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나는 지금인 것 같아요, 김성령 <1>

2013.06.04GQ

김성령은 지금이 가장 예쁘다. 아무 것도 감추지 않아서..

검정색 셔츠는 하우앤왓, 재킷과 바지는 아이잗 컬렉션.

검정색 셔츠는 하우앤왓, 재킷과 바지는 아이잗 컬렉션.

 

"전 진짜 섹시하지않아요. 사실 좀불편해요. 아, 섹시는잘 모르겠어요."검정색 재킷은 알렉산더 맥퀸, 가죽 치마는 유돈초이, 모자는 캉콜, 목과 손목을 잇는 장신구는 하우앤왓, 반지는 디디에 두보, 뷔스티에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전 진짜 섹시하지
않아요. 사실 좀
불편해요. 아, 섹시는
잘 모르겠어요.”

검정색 재킷은 알렉산더 맥퀸, 가죽 치마는 유돈초이, 모자는 캉콜, 목과 손목을 잇는 장신구는 하우앤왓, 반지는 디디에 두보, 뷔스티에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최근 김성령을 다룬 기사는 모두 같은 말로 시작해요. 아름다움, 패션, 럭셔리. 하지만 드라마 <추적자>와 <야왕>의 두 캐릭터를 관통하는 단어는 ‘결핍’이에요. 다 가진 것 같지만 사실 무너진 성 같은, 텅 빈 여자였죠. 그 말이 맞아요. 사실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되게 공감하고 좋아했어요. 만약 그 부분이 없었으면 미움 받았을 거야.

한편 <힐링캠프>에선 제대로 사랑받는 여자처럼 보였어요. 충만해서, 아무것도 꾸밀 필요없는 여자. 하하. 그건 편안함이었어요. 예능에 막 나가는 편이 아니고 말을 유창하게 꾸밀 줄도 몰라서 굉장히 많이 긴장했는데 솔직함, 그게 먹혔던 것 같아요. <힐링캠프> 이후로 예능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재미있어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좀 꾸며서 얘기하는 그런 건 불편하니까.

섹시하다는 말에 불만은 없어요? 섹시와 관능은 구분돼야 할 텐데요. 그래서 제가 관능이라는 거죠? 하하, 맞아요. 사실 좀 불편해요. 전 진짜 섹시하지 않아요. 아마 나이 때문에 저한테서 관능을 연상하신 것 같아요. 나이에서 나오는 그런 농염함. 이미 40대가 됐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나올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몸에 자신감, 애정, 애증을 가질 수 있잖아요? 20대에 내 몸을 봤을 때와 오늘 아침 내 몸을 봤을 때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요? 젊었을 땐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 훨씬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노력하죠. 자신한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막 자학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성격이 긍정적인 것 같아요” 하면 “에이. 저 되게 부정적인데” 라고 할 정도로. 하지만 적당한 자학과 채찍질이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그 말은 지금 몸이 마음에 든다는 거죠? 아니요, 아니요. 지금 제가 뭐, 사실 제 나이에… 좋죠. 하하. 나쁘진 않은데, 살이 흐트러지거나 하면 ‘이것도 내 나이에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다’ 생각하지 않고, ‘더 탄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생각하는 거죠. 사우나에서 어른들 보면서 ‘저 모습도 아름답구나’ 생각하지만 나는 직업이 배우기 때문에….

옛날 사진과 지금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지금이 더 예뻐요. “40대인데도 예쁘다”가 아니라 냉정하게 지금이. 제가 봐도 그래요. 가끔 옛날 사진 찾아봐요. 몸은 젊었을 때가 훨씬 탄력 있고 예뻤죠. 하지만 지금 되게 좋아요. 연기도 편해졌고, 젊었을 때는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도 불편하고 힘들었어요. 마음에 여유도 없고. 누가 “김성령 씨 아니세요?” 그러면 “아닌데요” 그랬어요. ‘당신은 나 알지만 나는 당신 모르거든. 그러니까 아는 척하지 말라고.’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간섭받는 게 되게 싫었어요. 요즘은 지나가는 애 보면 예뻐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한테 말도 붙이고.

역시 나이에서 오늘 걸까요? 지금 김성령을 보면서 ‘아름답다, 좋아 보인다’라는 느낌이 바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해요. 20대에 그런 노련함이 있었다면, 그때 조금 더 마음을 열었다면 인간관계든 일이든 벽을 좀 허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려고 노력했던 부분을 요즘 많이들 봐주시니까 좋아요.

하지만 주변엔 항상 누군가 있고, 집에는 가족이 있죠. 심지어 아무도 없는 것 같아도 대중이 있고. 혼자만의 그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그래서 한 4년 전쯤 제가 혼자 뉴욕에 간 적이 있어요. 한 3주?

혼자서요? 답답해서? 집에 가면 애들이 있고, 뭔가 답답한 게 있고. 재충전도 해야 될 것 같았어요. 혼자 여행 간 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요. 겁이 나서 아는 언니네 집에 보름 있었는데 이건 혼자가 아니더라고요, 하하. 그 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밥 사주고, 좋은 데 데려가고 하니까 내가 생각했던 혼자만의 시간과는 좀 안 맞아서 민박했어요. 아침에 혼자 눈뜨고 공원도 걸어보고 그랬죠. 그런 시간을 갖긴 했는데 깨달은 게 있어요. 여행이라는 게 어느 날 뚝딱 혼자 간다고 되는 건 아니구나….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목나정
    스탭
    스타일리스트 / 마연희, 헤어 / 지선(보보리스), 메이크업 / 이경은(브랜드 M), 어시스턴트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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