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름100 <1>

2013년 8월, 서울에서 여름을 나는 가장 지혜롭고 짜릿하며 호젓한 방법. <지큐>가 작심하고 추린 100개의 목록.

1 수박만큼 시원한 텐트를 산다.
여름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잘 때가 제일 신난다. 캠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텐트를 고를 때 기능만큼 기분에도 딱 맞는 걸 산다. 캠핑의 목적은 ‘캠핑 기분을 내는’ 일이 8할이 넘으니까…. 장난스런 디자인이 가미된 필드 캔디의 텐트는 무엇을 골라도 기분이 뻥 뚫린다. 그중 수박 모양 텐트는 여름이 제철 중의 제철이다. 필드캔디 fieldcandy.kr

2 한남대교 바로 밑에서 영화 <괴물>을 본다.
영화 <괴물>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한강 다리 아래보다 더 완벽한 곳이 또 있을까?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한남대교 등 6개 한강 교각 아래에서 열리는 ‘다리 밑 영화제’에선 지난 한국영화 일곱 편을 잇달아 상영한다. 관람료는 무료, 대신 바르는 모기약과 캔 맥주를 꼭 챙기도록 한다. 한강사업본부 3780-0796

3 신촌에서 열리는 물총 축제에 참가한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제1회 물총 축제는 여전히 페이스북으로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7월 14일 오후 1시) 신청자는 5천6백10명. 참가비는 따로 없고, 물총을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에 몸만 가도 된다. 하지만 옷이 젖을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한다. 옷이 젖을수록 몸은 더 드러날 테니. 7월 27일 오후 2시 신촌. 물총놀이 페스티벌 facebook.com/watergunfesta

4 168분으로 완전해진 <그랑블루>를 본다.
뤽 베송의 영화가 가장 완전했던 순간은 <그랑블루> 때가 아닐까? ‘스타일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단 <레옹> 때는 어딘가 휘청였고, <제5원소>로 현란할 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뤽 베송이다. <그랑블루>는 뤽 베송의 모든 필모그래피 중에서 좀 벗어나 있다. 불안하지 않고, 신과 신 사이는 촘촘하다. 뤽 베송이 보고 싶었던 모든 신을 담은 <그랑블루>가 7월 25일 개봉한다.

5 합정동 LIG 아트홀에서 가장 현대적인 재즈를 듣는다.
8월 9일, LIG 아트홀 합정에선 시몬 나바토브, 닐스 보그람, 탐 레이니가 연주한다.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의 최전선’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되 좀 낯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과 마음을 통째로 비우고 접하기에 이만한 음악이 또 있을까 싶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시몬 나바토브, 독일 트롬보니스트 닐스 보그람, 미국 드러머 탐 레이니의 서늘한 지성과 예측할 수 없는 감성에 여름을 위탁한다. LIG 아트홀 02-797-6782

6 대하소설을 작심하고 독파한다.
서점에 갈 때마다 책을 산다. 가끔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거기서 오는 아찔한 위안도 있으니까. 하지만 책장에 늘어가는 건 읽다 만 책, 읽고 싶은 책, 읽어 마땅한 책, 진작 읽었어야 하는 책…. 굳이 해외로 갈 마음도 없고, 허탈한 유흥에 대한 미련도 버리고 보면 결국 혼자 보내고 싶은 여름휴가도 드물게 온다. 마침 올해가 그렇다면 한 시대를, 소설로 독주하는 휴가야말로 패기만만하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 같은 이 시대의 고전부터 <삼국지> 번역의 다양한 차이까지 새삼스럽게 알아가는 건? 차분히 필요한 만큼만 먹고 고요하게 읽는 일로만 가득 채우는 며칠은? 한국이나 해외라도 시끄럽긴 매한가진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의 잔잔한 성취야말로 가치 있지 않나? 옵션으론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77권으로 완간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도 있다.

