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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애플리케이션의 생태계

2013.05.14유지성

애플리케이션 세계에서만큼은 섹스가 야구만큼 일상적이고, 연예 콘텐츠보다 인기 있는 걸까?

앱스토어에 ‘섹스’를 검색하면 156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 야구는 175개, 연예는 53개가 뜨니 적진 않다. 그렇다면 애플리케이션 세계에서만큼은 섹스가 야구만큼 일상적이고, 연예 콘텐츠보다 인기 있는 걸까? 애플리케이션은 카테고리별로 나눌 수 있다. 검색어로 섹스를 넣었을 때 등장하는 앱은 라이프스타일, 건강 및 피트니스를 필두로 유틸리티, 도서, 소셜 네트워킹, 사진 및 비디오까지 퍼져 있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진정 섹스에 관한 애플리케이션의 수는 많지 않다. 오히려 섹스 관련 앱은 그 자체의 인기보단, 검색어로서의 효용이 더 큰지도 모른다. 블로그에 자극적인 태그를 걸어 방문자수를 높이듯, 섹스와 관계없는 애플리케이션을 섹스란 검색어를 통해 노출시키는 것이다. ‘동안지수 테스트’, ‘허세 테스트’, 각종 카메라, 소셜 네트워크 앱이 과연 섹스와 어떤 상관이 있을는지.

섹스 애플리케이션의 소비 행태 또한 기존과는 좀 다르다. 무료보단 유료 앱이 강세다. 4월 14일 현재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건강 및 피트니스 카테고리에서 유료 앱 인기순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는 33위 <조루 마스터>, 76위 <섹스 퍼스널 트레이너> 등이 따른다. 무료 앱의 경우 76위에 <케켈운동 가이드>가 랭크된 정도다. 라이프스타일 섹션도 비슷하다. <미스터 X의 작업의 바이블>이 3위, <카마수트라>가 8위다. 돈을 내면서까지 섹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자 하는 적극적 사용자가 꽤 존재하는 것이다. 순위권에 든 앱은 대개 지침서 종류다. 한 앱의 설명엔 “대한민국의 유일한 작업의 백과사전으로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만든 살아 있는 보고서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웹에서도 많이 들어본 얘기지만, 어쨌든 잘 팔린다.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은 “지-스팟을 포함한 3대 핵심 포인트를 찾고 자극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터치 기능을 이용해 손가락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여자의 몸과 액정화면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순 없었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영문 잡지 <H&E Naturist>가 유일하게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무료 애플리케이션 순위 1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H&E Naturist>는 섹스와 별 관계가 없다. 심지어 <H&E Naturist>는 섹스란 단어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앱도 아니다. 영단어 ‘Naturist’는 다른 말로 ‘Nudist’다. 번역하면 나체주의자. 즉, <H&E Naturist>는 나체주의자들의 문화, 예술 등을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잡지다. 그렇지만 누드사진이 많다는 이유로 인기를 끈다. 구매 후기엔 “다운받는 김에 사진이나 많으면 좋으련만. 사진 2장에 글 20장씩이네”같은 아쉬움이 눈에 띈다.

<H&E Naturist>의 리뷰엔 “구매목록 삭제해주세요”란 요청이 유독 많다. 호기심에 다운로드를 받긴 했지만 실망했고, 지운 뒤에도 기록을 남기고 싶진 않은 것이다. 이것은 다른 섹스 관련 앱에도 빈번한 댓글이다. 컴퓨터에 받은 섹스 동영상은 숨기면 그만이지만, 휴대전화는 그럴 수가 없다. 항상 들고 다니는데다, 남들이 볼 수도 있다. 구매목록 삭제를 요청할 정도로 부끄러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열의라니. 실제로 섹스 앱의 경우, 앱스토어상과 다운로드 후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인정사정>으로, <조루 마스터>는 <Jo Master>로 바뀐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휴대전화는 섹스를 할 때도 가장 가까이에 지니고 있을 수 있는 물건이다. 지우고 숨기기만 할 게 아니라, 지갑 깊숙한 곳에 콘돔을 넣어놓듯, 섹스할 때 간편하게 애플리케이션을 켜볼 수 있다. 그것이 꼭 구구절절 체위나 기술을 설명하는 애플리케이션일 필요는 없다. 재미난 섹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섹스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Virtual Whip>이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름처럼 가상채찍이다. 살살 흔들면 “찰싹”, 세게 흔들면 “철썩” 소리가 나고, 제대로 흔들지 않으면 소리가 나다 그친다. 귀엽고 기발하다. “구매목록 삭제”를 요청하며 음지에 묵혀둘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유머러스한 남자를 미워하기 어렵듯, 섹스 어플도 마찬가지다. 섹스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선생님만 필요한 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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