹 특유의 투박하고 순진한 지점들이, 이 노래 안에서는 좀처럼 보너스가 되질 못한다. 게다가 후렴구와 찰떡처럼 맞아 떨어지며 선명하게 기억에 남던 안무마저도 복잡한 동작들로 바뀌어 특별한 방점을 찍어주질 못하고 자꾸만 여백을 드러낸다. 이건 군무로 흥한 그룹에게는 치명적인 경고음이다. 윤희성
샤이니처럼 이번 시즌 트렌드를 충실하게 반영한 의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루어짐이 조금 떨어지고 멤버 하나하나의 의상에서도 스타일링의 묘미를 찾긴 힘들다. 무늬가 많은 셔츠, 메탈 재킷, 네온 셔츠 같은 트렌드 아이템을 입고는 있지만 하의나 액세서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집중이 흐트러지는 면이 있다. 박지석

제아 파이브의 ‘헤어지던 날’
유독 포메이션의 변화가 빈번해서 멤버들이 내내 뛰어다닌다. 그게 곡의 분위기를 살린다. 간혹 멤버들이 댄서보다는 연극무대의 세트처럼 기능하는데, 이야기를 전달하는 곡의 내용과 맞물려 안무와 예능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인상도 준다. 다만 왠지 무대 중앙에 아이유가 서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지우기가 어렵다. 미묘
정예부대를 만들겠다는 야심은 노골적이지만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가능성보다는 위험 요소가 더 드러난 형국이다. 키가 큰 형식과 어깨가 단단한 동준 사이에 왜소한 시완이 들어올 때마다 무대 밖에서 이들이 보여주던 매력은 각자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비슷한 목소리들이 충돌하는 것 역시 서로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케빈의 성장이 장점이지만 제국의 아이들의 ‘후유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노래라는 점에서 그마저도 의미부여를 하기가 어렵다. 윤희성
작정하고 파스텔 톤 니트와 재킷을 맞춰 입었다. 확실한 의도가 보이는 의상이지만 깔끔한 대학 신입생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다. 오히려 작년에 활동했던 ‘피닉스’의 무대 의상에 비하면 완성도와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다. 박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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