7 롯데월드에 가서 리우삼바 카니발 퍼레이드를 본다.
브라질 하면 축구와 삼바를 떠올리지만, 한국 사람에게 축구는 가까워도 삼바는 멀다. 뭐든지 실제로 보기 전까진 짐작하기도 힘든 법일까? 올 여름엔 짐작하지 않아도 된다. 브라질의 진짜 삼바 축제는 2월에 한 주, 잠깐 동안 열리지만 서울에선 7월부터 8월 말까지 매일 두번씩이나 열린다. 단지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놀이공원에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막상 비트를 쪼갤듯이 엉덩이를 흔드는 무희들을 본다면 놀이기구는 깜박하게 될 것이다.

8 극장에서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스토커>를 연달아 본다.
압구정 CGV에서 7월 25일 하루 동안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 편을 연달아 상영한다. 12시 20분, 2시 50분, 5시 20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올드보이>보다 <박쥐> DVD를 사고 싶어질지 모른다.

9 신라호텔 야외 수영장에 몸을 담근다.
신라호텔이 6개월간의 공사를 끝내고 8월 1일, 새 얼굴을 드러낸다. 눈길은 야외 수영장에 제일 먼저 간다. 그간 가족들의 놀이터 같았던 신라호텔의 수영장이 못내 불만이었는데 사계절 온수풀에 카바나, 자쿠지, 아웃도어 바까지 구비했다. 이번 여름은 해운대 아니면 장충동이다. 신라호텔 2230-3310

스포츠

10 LA 다저스 대 신시네티 레즈의 경기를 본다.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연전. 이 중 28일에 류현진과 추신수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4일 중 류현진이 하루도 등판하지 않을 경우는 20일과 25일에 연달아 등판할 때뿐이다. 3선발인 류현진에게 후반기 첫 경기이자 동부 원정 첫 경기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마케팅에 밝은 LA다저스는 29일을 ‘코리안데이’로 정하고 태연, 티파니, 제시카를 초대해 애국가와 시구를 부탁했다. 단지 한국인이 맞붙는다는 의미보다, 좌완 투수에 약한 추신수와 좌타자에 약한 류현진의 대결이라 더 흥미롭다.

11 두산과 LG의 경기가 벌어지는 잠실 경기장, 포수 뒤 옐로석에 앉는다.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아침마다 LA 대 신시네티 경기를 봤다면 매일 저녁엔 잠실 경기장에 간다. 4강 싸움이 한창인 지금, 잠실 라이벌전에 어느때 보다 관심이 쏠린다. 이왕이면 다른 팀을 응원하는 절친한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대놓고 서로의 팀을 비난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이기 때문이다. 자리는 중립인 포수 뒤쪽 옐로석 가장 뒤쪽이 좋다. 그 꼭대기에선 가끔 야구가 ‘그깟 공놀이’ 같아 보여, 경기에 져도 썩 기분이 나쁘지 않다.

12 우사인 볼트가 선수로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세비야 친선경기를 본다.
“우사인 볼트가 치고 달리기를 했다면 엄청난 윙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경기가 열린다. 8월 9일 퍼디난드 기념경기에 출전이 확정됐다. 언제나 맨유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이었다는 우사인 볼트는 과연 얼마나 천진난만하게 그라운드를 가로지를까? 그보다 그를 따라잡는 축구선수가 있긴 할까?

13 고대하던 네이마르의 프리메라 리그 데뷔전을 본다.
브라질은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스페인을 3: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네이마르는 그 경기 MVP이자 대회 최우수 선수였다. 네이마르를 도저히 막지 못한 스페인 대표팀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가장 많았다. 23명 중 무려 9명. 그의 팀 합류가 얼마나 반가울까? 한국시간 8월 19일 자정, 네이마르가 FC 바르셀로나 선수로 프리메라 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골대로 달려들면 수비수는 뭘 할 수 있을까?

14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 출전하는 박인비를 응원한다.
박인비는 올해 열린 세 번의 그랜드슬램을 싹쓸이했다. 8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 1년에 네 번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과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동시에 달성한다. 박인비의 별명은 ‘침묵의 암살자’다. 여름용 공포영화의 주인공 같은 별명인데, 그녀의 포커페이스와 기묘한 퍼팅 실력을 지켜보면 닭살이 쫙쫙 돋아서다.

