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숴버릴 거야, 홍성흔

야구선수 홍성흔에겐 편견도 오해도 많다. 그러나 그걸 부술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다.

의상 협찬/ 하얀색 셔츠, 보타이, 커머밴드 모두 권오수 클래식, 검정색 바지 돌체&가바나, 노란색 포수 미트 SSK BY 스카이라인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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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을 만난 건 지난 5월 24일 금요일이었다. 두산은 오랜만에 4일 휴식을 가졌다. 전날 넥센과의 경기에서 연장 끝내기 2 대 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홍성흔은 5타수 무안타였다.

어제 끝내 안타를 치지 못했다. 특히 1 대 1 상황 8회 말 투아웃, 주자는 2루인 상황이 많이 아쉬웠다.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송신영 선수가 던진 볼은 실투 같았다.
실투였다. 투 볼 원 스트라이크라 좋은 공이 안 들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한가운데로 들어와 헷갈렸다. 속칭 ‘야마가키’(예측 타격)라는 게 잘 안 맞았다. 그 타석이 제일 짜증났다. 치기 어려운 볼이 아니었다. (넥센)벤치에서 거르라고 사인이 난 것 같은데 송신영 투수가 상대하겠다고 한 거였다.

타석에서 사인이 난 걸 알고 있었나?
타석에선 몰랐다. 나를 거르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 나를 거를 줄 알았다. 들어오면 무조건 쳐야 하는데, ‘혹시 나를 거를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부터 진 것 같다. 투 볼 원 스트라이크 이후에 공을 빼지 않고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니까 헷갈린 거다. 그래서 풀카운트에서 마지막 슬라이더로 삼진을 당했다. 1구부터 막 휘둘렀으면 결과라도 나왔을 텐데, 미리 판단을 한 게 화근이었다.

올해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너무 떨어진다. 특히 풀카운트에서 타율이 매우 안 좋다.
아, 진짜?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거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갖다 맞힌다고 생각하면 삼진이 그렇게 나올 수가 없는데. 어쨌든 4번 타자이고, 장타도 쳐야 하니까 의식이 된다. 팬들은 풀카운트 상황에서 끈질긴 모습으로 커트라도 해 내야 안타를 만들거나 바가지라도 치기를 원하는데, 그동안 생각을 잘못했다. 원래 삼진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좀 많다.

2011년부터 급격히 삼진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2010년 이후부터 장타 욕심이 생겼다. 그 후부터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풀스윙을 한다. 그러면서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결국 팬들도 지치고, 나도 지치는 거 같다. 앞으로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엔 악착같이 콘택트 위주로 가야 할 것 같다. 그게 팀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득점권 타율이 3할이 넘고 상위권이다. 그래서일까? 홍성흔의 이적에 대한 비난이 좀 수그러들었다.
김동주, 윤석민, 오재일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나 때문에 지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내가 있어서 팀을 운영하는 데 불편한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팬들께서 이거 하나만 알아주셨으면 한다. 홍성흔이 두산으로 온 이유가 방망이만 휘두르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슨 뜻인가?
사장님이 그랬다. “많은 거 기대 안 한다. 더그아웃을 예전처럼 뜨겁게만 만들어줘라. 파이팅 있게. 진짜 사람 사는 것같이. 부탁한다.” 물론 팬들은 지명타자, 반쪽짜리 선수, 나이 서른여덞 살 선수가 하면 얼마나 잘할까 하고 생각할 수 있고, 김승회 선수같이 좋은 투수를 보상으로 내주고 이게 뭐 하는 거냐며,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참 많았을 거다. 그리고 내가 롯데로 갔을 때 두산 팬들의 반감도 많이 샀으니까 더 싫어할 수 있다.

두산 팬들에게 5월은 정말 잔혹한 달이었다. 5월 8일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점수 차(10점 차) 역전패를 당했다.
지금(5월 24일) 그 경기의 상처가 선수들 사이에 계속 남아 있다. 누가 그렇게 지고 싶겠나? 감독, 코치 다음으로 내가 주장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날 후배들에게 말했다. “이건 133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니까 편하게 생각하고, 말 많이 하지 말자. 선수 기용에 대한 불만은 팬들의 몫이고, 우리끼리는 조용히 하자. 투수가 못해서 시합에 져도 타자는 아무 말 하지 말자. 타자가 못 쳐도 투수가 잘해서 이길 때도 있으니까. 절대 서로 비난하지 말자.” 하지만 또 며칠 있다가 뒤집히고,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많아지니까 지치긴 지쳤다. 지금이 고비긴 고비다. 타선은 늘 기복이 있기 때문에 투수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다르게 보면 선수들이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는 중일 수도 있다. 이제 올슨과 이용찬 선수가 돌아오고 홍상삼 같은 투수들이 괜찮아지고 있으니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 2001년엔 10승 투수 한 명도 없이 우승했다.

