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박의 욕망과 평화

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젖을 법도 했는데, 그때 존 박은 안으로 숨었다. 그때 속에서 여문 것들이 1집 <INNER CHILD>에 가지런하다.

와인색 수트와 흰색 셔츠는 김서룡 옴므, 반지는 엠주
와인색 수트와 흰색 셔츠는 김서룡 옴므, 반지는 엠주

 

“ 민망하고‘오글거리는’ 것,난 그런 건 정말못한다." 파란색 수트와 셔츠는 베르수스, 반지는 엠주
“ 민망하고
‘오글거리는’ 것,
난 그런 건 정말
못한다.”
파란색 수트와 셔츠는 베르수스, 반지는 엠주

목소리가 더 담백해졌다. 정원영 씨가 만든 ‘어디있나요’ 같은 노래에선 특히. 억지스럽지 않고 담백한 게 좋다. 그래서 ‘어디있나요’를 정말 좋아한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다양한 요소가 있는 앨범이 안 나왔을 거다. 같이 프로듀싱해주신 분들, 선배들 덕분에 목소리 안의 다양한 면들을 찾았다. 앨범 작업은 놀이 같았다. 소속사 뮤직팜도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작업 오래 해도 괜찮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Baby’ 같은 노래는 그래도 힘을 완전히 빼진 않았다. 드럼 소리도 두드러진다. 얼마나 반짝거리게 만들 건지 고민했다. 베이스랑 드럼이 중심이다. 그루브를 살리고 싶었고, 너무 유행 타는 노래처럼 들릴까 봐 균형도 잡았다. 완성된 곡이 여덟 버전이 넘었다.

1번 트랙 ‘Imagine’은 “예전의 존 박이 아니다” 말하는 것 같았다. 이후 흐름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 완전 다른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자작곡들이 있다. 가사가 좋고 잔잔한, 언젠가 내가 100퍼센트 혼자 만든다면 이렇겠다 싶은 노래. 앨범 제목 <이너 차일드inner child>도 그런 뜻이다. 내면의 내 모습, 내 안에 있는 아이 같은 모습. 그래서 깊이 들어갈수록 더 솔직한 가사, 나에게 가까운 면들을 보여드리려고 배치했다.

오래 참았나? 참은 것보다, 이제야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이제야 혼자 설 수 있는 느낌?

아쉬움은 없나? 없는 것 같다. 너무 공들여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 트랙마다 애정이 아주 크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미니 앨범은 아무래도 김동률의 색깔이 짙었다. 그때 불렀던 노래와 이번 노래는 어떻게 다른가? 아무래도 자작곡들이 있어서, 이건 내 거니까 완전히 편하다. 내 목소리가 돋보일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한국어 발음에 대한 부담도 좀 덜었다. 내 색깔을 이제야 굳혀 나가는 느낌?

보너스 트랙 ‘Sipping My Life’를 듣고 ‘존 박 그동안 진짜 힘들었구나’ 생각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혼자 있던 시기도 있었다 들었다. 그때 마음엔 뭐가 걸려 있었나? 음…. 한 1년 전? 좀 지났다. 진짜 혼자 있고 싶을 때였다.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들 보면 왠지 싫었다. 뭔가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지금은 가수로 데뷔한 이후 제일 즐거운 것 같다. <방송의 적>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적 씨랑 같이 한다. 망가지는 역할이다. 바보 역할. 욕심 다 내려놓고, 외모에 신경 하나도 안 쓰고. 그러면서 더 편해졌다.

<슈퍼스타K>가 끝나고 그런 얘길 한 적 있다. “연예인들이 왜 그렇게 조명을 화려하게 받으면서도 우울한지 이해했다.” 욕심이 생겨서 그랬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엄청난 걸 잃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나 인기에 대해서도. 원래 그냥 노래만 할 수 있으면 만족했다. 그때는 ‘아, 일단 소속사를 잘 골라야 되겠고,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조심해야겠다’ 그러면서 혼자 신경 썼다.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철저히 모니터해야겠다는 압박이 심했다. 초반의 그런 조명 때문에 오히려 더 위축됐다.