15 정찬성과 조제 알도의 UFC챔피언 결정전을 시청한다.
정찬성은 지난해 <GQ>와의 인터뷰에서 “싸우면 질 것 같은 선수가 있긴 하다. 하지만 조제 알도는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당시 기세라면 곧 조제 알도와 맞붙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1년을 기다렸다. 한국시간 8월 4일 오전, 드디어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를 만난다. 후끈한 그래플링보다 시원한 펀치가 쏟아진다면 더없이 좋겠다.

16 영등포에서 NBA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를 만난다.
올여름 NBA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드와이트 하워드를 잡기 위해 5개 팀이 줄을 섰다. 그는 결국 LA 레이커스를 떠나 휴스턴 로켓츠로 갔다. 레이커스는 딱 1년 전 그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선수와 지명권을 잃었지만, 하워드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하워드의 과감하고 놀라운 선택처럼 영등포에 모인 관중들은 따끈한 새 유니폼을 준비해 사인을 받을 수도, 재미삼아 야유를 보낼 수도 있다. 언제나 선택은 관객의 몫이니까. 8월 17일, 아디다스 크레이지코트 3 대 3 농구대회에 직접 참가하면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17 7월 28일, 동아시안컵 한일전을 관람한다.
동아시안컵은 홍명보의 국가대표 감독 데뷔전이다. 올림픽 3위 멤버가 다수 포함된 새 대표팀을 이끈다. 7월 28일 잠실에서 열리는 한일전은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라 우승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선 일본을 2:0으로 이기고 동메달을 땄다. 한편 여자부에선 7월 21일,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북한 스포츠 선수가 한국을 찾는 것은 4년만이다.

18 김민욱의 OPBF 타이틀 방어전에 직접 찾아간다.
종합격투기가 단군이래로 최대 성황인 시대지만, 복싱의 순수만큼은 여전히 불가침 영역에 가깝다. 김민욱은 한국 유일의 동양챔피언이다. 현재 세계 챔피언이 없는 상황이니, 유일한 세계 챔피언이라 불러도 괜찮다. 벌써 4차 방어전이다. 지난 3차 방어전은 일본에서 열렸다. 권투위원회의 경기 관전평에 따르면 “경기 시간이 되기도 전에 관중석이 90퍼센트 이상 채워져 있었다”고 쓰여 있다. 김민욱은 “이런 분위기의 링에 올라가는 것이 설렌다”고 했다. 8월 18일, 경기가 열리는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도 같은 광경을 기대한다.

19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미터 결승을 숨죽이고 본다.
오랜만에 불꽃이 튄다. 올해 남자 100미터 최고기록은 우사인 볼트가 아니라 타이슨 게이가 세웠다. 9초 75. 타이슨 게이는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이후 번번히 볼트에게 밀렸다. 이번만큼은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을 앞두고 미리 양팔을 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시간 8월 13일 오전 2시 50분.

20 개포동역 영동 5교에 모여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뛰어본다.
42.195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마라톤을 ‘울트라 마라톤’이라 통칭한다. 8월 17일 토요일, 개포동역 영동 5교 밑에선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세븐 투 세븐 울트라 마라톤’ 축제가 열린다. 밤을 꼬박 세워 12시간 달리는 마라톤이라니, 게다가 축제라니. 여름의 복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도전 아닌가? 홈페이지(www.gangma.net/7to7)에는 강남 마라톤클럽 회장의 대자보가 야심차게 붙어 있다.

21 과천 서울 공원에서 출발하는혹서기 마라톤에 도전한다.
8월 11일 일요일, 과천에선 정확히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2013 서울마라톤 혹서기 대회가 열린다. 완주한 사람에겐 서울마라톤클럽(seoulmarathon.net)에서 기념사진 혹은 사진을 인쇄한 기록증을 30일 이내에 우송해준다. 미리 만들어놓은 몸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정직한 여름이라니.