이를 테면 어제는 볼넷이 11개, 안타 6개였는데 1실점했다.
아유, 그건 정말 기적이다. 주장으로서 고마운 게, 선수들이 자신을 희생한다. 최준석 선수의 경우도 아깝지 않나? 다른 팀으로 가면 4번은 그냥 꿰차고, 주야장천 밀어주면 20홈런은 칠 수 있는 선수다. 준석이가 농담으로 “성흔이 형, 아프기만 아프세요. 제가 바로 들어갈 테니까” 이런다. 만약 내가 조금만 아프면 “아프세요? 그럼 쉬세요. 나 시합 좀 뛰게” 이런다. 하하. 그러면 나는 “아니야, 아니야, 형이 해야 돼” 이런 식이다. 물론 나도 포수 자리를 뺏겨봤기 때문에 그 느낌이 뭔지 잘 안다. 그래서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어떤 선수든 조금 아프다고 빠지면 절대 신임을 못 얻는다. 게다가 좀 강한 선발투수가 나올 때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 되겠나. 정수빈, 박건우, 이종욱 이런 후배들이 참 잘해주고 있다. (손)시헌이도. 시헌이는 어제 2군으로 갔다. 너무 안타깝지만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프로 세계는 참 냉혹하다.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인터넷 매체가 너무 많아 막을 수가 없다. 댓글도 너무 많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댓글이나 게시판 보지 말고 차라리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라고 한다. 댓글을 보면 정말 스트레스가 크다. SNS는 아예 하지도 말라고 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건 넥센과의 화요일 경기(5월 21일)였다. 빈볼 시비가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는데, 가장 논란이 많은 건 두 번째 빈볼이 사인이 났느냐 안 났느냐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벤치의 사인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수 입장이라면 첫 번째는 맞힌다.

첫 번째는 빈볼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첫 번째는 인정한다. 두 번째는…. 안 그래도 선수끼리 미팅을 했다. “명준이, 두 번째는 뭐야?” 했더니 “정말로 빠졌습니다. 그렇게 던지려고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더라. 8점이라는 점수 차도 문제였지만 넥센 방망이는 세고, 우리는 안 맞는 상황이었다. 또 1루에서 2루 도루도 아니고, 2루에서 3루 도루였고, 그것도 스리 볼이 아닌 상황에서 도루를 했으니 포수 입장에선 화가 날 수 있다. (이)택근이랑 시합 끝나고 얘기했는데, “형, 그런 상황에서 뛰는 건, 다음부터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했고, 나는 “두 번째 맞힌 건 정말 미스 샷인데, 우리가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벤치 클리어링은 일어날 수 있는 거다.

대부분의 팬들은 벤치에서 사인이 났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역전패와 빈볼 시비가 겹치면서 팬들의 김진욱 감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선수는 감독을 불신하면 안 된다.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최)준석이한테 마무리 투수로 올라가라 하면 올라가는 거다. 책임은 감독님이 지니까. 팬들 사이에선 감독님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그런 거 없다. 시키는 대로 한다. 투수 기용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사실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계속 이런 경기를 보여주면 감독님이 책임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 어? 근데 찬호 형이 왜 문자 보냈지?

지금 문자 왔나?
찬호 형이 영상을 보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 찬호 형이 처음 한국에서 던질 때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찬호 형한테 예의를 갖춰 인사했는데, 그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있나 보다. 그 영상 링크를 보냈다. 하하.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타자들이 인사를 하는데, 나는 없나 보다. 문자로 찬호 형이 이런다. “야, 홍성흔, 인사 안 했나봐, 없네.” 하하. 미쳐. 찬호 형 때문에 죽겠다. 요즘 심심한가 보다.

연락 자주 하나?
자주 한다. 찬호 형이 곧 책도 낸다고 해서 연락하고 그런다. 다시 감독 이야기로 돌아가서, 감독이란 자리는 류중일 감독님이 1위를 달리고 있어도 욕먹는 거다. 사실 진심으로 얘기하는 팬 분도 많지만, 인터넷 매체가 예전처럼 와 닿지가 않는다. 그곳에 글은 많이 올라오지만 실제론 반영이 안 된다. 미안하지만 그냥 뱉는 이상한 말이 너무 많다. 정상적인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래서 선수들도 예전같이 댓글에 관심이 없다.쓰는 사람의 자기만족이고 그걸로 스트레스 푼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상적으로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회나 공인, 무슨 회사나 그룹이 그런 여론을 따라가면 안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다들 감독님한테 관심이 몰리니까, 다들 더 감독님한테 꽂히는 거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단 입장에선 여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게 참 힘들다. 나보고 “언론 플레이 좀 그만해라”라고 하는 말도 그냥 웃고 넘긴다. 기자들도 어쨌든 기사를 써야 하지 않나? 내가 재미있게 얘기해주니까 기자들이 많이 쓰는 거다. 어떤 편집국장은 홍성흔 기사 좀 그만 쓰라고 할 정도다. 하하. 하여튼 지금 선수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건 일단 댓글이 많이 달리면 좋다는 거다. 인지도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볼 필요는 없다. 악플이 달리면 그냥 자기 입지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의상 협찬/ 검정색 턱시도 재킷, 하얀색 셔츠, 보타이 모두 권오수클래식, 검정색 바지 돌체앤 가바나, 검정색 로퍼 호킨스, 선수용 나무 배트, T배팅기 모두 루이빌슬러거 BY 스카이라인 스포츠
의상 협찬/ 검정색 턱시도 재킷, 하얀색 셔츠, 보타이 모두 권오수클래식, 검정색 바지 돌체앤 가바나, 검정색 로퍼 호킨스, 선수용 나무 배트, T배팅기 모두 루이빌슬러거 BY 스카이라인 스포츠

