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공공연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2013.06.17GQ

서울시 공공예술사업의 불은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씨까지 잡진 못한 모양이다. 공공예술을 통해 지역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욕망의 불씨는 지자체로 번졌다. 지금 팔도 방방곡곡에서 한창인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7년간 서울시는 온갖 공공예술의 각축전장 같았다.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등 각종 도시 미화 프로젝트로 온 도시를 휩쓸었다. 상찬도 있었지만 여론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인 세빛둥둥섬이 물에 잠기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비난 여론도 급물살을 탔다. 새로 지은 서울시 신청사는 광복 이후 최악의 건축물 1위로 뽑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지역과 융화하지 못하는 랜드마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 서울 시장이 교체됐다. 디자인서울은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린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서울시 공공예술사업의 불은 그렇게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씨까지 잡진 못한 모양이다. 공공예술을 통해 지역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욕망의 불씨는 지자체로 번졌다. 지금 팔도 방방곡곡에서 한창인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시작은 2006년, ‘아트인시티’부터였다. 통영의 동피랑, 서울의 이화동 등 재개발 위기에 놓인 몇몇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공공시설물을 새로 단장했다. 매스컴을 통해 널리 퍼졌고,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지역 살림살이가 늘어나, 철거 직전의 마을에 새 입주민까지 생겼다. 거기까지였다. 곧바로 유사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각종 지자체와 문화관광부가 합세했다.

공공예술에 대한 관심은 전국 구석구석으로 확산됐다. 2013년 현재, 정부와 각 시, 도가 추진하는 지역 예술 프로젝트는 ‘마을 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지방문화원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등이며, 각 군소지방단체에서도 저마다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 따라 5년 동안 조성된 예술마을만 현재 57여 곳에 달합니다. 부산에만 40곳이 넘는 벽화마을이 있고요. 여기에 전국 지자체 및 협동조합 등에서 만든 각종 벽화 및 미술 마을을 더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죠. 아마 지방마다 한 20군데씩 있을 겁니다.” 한 지역문화개발연구원이 말했다. 지금 인터넷에 ‘벽화마을’을 치면 수십 곳의 마을이 등장한다. 물론, 벽화나 조형물이라는 형식이 문제는 아니다. 그것들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하지만 수십 곳이 넘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지극히 일관된 방식으로 표현된다는 건 짚어봐야 할 일이다.

통영의 자랑은 거북선이 전부일까? 서정주는 충분히 기릴 만한 시인이지만, 그의 시구와 국화 그림으로 마을의 모든 담벼락이 도배된 풍경은 어떤가? 음표로 치장한 조형물이 동요 ‘고추 먹고 맴맴’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함축한다는 건 억지가 아닐까? 문제는 그 지역이 배출한 인물이나 특산물 이미지로 덧칠하는,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작업이 전국을 뒤덮는다는 데 있다. 지역 공공예술의 실태를 연구해온 홍현철 교수는 관 주도형 프로젝트라는 형식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공모라는 형태에 이미 문제가 있는 거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공모로 예술사업단체와 지역을 선정해요. 심지어 예술사업단체에서 이미 지역을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건의하는 경우도 있어요. 공공을 위한 예술이라면 한 지역의 삶과 문제들을 반영해야 할 텐데, 그걸 제 3자에게 위임하는 꼴이죠. 게다가 사업 전체의 일관적인 로드맵이 정해져 있거든요. 이런 모든 요건을 가장 손쉽게 채우는 방법이 바로 벽화나 시설물 설치 같은 1차원적인 작업이에요. 모든 결과가 비슷비슷할 수밖에요.” 모든 지역 예술 프로젝트의 형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방적인 공모와 발주 형식에 그 지역을 위한 고민의 자리는 없다.

“그보다 큰 문제는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업 전체를 견제하는 여론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도시에선 가로등 하나만 바꿔도. 말이 많지만, 이런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다, 규모도 작기 때문이죠. 그들만의 문제라는 거예요. 게다가 ‘착한 일’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있어요. 상찬만 가득한 이유예요.” 프로젝트를 칭찬하는 언론의 지면만 3천5백 개에 달한다. 반면 문제를 제기하는 지면은 가뭄에 콩 나듯한다.

이 와중에도 각종 지역 예술 프로젝트는 계속 늘어만 간다. 수원시는 3.5킬로미터의 세계 최대 규모 벽화거리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마을 미술 프로젝트’가 꼽은 2013년 사업 선정지는 강원도 정선을 비롯한 13 곳이나 된다. 새 정부가 계획하는 지역 문화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지자체는 의욕 가득하고, 주민은 기대하며, 예술가는 보람차다. 언론은 추켜세우기 바쁘다. 비판과 성찰의 목소리는 불청객의 얄궂은 처지를 면치 못한다.

    에디터
    장승호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Kim Sa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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