22 감자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해 먹는다.
사상초유의 감자 풍년이라지만 농부들의 낯빛은 어둡기만 하다. 예상치 못한 풍작에 감자 가격은 전년 대비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에서 주문할 수 있는 감자의 가격이 5킬로그램에 2천원 정도라니, 과연 그 심각한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을 가격이다. 농촌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감자를 적극 소비해본다. 네이버 키친에 ‘감자 요리’를 검색해보면 약 134가지의 요리가 등장한다. 이참에 몽땅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23 메가박스에서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 생중계를 본다.
매년 여름 잘츠부르크에선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다. 총 2백20여 개의 공연 중, 메가박스가 선별한 공연에도 베르디와 바그너의 대표 오페라들이 올라와 있다. 8월 3일에는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8월 4일에는 베르디 오페라 <팔스타프>, 8월 17일에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공연 실황을 생중계한다. 잘츠부르크에서 수트를 갖춰입고 보는 공연도 좋지만, 시원한 극장 상영관에서 보는 실황이야말로 더할나위 없다.

24 알로하 리락쿠마 시리즈, 라인의 리락쿠마의 여름 스티커를 산다.
리락쿠마는 세상 만사를 귀찮아하지만 여름에는 특히나 무기력하다. 그런데 올해는 훌라춤을 추고 우쿨렐레를 치는 의욕을 보인다. 알로하 리락쿠마 시리즈가 지난 3월에 발표되어 절찬 판매 중이다. 소셜 메신저 앱 라인에서는 ‘리락쿠마의 여름’ 스티커를 내놨다. 선풍기 앞에 널부러져 자는 리락쿠마, 코리락쿠마, 키이로이토리를 담은 스티커가 특히 귀엽다. 라인의 스티커는 한정판처럼 일정 기간 판매하고 품절시키니 서둘러야 한다.

25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에 참가한다.
일본이 너무 멀다면 운니동을 찾아간다. 매년 여름, 일본문화원에선 일본의 여름 문화를 소개하는 작은 전시회가 열린다. 일본 각 지방의 전통인형 전시부터 한일 가곡 콘서트, 일본영화상영제 등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빼곡한데, 그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긴교스쿠이(종이 뜰채로 금붕어 건지기)’, ‘요요쓰리(요요 물풍선 낚기)’ 같은 진기한 일본 여름 놀이다. 이왕 기분을 내는 바, 전통의상 체험 코너에 들러 유카타도 입어본다. 모두 무료다. 주한 일본대사관 kr.emb-japan.go.jp

26 도심 한복판에서 캠핑을 한다.
장소부터 장비까지, 캠핑 전에 준비해야 할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준비된 것 하나 없이, 그저 마음만 굴뚝같다면 어 네이티브 카페 캐빈의 옥상에 찾아간다. 모든 전문 캠핑 장비를 마치 내 것처럼 써볼 수 있는 건 물론, 미리 예약만 하면 남산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돼지 목살과 소갈비를 직접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단, 잠은 다른 곳에서 자야 한다. 어 네이티브 카페 캐빈 797-6782

27 서울경마공원의 야간 경주 마권을 산다.
경마장에서 누릴 수 있는 , 폭발하는 순간의 에너지는 가본 사람만 안다. 그중에서도 야간 경주 시 밝히는 수백 개의 수은등엔 야구장과 축구장에서 경험한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다. 경주 전 경마장 밖 광장에선 출정 전의 말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유독 마음이 통한다 싶은 말의 이름을 외워두면 좋다. 승패와 관계없이, 내가 마음을 준 말이 다른 말들을 앞서가거나 뒤처질 때의 벅찬 기분은 역시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서울경마공원 race.kra.co.kr

28 <예의를 잃지 맙시다> 전에서 식물 사진을 보고, 홍릉수목원에 들러 나무를 본다.
작가 염중호는 도심 속 멋대로 방치된 식물들의 모습을 통해, 식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해 묻는다. 전시를 보고 나왔다면, 그 길로 홍릉수목원에 들른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자식처럼 돌보는 2천여 종의 나무가 여름철 뛰노는 아이들처럼 씩씩하게 뻗어 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식물을 대하는 산림과학원의 극진한 태도와 전시 속 식물의 처지를 포개어본다. 그리고 나무의 이름과 모습을 하나씩 외워보기도 한다. 하이트컬렉션 hitecollection.wordpress.com, 홍릉수목원 961-2551

