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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레인지로버

2013.05.22GQ

레인지로버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와 데이비드 새딩턴과 나눈 비밀스런 이야기.

내가 그린 레인지로버

당신은 은둔자 같았다. 구글에도 당신 자료는 없었다. 이안 칼럼은 세계적인 스타다. 당신은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나? 하하, 디자인 업계에서는 나도 꽤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랜드로버 디자인 디렉터 제리 맥거번과 일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로 한다.

4세대 레인지로버가 진화하는 방식, 그 모범적인 진화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레인지로버만의 고급함을 인지하는 거다. 우리 고객들은 비행기 1등석,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 등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서비스에 둘러싸인 사람들이다. 레인지로버는 그 일부다. 레인지로버가 최고의 오프로더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 고객들이 매일 오프로드를 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DNA 자체가 그들에게 고급한 감성을 선사한다.

디자이너로서 레인지로버를 확 바꿔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 없나? 좋은 질문이다.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스케치부터 양산까지 3년 반 정도가 걸린다. 디자인은 첫 2년에 끝난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생각한다. ‘저 선을 이렇게 옮겨야 했어’ 그런 생각, 수많은 가정. 하지만 고객들과 약속한 날짜도 존중해야 한다. 충동은 항상 있지만 그 균형을 맞추는 게 매우 어렵다. 그 접점을 찾으려고 고객들과 많이 대화한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대해 말하면, 고객들은 긴장하고 걱정한다. 아무것도 바꾸지 말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더 좋은 차를 만들어달라고도. 그들은 레인지로버와 사랑에 빠져있다. 그들은 차체 크기를 유지하면서 더 넓은 공간과 더 나은 연비를 원했다. 그래서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했다. 가볍고, 강하고, 더 안전하다. 그게 우리 방식이다. 레인지로버는 그 자체로 디자인 아이콘이니까 우리도, 고객들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고급함의 정의는 뭔가? 고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 차에 타서 문을 닫는 순간부터의 고요함,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것, 그 단순함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레인지로버 자체가 조용하니까, 오디오 볼륨도 높일 필요가 없다.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정말 경이롭다. 작은 볼륨으로도 완벽하게 조화로운 소리를 구현한다.

자동차를 그리는 게 아직도 행복한가? 물론. 나는 말을 하기 전부터 자동차를 그렸다. 아직 스케치북에 펜으로 그린다. 그렇게 스케치할 때 아이디어가 흐르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혈관에 가솔린이 흐르는 것 같다. 아, 요즘은 디젤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의 드림카는 뭔가? 최근에 레인지로버 치프 엔지니어가 1974년에 나온 2도어 레인지로버 횐색을 샀다. 정말 질투 난다. 1세대 레인지로버는 정말 특별하다. 디자인의 영원한 고전이다. 두 대 더 말해도 되나? 첫 번째 차는 오래된 사브96이었다. 깔끔하고 순수한 디자인 때문에 그 차를 세 번이나 샀는데, 다시 갖고 싶다. 지금도 흥미롭다. 그리고 슈퍼카를 가질 수 있다면 페라리 250을 갖고 싶다. 피닌파리나 디자인, V12 기통 엔진…. 당연히 빨간색으로. 생각만 해도 떨린다.

    에디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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