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다섯 대

보면 볼수록 새롭고 알면 알수록 갖고 싶은 자동차 다섯 대를 모아 세심하게 몰아봤다.

엔진 3,798cc V8 가솔린최고출력 530마력최대토크 66kg.m공인연비 N/A0->100km/h 4.7초가격 2억 1천6백만~2억 4천5백만원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의견이 분분했다. 마세라티답지 않다고들 했다. 앞좌석과 뒷좌석이 두루 편해지고 조용해지기까지 해서 아쉽다는 감상이었다. 피닌 파리나가 디자인한 전 세대 콰트로 포르테가 받은 사랑이 짙고 깊어서, 그 배기음에 요동쳤던 마음이 잦아들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마세라티 콰트로 포르테는 그렇게 강렬한 차였다. 하지만 분분했던 불안 그대로 운전석에 앉은 지 정확히 30분 뒤 모든 의심이 사라진 건 왜였을까? 좀 더 큰 시장을 겨냥하고 싶은 것이 마세라티의 속내였을 것이다. 피아트와 손잡아 이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소식, 바우어 앤 윌킨스 스피커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는 완연한 소리, 전에 없던 안락이 그 증거다.

TIP! 그래서, 마세라티를 이해하는 일
깊이 한 번 얕게 여러 번, 음악에 맞춰 가속페달을 밟기도 했다. 피닌 파리나가 디자인한 5세대 콰트로 포르테를 탈 때도 그랬고, 완전히 새로워진 이번 6세대를 탈 때도 그랬다. 조금 더 깊은 곳에서 뭉근하게 울리는 소리, 마세라티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5세대 콰트로 포르테는 그 과격한 소리로부터 오는 매력 한편에, 인테리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니까, 6세대 콰트로 포르테는 시장을 향한 그들의 똘똘한 구애 혹은 영리한 균형이다. 소중한 것을 서둘러 폐기하지 않고, 지키면서 진화하는 일은 자동차 회사의 영원한 숙제니까….

엔진 1,995cc 직렬 4기통 디젤최고출력 184마력최대토크 38.8kg.m공인연비 리터당 16.2킬로미터0->100km/h 7.9초가격 5천4백30만~6천50만원


BMW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BMW 3시리즈는 아쉬울 것 없는 세단이다. 시장의 반응은 이미 뜨거웠다. 지금 5천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단 한 대의 세단을 구입해야 한다면 일단 3시리즈를 추천한다. 기계적 완성도는 이전 세대에 이미 증명됐고, 미학적 성취마저 훌륭하니까. 나머지는 성향의 영역일 테니. BMW가 11월의 3시리즈 투어링, 지금 가장 뜨거운 3GT로 확장을 계속할 수 있는 건 3시리즈의 기본이 여지없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3GT는 투어링보다 크다. 길이는 20센티미터,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는 11센티미터나 길다.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자동차에 붙는 ‘그란투리스모’라는 정의에 맞는, 편안하고 넉넉한 설정이다.

TIP! 당신을 위한 BMW의 확장세
3시리즈 투어링은 용맹한 왜건이었다. 그 형태로부터의 매력, 명확한 쓰임에도 한국 시장의 충분한 관심을 못 받는 장르였다. 3GT는 그런 아쉬움을 제대로 달랜다. 3GT의 트렁크 용량은 투어링보다 25리터나 크다.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자그마치 100리터나 커진다. 여기에 짐을 싣고 둘이서 떠나는 길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도시를 벗어나 아무런 아쉬움도 없이 지낼 수 있는 기간은 또 얼마나 될까? 넉넉한 차체와 공간 안에 채울 수 있는 낭만적 일탈의 가능성, 그러면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역동성…. BMW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당신의 일상을 재편하라고 부추긴다. 좀 휩쓸려도 괜찮아 보인다. 올여름엔.