29 UCC 미션으로 진행되는 레드불 스케이트보드 대회에 도전한다.
올여름, 레드불에서 이색적인 스케이트보드 대회를 마련했다. 홈페이지의 미션을 수행하고 그 영상을 올려 심사를 받는다. 매 단계 이 심사를 통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관중들 앞에서 망신당할까 봐 참가를 꺼려왔던 초보자들에겐 마음 놓고 도전해볼 기회다. 주간 MVP를 뽑아 소정의 상품을 전달하며, 최종 우승자에겐 레드불이 바르셀로나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준다. 레드불 스케이트 아케이드 redbullskatearcade.kr

30 한강에서 공짜 파도를 타본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바다로 나갈 궁리만 했다. 맘 놓고 헤엄치진 못하더라도, 기구를 이용해 강을 즐기는 건 한강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금만 공들여 인터넷을 뒤져보면, 서울시에서 후원하는 한강 레포츠의 종류가 꽤 다양하단 걸 알 수 있다.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망원 한강공원에선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윈드서핑 체험행사가 열린다. 선착순 모집이라고 하니, 서두르는 편이 좋겠다. 씨에이 글로벌 337-6663

31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말러,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멘델스존 협주곡을 듣는다.
8월 30일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좌석을 놓쳐선 안 된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그리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어,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9번이 이어진다. 멘델스존의 은은한 매혹, 말러의 장엄…. 7월 15일 현재, 좌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32 아그파의 슬라이드필름 CT Precisa 100/36 CT36 마지막 물량을 구매한다.
아그파의 로고와 같은 빨간색을 잘 표현하는 슬라이드 필름이었다. 색 재현력이 뛰어나고 극단적인 명암 표현이 발달했다. 석양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올여름의 태양이 아그파 필름으로 찍는 마지막이다. 아그파가 필름 생산을 중단했다. 얼마 전 마지막 물량이 국내에 들어왔다. 필름나라 filmnara.co.kr

33 능소화를 보러 한강에 간다.
양반집 마당에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 불렸다. 이제는 한강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눈길을 주지 않아도 여름 내내 피지만, 고귀한 걸 모르고 사는 손해는 서울 사람의 몫이다. 성산대교와 가양대교 인근에서 가장 큰 능소화 군락을 볼 수 있다.

34 연남동 무어에서 술을 한잔 하고 머리를 자른다.
간판에는 ‘Only Hair’라고 써놓고, “술은 미용실이죠”라고 말하는 해괴한 논리에 반하고 말았다. 술도 팔고 싶었지만, 불법이라는 걸 알고 손님에게 술을 주기로 했다. 맥주와 보드카가 상시 구비되어 있다. 해갈의 기쁨에 겨워 ‘스포츠 머리’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가위를 바늘처럼 예민하게 다루는 솜씨에 또 한 번 반하게 될 것이다.

35 일민미술관에 들러 전시 <탁월한 협업자들>을 관람한다.
협업은 협동이기도 하지만 충돌이기도 하다. 음악, 시각예술, 현대무용, 건축 등 각자의 분야에서 견고한 영역을 구축해온 이들의 작업을 한데 엮은 전시, <탁월한 협업자들>이 8월 25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협업의 결과를 내어놓기보다, 각 분야의 예술이 충돌까지 껴안을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매주 새로운 워크숍과 공연이 진행되니, 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 일민미술관 ilmin.org

36 밤늦게 운현궁에 찾아간다.
9천 명이 넘는 인파가 경복궁에 몰렸을 때도 운현궁은 고요했다. 운현궁은 과거에도 그랬다. 세력의 중심이었지만, 한 번도 풍파를 정면으로 맞은 적이 없다. 그건 운현궁이 존재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운현궁의 드센 기개에는 적막이 동시에 묻어 있다. 오는 8월 30일까지, 밤늦도록 운현궁의 문을 열어둔다. 흥선대원군이 아끼던 사랑채, 노안당에 걸터앉아 몰락하는 권세의 뒤안길을 짐작해본다. 매주 금요일 저녁 이로당에선 전통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잠시 멈춰 귀를 기울여도 좋겠다. 운현궁 766-9090