인기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프로야구 관중이 작년보다 감소하고 있다. 한편에선 그 이유를 프로야구가 하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내가 볼 때는 구장 문제도 있다. 지금은 대구와 마산만 인조 잔디고 대전과 광주도 천연 잔디로 바꿨다. 인조 잔디는 부상 위험이 있지만 바운드가 좋아서 실책이 적게 난다. 만약 신생팀인 NC가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면 프로야구의 질이 떨어졌다는 말이 없지 않았을까? 예상대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 하위권이라 그렇게 보일 뿐 특별히 하향 평준화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류현진 선수 경기 등 팬들이 수준 높은 경기를 접하다 보니까 안목이 높아진 거 같다.

롯데 관중도 크게 줄었다. 당신을 포함한 많은 선수가 떠나서일까?
첫 번째 이유는 입장료를 올려서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한화와 비교하는 기사도 나오는데, 한화는 보살 같은 팬들을 위해서 1억 얼마를 손해 봐도 무료로 개방하지 않나? 그런데 사직은 좌석의 질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요금을 올리니 관중들에겐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야구는 서민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 롯데 팬들은 냉철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NC가 생긴 것도 이유겠지만, 부산 관중들이 돌아선 거에 대해 프론트에서 다시 기획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롯데에서 뛰었던 선수여서 애착이 가고, 애정이 있다.

롯데 팬도 많지 않나?
솔직히 말해 롯데 팬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다.

커리어 하이였던 2010년을 잊지 못하겠다. 타율은 그전 해가 좀 더 좋았지만, 타격의 질은 2010년이 월등했다. 특히 SecA(타석당 추가 진루율)가 타율보다 좋은 유일한 시즌이었다. 지금도 타율이 3할이 넘고 득점권 타율도 상위권이지만, 추가 진루율은 2할 1푼 6리다. 타율과 1할 가까이 차이가 난다. 타율과 추가 진루율의 차이가 많이 날수록 타자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정확히 짚었다. 김현수 선수가 그 지표가 꽤 높을 거다. 내 기록이 지금은 화려하게 보일 수 있다. 최다 안타 1위(5월 23일 기준), 타점 3위 등 여러 가지로 좋아 보이지만 잘라먹는 게 엄청 많다. 게다가 퐁당퐁당하는 식으로 기복이 있는 것도 문제다. 2010년에 제대로 타격을 했던 그 맛을 알기 때문에 만족이 잘 안 된다. 2009년이 타율은 3할 7푼 1리로 2푼 정도 높았지만 그때도 장타가 나오지 않아 만족을 못했다. 지금도 2010년만큼의 기록을 보여주고 싶은데 실력이 안 나오고 있다. 2010년에는 노아웃 주자 1, 2루면 뻥 쳐서 2, 3루로 진루시켜 주거나 땅볼을 치더라도 진루타였다. 그런데 지금은 나한테서 딱 잘린다. 무턱대고 하는 스윙이 나와서 그렇다. 2010년에는 투 스트라이크 전까지는 자기 스윙을 하다가 그 후에는 콘택트로 밀어서 멀리 보냈다.

몸 쪽 공을 밀어치는 건 당신이 가장 잘하는 특기지 않나?
근데 요즘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직구를 뒤에다 끌어다 놓고 치고, 몸 쪽 변화구는 먹힌다고 생각하고 치면 되는데, 그렇게 치면 홈런은 안 나온다. 그래서 앞쪽에 타격 포인트를 놓다 보니 땅볼이나 어이없는 스윙이 많아졌다. 그게 줄어야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다. 김현수 선수는 참 침착하다. 참을 건 참고 자신이 쳐야 하는 것만 정확하게 만들어 친다. 똑같이 5타수 무안타라도 그 내용이 참 좋다. 그런 점은 이대호 선수에게도 많이 배운다. 지금 내 타격은 40점밖에 안 된다. 아웃되더라도 플라이 볼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땅볼이 너무 많다.

