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SHOES

맨발로 페니 로퍼를 신는 날, 봄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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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upe 사냥감을 노려보며 풀숲에 몸을 웅크린 암사자가 떠오른다. 균형 잡힌 몸이 바닥에 착 붙어 있는 형상.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스웨이드는 유연하게 발을 감싸고 단단히 꿴 실은 힘줄처럼 신발을 잡아당긴다. 균형이 맞고 뱀프가 적당한 것만 봐도 이탈리아 태생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마이클 바스티안이 내놓은 스웨이드 쇼츠와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뱀프 15.5cm 굽 1.9cm. 1백26만원, 랄프 로렌 블랙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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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UV 굿이어 웰트 공법으로 제대로 만들어 신을수록 안락하다. 게다가 질 좋은 가죽으로 유명한 호윈사의 코도반을 사용해 든든하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유니페어가 한국인의 발을 고려해 발등을 높여 주문한 라스트라서. 짙은 밤색과 포도주색 그 어디쯤에 놓인 묘한 색깔에 눈을 주다 매끈하게 흐르는 태를 보고 나면 짜릿함이 아롱진다. 뱀프의 길이가 짧아 수트보단 가벼운 팬츠에 더 어울린다. 뱀프 13.5cm 굽 2.8cm 1백만원, 알든 by 유니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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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edan 흔히 볼 수 없는 고무 밑창을 썼다. 보이는 멋보다 깊은 맛이 우러날 투박함이랄까. 옆 라인은 뭉툭하고 정중해서 성스러운 기운마저 감돈다. 신는 사람에 따라 종교인으로 보일 수도 있다. 검정 구두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는 점을 감안하면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점 찍어도 괜찮다. 언뜻 보고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동전이 들어갈 자리에 수줍게 가죽을 덧댔다. 광택이 유별나지 않아 오래 두고 신기에 좋다. 뱀프 15.5cm 굽 3.3cm. 67만8천원, 살바토레 페라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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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nvertible 길쭉해서 수려하고 호사스럽다. 정교한 바느질과 밑창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걸 보고 있으면, 웬만해선 마음을 줄 것 같지 않은 숙녀가 떠오른다. 동전을 넣을 수 없게 앞 부분의 가죽은 모양만 냈다. 괜히 동전을 넣으면 추해지는 걸 아니까. 제일 좋은 건 자연스러운 태닝. 일부러 낡은 신발로 꾸민 것이 아니라 보란 듯 멋을 냈다. 나무로 만든 단단한 초현대식 요트가 딱 이럴까? 뱀프 18.5cm 굽 3.9cm. 1백90만원, 톰 포드.

 

스크린샷 2016-07-25 오후 2.28.345  Hatchback 짙은 포도주색이라 자꾸 눈이 간다. 페니 로퍼 하면 으레 따라붙는 게 바스다. 붉은빛이 적당한 광택을 벗삼아 싱그럽고, 디자인은 페니 로퍼의 정공법을 지켜 정직하다. 가격도 괜찮지만 실용적인 면모 또한 매력적이다. 굽은 특별히 고무로 만들었다. 옆모습만 놓고 보면 단단한 돛단배를 보는 듯 옹골차다. 그래도 길들일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린다. 뱀프 14cm 굽 2.6cm. 16만8천원, 바스 by Pb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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