37 40개만 들어오는 세이코 아스트론 GPS 솔라 핫토리 긴타로 스페셜 에디션을 예약한다.
세이코를 단지 몇십만 원대 시계만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도 그랜드세이코나 아스트론을 보면 세이코가 어떤 시계 회사들보다 뛰어난 경지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아스트론 GPS 솔라는 세계 어디를 가도 서머타임까지 고려해 현지 시각을 정확히 맞춰준다. 태양열로 충전해서 배터리 걱정도 없다. 시계를 매일 지니고 다닐 수있는 가장 작고 완벽한 기계로 인식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 하다. 이번 바젤 시계 박람회에서 세이코는 아스트론 핫토리 긴타로 스페셜 에디션을 출품했다. 딱 5천 개만 만들었으며 40개의 스페셜 에디션이 한국에 들어온다. 9월 출시 예정인데, 나오자마자 사고 싶다면 지금 세이코 부티크에 가서 연락처를 남기면 된다. 세이코 부티크 스타시티점 454-8405

38 덥 스토어의 스튜디오 원 7인치 재발매 레코드를 산다.
자메이카에서 제작한 레코드는 오래된 레코드를 녹여 재생산, 음질에 대한 악명이 높다. 일본의 레게 전문점이자 레이블 덥 스토어에서 진행한 스튜디오 원 레코드 재발매 시리즈는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에서 추출한, 보기 드물게 좋은 음질이다. 완벽한 여름 음악 스카, 록스테디의 시작은 스튜디오 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덥 스토어 재발매반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덥스토어 reggaerecord.com

우주

39 스피카가 달 뒤로 숨는 광경을 몰래 본다.
8월 12일 오후 6시 22분경, 이른 저녁에 뜬 달 주변을 응시한다. 유난히 밝은 점 하나가 달 뒤로 사라졌다가, 약 50분 뒤에 다시 나타나는 걸 봤다면 그 별이 스피카다.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인간 세계의 거짓과 폭력을 참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 별자리로 박힌 여름 하늘. 처녀자리는 여름 별자리의 대표이며 스피카는 처녀자리 별 중 가장 밝다. 천체망원경이 있다면 누구나 볼 수 있다.

40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지는 새벽을 기다린다.
해마다 8월 7~15일경,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우가 떨어진다. 혜성이 우주에서 흘린 파편과 먼지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의 불빛이다. 페르세우스는 해마다 떨어지는 모든 유성우 중 가장 많은 개수의 유성을 볼 수 있는 별자리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8월 13일 화요일 새벽 4시 30분경이다.

41 동쪽 하늘에서 수성, 화성, 목성의 회동을 목격한다.
7월 25일 목요일 7시경, ‘해가 저쪽에서 떴나?’ 하는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동쪽 하늘을 보면 세 개의 별이 한데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응? 저기 수성, 화성, 목성이 한꺼번에 떠 있네? 수성은 너무 어두워서 평소엔 안 보이는데.” 마침 같이 있던 그녀에겐 이런 능청스런 말을 할 수 있다. 일 년에 하루쯤,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보는 아침.

42 티모시 페리스의 <우주를 느끼는 시간>을 읽고 여름 하늘을 다시 본다.
별의 밝기를 설명하는 단위와 좌표가 하늘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진 않을 것이다. 최고의 과학저술가 티모시 페리스는 다분히 개인적 호기심으로 접근해 완숙한 저널리스트의 관점으로, 별과 우주에 대해 쉽게 썼다. 더불어 가슴 떨리는 애호가의 입장도 놓지 않았다. 그러니 이 책을 혼자 읽다 문득 올려다본 여름 하늘의 백조자리의 우아함으로부터, 저녁까지 어깨를 짓누르던 바로 그 문제를 우주의 관점에서 내려다보는 기적 같은 시간은 어떨까?

43 친구들과 함께 오리보트 경주에 참가한다.
오리 보트는 사실 연인보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타는 게 어울린다. 여의도와 뚝섬 선착장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오리보트 경주에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참가해본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한강의 별미인 즉석 조리 라면을 놓고 한바탕 내기 경주를 해도 좋을 것이다.

