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밤중의 남자, 에단 호크 <2>

2013.05.09GQ

잘나가는 디카프리오를 뒤에서 노려본 적도 있고, 톰 크루즈 표 영화에 대한 반감도 크다. 한때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청년이었고, 우마 서먼과 헤어질 때는 인생이 무너졌다. 에단 호크는 늘 할리우드라는 폭풍 속에 있었지만, 그는 깊은 밤처럼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40대의 어떤 모습?
뭐든지 다 받아들이고 인내하고, 유감스럽지만 뭐 그런 거.

마지막으로 반항을 해본 건 언제였나?
우마 서먼과 이혼했을 때가 마지막이었지만, 사실 그건 나 자신에 대한 반항이었다. 2년 동안 내 인생에 작별을 고하고 추락했다. 집이 홀랑 다 불에 타버린 느낌, 진짜라고 여겼던 것들은 하나도 남지 않은 느낌? 사랑도 더 이상 이십 대의 내가 상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요즘 내가 아는 사람 모두가 비슷한 싸움을 하는 것 같다.

결혼 생활은 고달프다, 뭐 그런 말인가?
물론이다. 낭만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왜 나이 마흔에 낭만을 말하면 비웃는 걸까? 옛사랑을 다시 만났는데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늙었으면, 그럴 땐 어떡하지? 그냥 인생이 그렇게 허무한 거라고 느끼고 마는 건가? <비포 미드나잇>은 그리스에서 찍었다. 그래서 에로스 신에 대한 글을 많이 읽었다. 에로스가 가장 젊은 신인 동시에 가장 나이가 많은 신이란 사실을 혹시 알았나? 에로스 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은 항상 존재한다. 당신의 나이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우리에게 섹스가 정말 중요할까?
절대적이다. 나이를 먹으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이십 대엔 제대로 섹스를 할 줄도 몰랐다. 섹스를 하면 지나칠 정도로 좋았다. 이론상으로는 섹스를 할 수 있는 상대가 항상 있었고. 그만큼 집착하게 될 위험도 컸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자들은 돈에 집착한다.
권력, 건강, 성공에 집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뭔가에 계속 집착하고 있으면 계속 몽롱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 정신이 맑아질 수가 없다.

수트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셔츠는 프라다.

수트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셔츠는 프라다.

그래도 가끔은 돈이나 권력에 신경을 쓰지 않은 걸 후회하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항상 두렵다. 다른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걸 보면 참 놀랍다. 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영화 <타이타닉> 개봉 후, 어떤 바에 레오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날 밤 레오는 인간이 아니었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대상, 유리벽 너머의 신기하고 놀라운 동물 같았다. 바에 있는 모든 여자가 레오와 자려고 덤벼들었고, 그 때문에 모든 남자는 레오를 한 대 패주고 싶어 했다. 사실 나도 <타이타닉>의 주인공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레오가 역할을 따냈다. 하지만 내가 그 배역을 따냈더라도 그런 성공을 감당할 수 없었을 거다.

흠모의 대상이 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만큼 감당하기 힘든 일 아닐까?
물론이다. 결국 나도 할리우드에 항복했다. 안 그랬다면 완전히 사장되어버렸을 거다. 대성공과 대실패, 둘 다 똑같은 무게로 내 인생에 혼돈을 안겨줬다.

말하는 게 꼭 이바노프 같다. 지금 뉴욕에서 출연 중인 연극 <이바노프>의 주인공 말이다.
무대에 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연극이 날 구원했다. 무대 위에선 완전히 미쳐도 괜찮다. 요즘엔 이런 모토로 산다. “집에선 속인으로, 일할 땐 미친 놈으로.” 반대로 살고 싶진 않다.

만약 지금 월스트리트의 누군가를 연기했다면, 당신은 지금 톰 포드 정장을 입고 여기에 앉아 있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매일 입는 옷이 역할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 사실 이건 덴젤 워싱턴한테 배운 방법이다. <트레이닝 데이>를 촬영할 때 덴젤이 항상 페라리를 타고 다녔다. 속으로 ‘페라리를 모는 할리우드 건달이 되고 싶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영화를 찍는 동안만 빌려 타고 다닌 거였다. 자신이 맡은 배역이 허영심이 많아서 그랬다고.

당신의 허영심은 어느 정도인가?
별로 없다. 난 항상 여자들이 허영심을 좀 줄였으면 하고 생각해왔는데, 이젠 남자들이 피부 관리에 대해 토론할 정도로 한술 더 뜬다.

외모에 참 관심이 없다.
오늘 밤에 극장 갈 때도 이 코듀로이 수트를 벗지 않을 거다.

    포토그래퍼
    JEM MITCHELL
    기타
    글/ 앤 필리피(Anne Philip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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