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과 DC 우주전쟁

분명한 건 이 같은 쾌활함 내지는 탄력적인 세계관이야말로 마블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상업성이라 폄하하기도 하고 기민한 감각이라 칭송하기도 한다.



전쟁이다. 총알 대신 천문학적인 돈이 오간다는 점이 다를 뿐 그 치열함은 여느 전투 못지않은 별들의 전쟁. 바로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 영화 이야기다.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대결이 갈수록 흥미롭게,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시작은 DC가 앞서나갔다. DC 코믹스는 원래부터 히어로 만화의 전통적인 강자였다. 조금 늦게 창립한 마블은 DC가 구축해놓은 세계관의 틈새를 공략하는 후발주자의 성격이 강했다. 코믹스의 전통적인 팬들 사이에 떠도는 오해 중 하나는 상업성의 마블, 작품성의 DC라는 이미지다.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는 구분이다. 2차 대전과 냉전을 배경으로 태어난 DC의 영웅들은 대부분 흔들리지 않는 정의와 이상을 지향하는 클래식한 영웅들이다. 반면 60년 이후에 태어난 마블의 영웅들은 주로 돌연변이 출신으로 인간적 결함, 개인적 고뇌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한 건 이 같은 쾌활함 내지는 탄력적인 세계관이야말로 마블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상업성이라 폄하하기도 하고 기민한 감각이라 칭송하기도 한다. 어째든 재미있는 건 이러한 특징이 21세기 슈퍼히어로 영화 경쟁에서 마블이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결국 작년까지 벌어졌던 1차전은 관객수에서 마블이 판정승을 거두었다. 20세기까진 두말할 것 없이 DC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1991년 마블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걸 계기로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DC의 슈퍼맨에 대항마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번 불붙기 시작한 두 업체 간의 경쟁은 그 무대를 금방 영화로 옮겨갔지만 DC는 여전히 탄탄했다. 1960년대 후반 워너에 합병된 DC 코믹스는 1989년에는 타임워너의 자회사가 되어 워너의 주축이 된다. 반면 스파이더맨으로 재미를 봤던 마블은 워너와 같은 안정되고 강력한 배후 없이 최종적으로 디즈니의 품에 안착하기 전까지 소니, 폭스, 콜롬비아, 유니버셜 등 다양한 스튜디오와 개별로 제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여기저기에 저작권과 판권을 팔기도 했는데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마블 유니버스의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DC의 영화들은 발 빠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DC의 작품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거장이라 할 만한 감독과 만나면 상상 이상의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과 깊이가 있지만, 프랜차이즈 ‘상품’으로서는 여전히 무거웠고 여기에는 워너의 진지하고 신중한 행보도 한몫했다. 그에 반해 가볍고 장난기 넘치는 마블의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우린 아직 슈퍼히어로 우주의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 앞으로 영화화될 작품이 더 많으니 앞으론 모를 일이지만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