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동차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

“아름다운 차가 많이 팔릴까, 많이 팔리는 차가 아름다운 걸까?”

서울 모터쇼에 출품된 콘셉트카 렉서스 LF-LC의 디자인에는 과한 구석이 있었다. 밑으로 가늘게 늘어진 헤드램프의 세부는 피에로의 눈물 같았다. 두 개의 화살촉은 사나워 보였다. 하지만 주목만은 확실하게 끌었다. 안정적인 스포츠 쿠페 본연의 고급함을 지키면서 스핀들 그릴의 존재감도 과시했다. 최근 공개된 2014 지프 체로키는 더 사납다. 눈은 작고 얇은 채 좌우 끝에서 공격적이다. 일곱 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지프 본래의 것이나, 얼굴은 달군 철가면을 쓴 프랑스 죄수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반응은 갈렸다. 멋지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역시 주목을 끌었으니 일단의 성공일까? 평가는 전문가 혹은 평론가의 몫이 아닌지도 모른다. 판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에 YF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흐르는 듯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알쏭달쏭했다. 평론가들은 과하다고 지적했지만 시장은 긍정적이었다.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디자인도 눈에 익었다. 뒷모습은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여기서 질문. “아름다운 차가 많이 팔릴까, 많이 팔리는 차가 아름다운 걸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경섭은 이렇게 말한다. “예쁘냐 아니냐는 주관적인 거죠. 평론가, 전문가는 말을 위해 존재합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평가할 때는 그렇게 안 해요. 직관적으로 그저 느끼는 거죠. 어쩌면 아름다움 자체가 전문가만의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약간의 호들갑이 있는 거죠.”

한편,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디자인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가 지난 34년 동안 감당한 변화는 다만 ‘현대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을 적용하고,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외관에 있는 몇 개의 선을 다듬는 정도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도 40여 년 동안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고수했다. 포르쉐 911은 올해로 데뷔 50년째다. 기술의 진보는 과연 독보적이다. 하지만 동그란 두 개의 헤드램프를 비롯한 디자인 요소들을 고집스럽게 유지한다. 폭스바겐 골프의 기본적인 형태도 변하지 않는다. BMW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키드니 그릴이라 통칭한다. 아우디에는 싱글 프레임이 있다. 하나의 디자인 언어가 이미 완성된 매력이라서, 굳이 변화를 택할 필요가 없는 회사들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 언어를 갖고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행운입니다. 이들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하는 건 그들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머지 차들이 재미없어서이기도 해요.” 월간 <톱기어 코리아> 김우성 주간의 말이다. 요즘 모터쇼에 출품되는 몇몇 콘셉트카는 당장이라도 양산이 가능한 상태다. 예산 절감의 효과는 있지만 디자이너의 낭만과 패기는 사라졌다. 김우성 주간은 시장 논리에서 원인을 찾았다. “일본차와 독일차가 시장을 놓고 싸우기 시작하면서 콘셉트카는 그야말로 예산 낭비가 돼버렸어요.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자극적인 디자인 요소를 채용하기도 합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노출이 과한 것과 같은 이치예요. 그 와중에 아름다움을 논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아요.”

조용필은 조용필, 송창식은 송창식인 시장도, 어떻게든 눈길을 끌어야 살아남는 시장도 있는 법이지만…. 아름다움은 낭만을 간직한 디자이너와 향수를 못 버리는 전문가의 고집 센 언어일 뿐일까? 60년대야말로 자동차 디자인의 황금기였다. 아름다움 자체가 목표였다. 누구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자동차를 탓하지 않던 때, 그때 호쾌했던 디자인의 자동차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희박해졌다. 요즘은 다양한 제약이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규제한다. 안전, 공기역학,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전기나 수소 연료 자동차로 이동하는 과정의 혼란도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니까, 지금은 디자인의 혁명이 아니라 기술의 혁명을 기다리는 시기다. “상상력과 재치, 아름다움이 폭발했던 디자인의 여명기가 있었죠. 지금은 정체기인 것 같아요.” 김우성 주간의 말이다.

다시 한 번 질문. “아름다운 차가 많이 팔릴까, 많이 팔리는 차가 아름다운 걸까?” 자동차를 한 대 개발하는 데 적어도 3년, 2천5백~3천 억 정도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패배한 회사는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2013년의 대답은 시장 논리 안에 있다. 많이 팔려야 살아남는다. 살아남는 차가 설득력을 얻는다. 많이 팔리는 차가 아름다운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결과는 시장만 안다. 따라서 안정된 시장과 전통을 확보한 회사가 아니라면, 미래는 더 이상 창조의 대상이 아닌지도 모른다. 불안의 증거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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