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냐 참다랑어냐

짙어지는 녹음만큼 식욕은 왕성해지고, 식비는 폭발한다. 유독 기름진 살 맛이 당기는 순간, 장어를 먹을 것인가 참다랑어를 먹을 것인가.

<참다랑어>

1 이름 흔히 참치라고 부르지만 실은 참다랑어다. 가쓰오부시나 참치 캔은 가다랑어, 서양의 참치 캔은 눈다랑어로 만든다. 무제한 ‘참치집’에서 나오는 연하고 미끈미끈한 것은 황다랑어나 눈다랑어일 확률이 높다. 참다랑어를 모시듯 즐기는 일본에선 ‘한 마리, 한 토막, 한 덩어리, 한 장’ 등으로 크기에 따라 세는 말이 세분화돼 있다. 참다랑어 유라는 한자는 원래 중국에선 철갑상어를 뜻하는 글자였다. 한자가 일본으로 유입될 때 철갑상어를 그린 그림을 보고 일본 해역에서 잘 잡히던 참다랑어로 착각해 지금까지 그렇게 부르게 됐다.

2 생김새 최고 길이 3미터, 최고 몸무게 300킬로그램을 넘어서는 거대한 생선이다. 일본의 한 정보 프로그램에서 아오모리현 오오마산 참다랑어 80킬로그램짜리를 해체해 초밥으로 만든 적이 있는데, 총 964점이 나왔다.

3 지출 워낙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식재료라 참다랑어의 질에 따라 경매가가 매년 쑥쑥 치솟는다. 작년 1월, 일본 오오마산서 잡힌 269 킬로그램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가 5천6백40만 엔(당시 환율로 8억 4천7백50만원)에 낙찰된 것이 현재까진 최고가다. 도쿄 긴자의 고급 초밥집에선 대뱃살(오도로) 한 점이 10만원을 호가한다.

4 제철과 지역 참다랑어의 최고 산지는 역시 일본 오오마다. 몇 번째 잡힌 참다랑어인지 번호를 매긴 인증서도 부착한다. 외줄낚시로 잡기 때문에 참다랑어에 상처가 없고, 잡은 뒤 바로 내장과 피를 빼고 냉장 처리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높다. 오오마산 참다랑어의 제철은 기름기 두둑하게 끼는 겨울. 이맘 때는 인도네시아 근처에서 잡히는 남방 참다랑어가 제철이다. 작년 5월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참다랑어 185톤이 한꺼번에 잡혔다.

5 수입과 유통 일본 츠키지 시장의 질 좋은 참다랑어를 수입하려면 방사능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원전 검사를 받고 각종 증명 발급과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검사도 받아야 한다. 사실상 신선한 상태로 수입하기가 불가능하다. 규모가 작은 일식당에선 소량으로 구해 쓰거나, 스페인산 생참다랑어를 항공으로 들여와 사용한다.

6 식당 요즘엔 좋은 참다랑어를 구하는 일이 좋은 짝 찾는 것만큼 힘들어, 고급 일식당 정도에서 생참다랑어를 맛볼 수 있다. 스시 우오, 스시 타츠, 스시초희, 스시조, 스시 마츠모토, 슈치쿠 등이 있다.

7 부위 참다랑어의 거대한 뱃살 앞에서 셰프는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듯 정밀하게 칼질을 한다. 부위는 대뱃살, 중뱃살, 등지살, 붉은살, 스나즈리(흔히 배꼽살이라고 잘못 부르는 부위. 참다랑어엔 배꼽이 없다) 등으로 나누는데, 등급이라기보다는 맛의 개성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참다랑어의 맛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인은 해동인데, 냉동 참다랑어를 잘못 해동하면 수분이 빠져 식감이 확 달라진다.

8 한잔 사케도 좋지만 진하고 구수한 라거 맥주를 곁들인다. 느끼한 맛이 청량하게 사라진다.