엔진 2,967cc V6 디젤최고출력 313마력최대토크 66.3kg.m공인연비 리터당 11.9킬로미터0->100km/h 5.1초가격 8천6백50만원


아우디 SQ5 3.0 TFSI


아우디 Q5는 안정적인 SUV다. Q7은 그야말로 거대하다. 널찍하고 풍족하다. Q3는 상황에 따라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Q5는 한가운데서, 거의 모든 상황을 충족시킨다. 투박과 세련, 역동성과 부드러움, 필요와 사치…. SQ5는 Q5의 그런 매력을 그대로 갖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끈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SUV다. 네 개의 배기구는 SQ5의 광폭함을 밖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당당한 단서다. 스포일러에 추가된 브레이크 등과 리어램프를 어지럽게 장식하는 또 다른 브레이크 등 역시. 이제 막 인증 과정을 마친, 한국 출시 전의 SQ5를 <GQ>가 몰래 가져다 촬영했으니 곧, 더 많은 사람이 SQ5의 광폭함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TIP! S의 힘
메르세데스 벤츠는 AMG, BMW는 M이 붙었을 때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아우디는 S다. 아우디 A4와 S4, A6와 S6, A8과 S8은 완전히 다른 차라고 생각하는게 맞다. 시트에 앉는 순간부터 알 수 있다. 옆구리를 제대로 죄는 버킷 시트를 느끼면서 시동을 걸면, 평소와는 좀 다른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S4의 날렵함, S6의 성숙함, S8의 비현실성…. 칼로 새긴 것 같은 각각의 경험으로부터 SQ5의 성능을 유추할 수 있을까? 확언컨대 무의미하다. 차선이 안 보일 정도로 퍼붓던 장맛비 때문에 욕심껏 달리지 못한 새벽을 한탄하면서, 더 먼 곳에서의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엔진 2,499cc V6 DOHC 가솔린최고출력 207마력최대토크 25.5kg.m공인연비 리터당 10.2킬로미터0->100km/h N/A가격 4천7백90만~5천5백30만원


렉서스 IS250


이 차는 실물로 봐야 한다. 보닛과 트렁크 사이에 디자이너가 그린 선, 엔지니어가 잡은 주름의 흐름과 각도가 춤처럼 화사하다. 역설적인 단아함까지 발견할 수 있다.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숨은 역동성을 암시한다. 헤드램프 아래 빛으로 그린 두 개의 화살촉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바깥에서 짐작할 수 있는 IS250의 이미지가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언뜻 화려해 보이지만 여전히 침착하다. 압도적인 첫인상으로 내릴 수 있는 판단보다, 가만히 석상을 보는 것 같은 마음으로 보고 또한 타는 게 렉서스 IS250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듯.

TIP! 렉서스의 중심
렉서스는 고요함으로 정평이 난 차다. 체급에 따라 느낌은 달랐지만 일관되게 정숙해서 사랑받았다. 이제, 그 고요함은 렉서스의 중심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새로운 IS250에 보탠 건 역동성이다. 부드러운 다이얼을 스포츠 모드로 돌렸을 때 빨갛게 변하는 계기판의 색, 갑자기 딱딱해지는 서스펜션, 터질 것처럼 민감해지는 가속페달…. 그날 밤의 운전이 마른 땅에서였다면, 고속도로가 아니었다면 또 어땠을까? 트랙이었다면? 렉서스의 중심은 이제 흔들리지 않고, 그 지평을 공격적으로 넓혀가는 중이다.

엔진 2,179cc 직렬 4기통 디젤최고출력 90마력최대토크 42.8kg.m공인연비 리터당 13.7킬로미터0->100km/h 8.5초가격 7천4백30만~8천1백70만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SD4 2.2


레인지로버가 으레 지키고 있는 디자인 언어로부터 완전히 새롭게 빚어낸 차가 이보크다. 혁신적이었고,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는데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흔한 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마케팅은 이보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와 젊은 감각을 가졌다고 호소하지만, 그렇다고 레인지로버가 당연히 지녀야 할 호사로움을 놓진 않았다. 문을 닫았을 때 차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 시간과 피로를 왜곡하는 것 같은 편안함 역시. 더불어 사막과 계곡을 가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전천후 SUV로서의 자질까지.

TIP! 이보크의 자유
레인지로버는 담백한 고유명사다. 오랫동안 지켜온 것들, 변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가치들. 4세대 레인지로버의 진화도 성공적이었다. “많은 걸 바꾸지 말아주세요, 다만 더 나은 차를 만들어주세요.” 레인지로버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걸 원한다. 이미 완벽하니까, 애꿎은 변화는 불필요한 법이다. 이보크에겐 그런 울타리가 없었다.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이 보장하는 진짜 호사, SUV라는 최소공배수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좋았다. 따라서 가장 자유롭고 독특하며 흔치도 않은, 진귀한 SUV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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