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입는 남자의 매력

닉 우스터, 브루스 패스크 같은 패션 도사들, 조시 하트넷과 애덤 브로디 같은 배우들, 있는 힘껏 멋을 낸 패션 블로거 군단들. 그럴 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만약 그들이 데이트 신청을 해온다면 도도하게 거절할 예정이다.

“아주 그냥 길을 청소하고 다녀라.” 어머니의 전형적인 핀잔이 예상되는 너무 긴 바짓단, 지금 막 헬스장에서 뛰쳐나왔다고 해도 믿을 만한 후디, 1990년대에 구입한 게 분명한 주황색 티셔츠, 엘튼 존을 떠올리게 하는 보라색 선글라스, 형편 없는 운동화, 거기에 히피 스타일 팔찌와 돈 콜레오네 스타일 반지까지. <아이먼맨 3> 홍보차 내한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옷차림이다. 한마디로 그냥 최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끌리는 이 느낌은…. 그가 아이언맨으로 변신하는 걸 볼 때 느꼈던 짜릿한 쾌감을 그 ‘거지 같은’ 패션에서 느꼈다. 수많은 사람이 공항에 운집해 있거나 말거나 나 편한 대로 입겠다는 어떤 호연지기랄까? 아니면 복숭아뼈가 살짝 드러나도록 완벽하게 계산된 롤업한 바지를 입은 남자를 보고 “제발 옷 좀 대충 대충 입으라고!” 항의하고 싶었던 충동의 반작용일까?

이 시대의 옷 잘 입는 남자들이란 우리를 질식시키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틀림없다. 닉 우스터, 브루스 패스크 같은 패션 에디터들, 패션 잡지에서 ‘이 남자처럼 입으라’고 말할 때 필요한 조시 하트넷과 애덤 브로디 같은 배우들, 그리고 있는 힘껏 멋을 내고 패션쇼 장 근처를 배회하는 패션 블로거 군단들. 그들 앞에 제대로 다리지 않은 셔츠라도 입고 나타났다간 엄청난 눈 흘김과 맞서야 할 것 같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만약 그들이 데이트 신청을 해온다면 도도하게 거절할 예정이다. 그러곤 홀마트 같은 데서 1+1 바지를 사는 게 분명한 맷 데이먼처럼 지독히도 옷을 못 입는 남자의 연락을 기다려보겠다. 신어도 너무 많이 신은 어그 부츠 하나로 모두를 질색하게 만든 패션 테러리스트 릴리 알렌은 일찍이(내 마음을 대변해) 이렇게 말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상상력이 부족해 보이지 않나요?”

무두질이나 대패질 혹은 도끼질 같은, 내가 절대로 못할 것 같은 일을 해야 할 남자가 양말 하나를 고르는 데 10분을 쓰고, 밤새 이베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메롤라 빈티지 넥타이를 찾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제발 그 이상한 바지 좀 버려”라고 참견할 일이 없어진 여자들의 허전함이라니. 이렇게 입어라 저렇게 입어라 수많은 친절한 정보들이 정작 순수하고 ‘멍청한’ 일에 힘을 쏟아야 할 남자들의 건강한 에너지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함께.

남성성에 대한 이토록 순진한 로망은 남녀 평등 시대의 모순적인 보수성일 수도, 패션지 에디터의 한심한 이중 잣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 캐슬리 헤이포드가 스포츠 샌들에 흰색 양말을 신는 관광객 패션에 대한 애호를 조심스럽게 고백하고, 스타일리스트 알리스터 맥키가 지탄받아 마땅할 부츠컷 청바지를 화보에서 ‘쿨하게’ 보여줄 때, 아직도 빈틈 많은 남자들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구린’ 아저씨 점퍼가 어쩐지 섹시한 것처럼 말이다. 꼭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옷 잘 입는다는 소리라면 둘째가라면 서럽게 들었을 마크 론슨도 걱정스레 이렇게 말했다. “전, 밖에 나가기 전 거울 앞에서 1시간이나 있는 남자는 아니에요. 그루밍 같은 것도 모르고요.” 이런 말이야말로 순진한 여자를 한 번 더 속이는 남자들의 속임수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