9 한마디 “기름기가 넘치는 오도로가 참다랑어의 전부는 아닙니다. 붉게 빛나는 아카미를 먹어보세요. 참다랑어의 진짜 고소함이 응축돼 있어요.” 다카하시 토루(‘스시 우오’ 셰프)

<장어>

1 이름 장어라고 두루뭉술 묶어 부르기엔 종류가 다양하고 생김새도 판이하다. 뱀장어, 먹장어, 붕장어, 갯장어로 나눌 수 있는데 흔히 장어 덮밥이나 장어 구이를 만드는 것이 뱀장어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부화해 민물에서 자라는 장어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에서 산다. 먹장어는 꼼장어라고도 부르는데, 빨판 같은 입 모양에 뻘에 살아 눈이 퇴화한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뿜어내는 점액 때문에 탕이나 횟감으로 먹을 수가 없고, 산 채로 고추장 양념을 흥건히 발라 우악스럽게 구워 먹는 수밖에 없다. 붕장어는 ‘아나고’라는 일본말이 더 익숙한 장어인데, 측면에 가느다란 점선이 길게 박혀 있어 구분이 쉽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고 단단해서 손질이 어렵다. 주로 뼈째 탕으로 끓인다.

2 제철과 지역 지금부터 여름까지가 제철이다. 뱀장어는 고창 풍천장어가 유명하다. 흔히 ‘풍천’이라는 지역이 따로 있는 줄 착각하는데, 실은 전북 고창 선운사 근처 좁다란 강을 풍천이라 부른다.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온 힘 좋은 뱀장어를 잡아 양식하는 곳이 고창 곳곳에 퍼져 있다. 갯장어는 전남 고흥에서 잡히는 것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먹장어는 부산이 제고장이다. 정확히 먹장어의 산지라 할 수는 없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식용으로 쓰지 않는 식재료를 가지고 이 정도의 식문화를 만들어낸 것은 거칠고 과감한 이 도시의 괴력이다.

3 손질 거대한 참치를 분해하는 것도 힘들지만, 머리를 쳐도 꿈틀대는 힘 좋은 장어를 붙들고 살을 바르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고역이다. 움직이지 못하게 머리에 송곳을 꽂는 장면도, 시장에서 전기 충격기를 이용해 장어를 기절시키는 장면도 모두 장어가 맛있으니까 참고 본다. 특히나 뱀장어로 구이를 해 먹기 위해선 이 손질 과정을 세심하게 거쳐야 한다. 단칼에 뼈와 내장을 발라내야 살에 피가 묻지 않고, 그래야 잡내 없이 육즙을 살려 구울 수 있다.

4 부위 꼬리가 정력에 좋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꼬리 쪽 살이 조금 더 쫄깃하긴 하다. 그보단 크기를 잘 봐야 하는데, 뱀장어는 300그램 정도 되는 중간 크기가 뼈 바르기도 좋고, 살이 질기지도 않다.

5 지출 시장에서 뱀장어는 한 마리에 2만원 정도, 붕장어는 1킬로그램에 3만원 정도다. 서울 외곽 장어집에선 1킬로그램(2~3인분)에 6만~8만원 정도다.

6 식당 몇 해 전부터 파주 근처에 ‘장어 타운’, ‘장어 셀프 구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많아졌다. 손질한 생뱀장어를 내주면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곳이다. 집에서 밥, 반찬, 양념장, 쌈 채소 등을 싸올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살이 오른 양식 장어를 배불리 먹을 순 있지만, 비린내가 좀 나고, 금방 느끼해지고, 잘 타서 제대로 먹기가 힘들 때가 많다. 장어를 굽는 덴 삼겹살을 굽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공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장어는 손질을 제대로 해서 핏물이 묻지 않고, 초벌 구이를 해 기름기를 빼고, 양념장을 얇게 여러 번 발라주는, 부지런한 식당에서 먹어야 맛있다.

7 요리 장어 덮밥은 기름진 장어의 맛을 소스와 밥으로 살리는 최고의 요리다. 일본에선 장어 덮밥의 장인들이 100년도 넘은 타래 소스의 레시피를 계승한다. 더 중요한 건 요리할 때의 집중력이다. 장어의 기름기 때문에 소스가 잘 스미지 않기 때문에 얇게 10번 이상 바르는 게 중요하다. 소스가 장어 위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 덧발라야 타지 않기 때문에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8 한잔 풍천장어 구이엔 역시 같은 고장의 술, 복분자주다. 한 점, 한 잔, 한 점, 한 잔….

9 한마디 ‟쌈장과 함께 먹는 것도 좋지만, 장어의 기름기를 잡으면서 알싸한 맛을 즐기려면 생강채와 함께 드세요.” 송인수(‘하카타 타츠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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