계속 공의 윗부분에 맞는다.
맞다. 지금의 스윙 궤도의 문제인 거 같다. 정말 이렇게 치다가는 나이 들어서 못 친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그래서 운동도 많이 하고, 힘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자꾸 흔들린다. 롯데에 있을 때는 마음이 좀 편했다.

특히 로이스터 감독 체제일 때 더 그래 보였다.
그때처럼 마음 편하게 야구한 적이 없었다.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만약 번트 자세를 취하면 감독님은 막 벽을 때리면서 “뭐 하는 짓이냐! 다시는 그런 야구 보고 싶지 않다. 3, 4, 5번이면 무조건 해결해라” 이런 식이었다. 노아웃에 주자가 2루에 있어도 밀어치기를 해서 주자를 보내려고 하지 말고 홈런을 쳐서 영웅이 되라는 식이었다. 그러다 홈런 대신 희생 플라이라도 나오면 되니 억지로 밀어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루에 스리 볼이면 직구 찬스인데, 그때 안 쳐도 감독님에게 죽는다. 한가운데로 던지는 걸 왜 안 치느냐고. 그 정도로 공격적이다. 초구 직구도 안 치면 욕먹는다.

옛날엔 정우람과 안지만 선수를 가장 까다로운 투수로 꼽았다. 요즘은 누가 제일 까다롭나?
글쎄. 요즘은 정말 까다로운 투수는 없는 거 같다. 오승환 선수 공이 까다롭지 않을까? 작년에 류현진 선수 공이 정말 좋았다. 난 20타수 1안타였다. 개막전 때 안타 치고 끝.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하는 걸 보면 어떤가?
한국에선 몸 쪽 공을 많이 잡아줬는데 거기선 약간 인색한 것 같다. 그래서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난놈이다. 심판 성향이 들쑥날쑥한 것도 이겨내고. 사실 류현진 공은 이닝이 지날수록 더 치기 어렵다.

초반보다?
류현진의 공도 첫 타석이 지나면 구질 파악이 딱 된다. 커브, 몸 쪽 직구, 체인지업. 거기서부터 머리싸움을 시작하는데, 류현진은 수 싸움을 엄청 잘한다. 느낌으로 캐치하는 것 같다. 상대방이 여기선 변화구를 노린다, 여기선 몸 쪽을 노린다,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공을 던지면 타자가 못 치는지 아는 거다. 그러니 경기가 진행될수록 치기 어렵다.

그걸 어떻게 알까?
야구 선수에겐 이런 게 있다. 타석에 서서 “투수가 1백 퍼센트 직구 던진다”라고 예상했을 때는 결과가 좋다. 근데 이번엔 변화구인가, 직구인가, 이러면서 칠 땐 결과가 별로다. 근데 류현진은 “요번엔 분명히 직구가 들어올 거야”라고 생각하면 전혀 딴게 들어온다. 그래서 실패를 많이 했다. 류현진 선수 공은 정말 단순해야 칠 수 있다.

류현진이 더 단순해서 자주 이기는 거 아닐까? 그렉 매덕스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투수가 타자를 제압한다고 말한 것처럼.
야구는 단순한 사람들이 잘한다. 하하. 자기 스윙을 갖고 노력한 대로 하는 사람들이 잘하고. 수 싸움으로 덤비면 잘할 확률이 낮은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선수들은 오히려 선수로서는 잘 못해도 지도자로서는 성공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 특히 넥센의 염경엽 감독님은 작전이 정말 살벌하다. 작두 타는 것 같다.

원정 타율이 더 높다. 잠실에서는 왜 못 치나?
부담이 있는 것 같다. 두산 팬들이 보고 있으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바뀐 응원가는 어떤가?
솔직히 응원가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롯데 시절 응원가를 쓸까도 생각했는데, 롯데 팬들이 섭섭할까 봐…. (인터뷰 이후 홍성흔은 롯데에게 양해를 구하고 롯데 시절 응원가로 바꾸었다.)

롯데 팬이 진짜 섭섭한 건 두산의 홍성흔이 롯데의 홍성흔을 넘어설 때가 아닐까?
2007년에 포수 그만둘 때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주장을 맡으니까 그 스트레스가 두세 배인 거 같다. 그리고 롯데에서 했던 것 이상으로 하고 싶다. 또 개인적인 것만 생각할 수도 없다. 팀 선수들이 와해되지 않고 뭉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제 사진 찍자. 수박 깨는 촬영이다.
와, 방망이로? 스트레스 제대로 풀리겠는데?

“ 지금 선수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건 일단 댓글이 많이 달리면 좋다는 거다. 인지도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볼 필요는 없다. 악플이 달리면 그냥 자기 입지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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