44 해양수산부 CCTV 영상 서비스를 시청한다.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연안의 장기적인 침식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2003년도부터 비디오 모니터링을 수행 중이다. 전국 26개 해수욕장, 64개의 CCTV 카메라가 있다. <해변의 과학자들> 같은 책을 읽으며 연안 침식을 감시해도 좋고, 키보이스의 고전 ‘해변으로 가요’를 틀어놓고 그저 해변을 감상해도 좋다. 단,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지원한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시는 아닌 듯하다. 해양수산부 coast.kr/coastIn/beachcamera.aspx

45 사운드트랙 180그램 리마스터 레코드를 듣는다.
레코드의 부활을 등에 업고 180그램 리마스터 레코드의 재발매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올해 재발매된 007 시리지의 첫 번째 사운드트랙 <살인번호>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갑자기 생각난 아이스크림처럼 반갑다. 서프 기타의 영향력 아래 있는 ‘The James Bond Theme’를 시작으로, 트리니다드 토바고와 자메이카의 칼립소 고전이 이어진다. 이만큼 충실한 해변 음악 모음집도 없었지, 곱씹는다.

46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고, ECM 레이블 전시를 본다.
8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선 독일 음반사 ECM의 역사를 기념비적인 앨범 재킷으로 훑을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9월에 열리는 ECM 축제의 전야제 격인 전시 오프닝이다. 축제 기간엔 그야말로 놓치면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후회할만한 공연이 이어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즐겨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고전음악 전문 음반매장 풍월당이 8월 중 개최하는 강의를 미리 들어둔다. 날짜가 정해지진 않았으니, 풍월당 홈페이지를 주시하면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는 여름밤은 어떨는지. 풍월당 pungwoldang.kr

47 파크하얏트 서울에서 작정하고 스파를 받는다.
더위에 지쳐 여름이 질리는 순간이 오면 호텔로 스파를 받으러 간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극진한 서비스를 받고 나면 몸도 정신도 다시 부푼다. 파크 하얏트에선 남자들을 위한 스파 프로그램을 8월 말까지 운영한다. 테라피스트에게 1시간 동안 몸을 맡기고 30분간 얼굴을 맡기는 동안 셔츠와 구두도 깨끗이 손질해준다. 파크하얏트 2016-1176

48 국제 수면 박람회에서 여름밤 숙면을 준비한다.
박람회에는 백과사전같이 조밀한 재미가 있다. 없던 관심도 거짓말처럼 생기고, 그로 인해 조금 더 풍성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 가능성.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국제 수면 박람회가 성대하게 열린다. 여자친구의 맨다리 허벅지처럼 목을 받쳐주는 베개, 언제 누웠는지 기억도 안 나는 매트리스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올해로 3회째, 유일하게 잠자리를 공략하는 박람회다.

49 한국의 집에서 여름철 상설공연 명인 명창 <비상 2>를 본다.
지난해 시작된 명인 명창 상설공연 <비상>이 올여름에도 펼쳐진다. 7월 16일부터 8월 14일까지이며, “사제동행, 흥을 즐기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가, 무, 악의 명인과 제자, 또 부모와 자녀의 합동 공연이다. 어른이 있어서 젊음이고, 젊음이 있어서 어른인 곳에서 반듯하게 앉아 듣고 싶다. 한국의 집 koreahouse.or.kr

50 매주 금요일 8시 도곡동 하우스 콘서트에 참가한다.
7월 28일은 차세대 리코더 연주가로 주목받는 권민석이 무대에 선다. 8월 9일에는 오보이스트 전민경과 피아니스트 유재연이 공연한다. 8월 16일에는 국내 유일의 피아노 실내악 앙상블 프로젝트 임미정과 블러바드의 차례다. 8월 23일은 거문고 연주자 윤은자를 만날 수 있다. 하우스 콘서트가 12년간 해온 공연이 여전히 열리고 여전히 각각 특별하다. 하우스 콘서트 freepian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