그런 우울함에서 어떻게 나왔나? 시간. 사람들한테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덜 받을 때부터.

혼자 있을 땐 뭘 했나? 영화 보고 책 보고. 지루하게 살았다. 사람도 거의 안 만났다. 음악도 많이 안 들었다. 음악이 직업이 되니까 들으면 분석하게 됐다. 일하는 것같이 느껴졌다. 영화는 하루에 두 세 편 보고, 뭐 시켜 먹고, 저녁에 술 먹고, 낮에도 마시고.

기획사에서 그냥 내버려뒀나? 하하. 그랬다. 소속사 가수들이 워낙 자유롭게 여행 갔다 오고 조용하게 사니까 나한텐 별 신경을 안 썼다. 나랑 딱 맞는 회사다. 나도 게으른 성격이라서.

돌아보면 좋은 시간 아니었나? 필요했다. 괴로웠지만 그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요즘은 혼자 있는 것도 즐거운데 사람 만나는 것도 즐겁다. 이젠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는자작곡들이 있다.아무래도 완전히내 것이니까편하다.” 분홍색 수트와 셔츠, 타이, 타이핀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 은색 무광 팔찌는 마르지엘라, 유광 팔찌는 엠주
“이번 앨범에는
자작곡들이 있다.
아무래도 완전히
내 것이니까
편하다.”
분홍색 수트와 셔츠, 타이, 타이핀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 은색 무광 팔찌는 마르지엘라, 유광 팔찌는 엠주

<방송의 적> 보면서 ‘아, 저거 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지?’ 싶었다. 비욘세 춤추고 어벙한 척하고. 그런 건 똑똑한 사람 아니면 못한다. 하하. 완전 색다른 거라 재밌다. 음악도 그렇다. 내가 책임감을 갖고 내 새끼 같은 앨범을 만들었다. 예능도, 이렇게 화보 촬영하는 것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부끄럽지 않다. 난 오글거리는 건 정말 잘 못한다.

예를 들어서? ‘Baby’ 같은 노래.

하하, 그건 타이틀곡인데? 재미있게 부르고 있다. 부를 때 기분은 참 좋은데 가사가…. 일단 나는 그런 가사를 못 쓴다.

여자친구한테도 그런 얘긴 잘 못하나? 잘한다. 정말 편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뮤직비디오도 민망하게 여겼을 것 같다. 다시는 그런 거 안 찍을 거다, 하하. 그런 표정 짓는게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내가 봐도 연기를 너무 못했다. 반하는 연기, 설레는 연기도.

제일 뿌듯한 노래는 뭔가? ‘Sipping My Life’. 내 이야기고, 가사만 봤을 땐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한다. 부르기도 쉽다.

지난 여름이었을까? 여대 축제에서 ‘Stand By Me’ 부르는 영상을 봤다. 그때의 환호성과 <슈퍼스타K> 전후의 환호성은 어떻게 달랐나? 요즘이 더 와 닿는다. 내가 누구인지 좀 더 보여드린 후에 받는 환호라서. 이전의 관심은 내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만든 ‘존 박’이라는 이미지, 캐릭터, 목소리가 합쳐진 거였다. 요즘은 정말 편하게 산다. 계획도 잘 안 짠다. 그럴 때마다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다. 학교에는 언제 돌아가야겠다, 다음 앨범은 이렇게 만들겠다는 계획도 아직 없다. 지금 재미있으면 되는 것 같다.

여자친구 만나고 싶지 않나? 안 만나고 싶다. 아직 누군가를 보살피는 게 부담스럽다.

음악 할 때 말고는 언제가 가장 좋나? 친구들이랑 뭐 먹거나 마실 때? 난 단순하다. 친한 대학 친구들 서너 명을 요즘 자주 본다. ‘Sipping My Life’는 하루하루 조금씩 살아간다는 뜻도 있지만, 하루하루 술 먹고 산다는 뜻도 된다. 그래도 괜찮다는 뜻으로.

이렇게까지 차분할 줄은 몰랐다. 욕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규 1집이니까 . 가장 중요했던 건 자작곡, 배우는 것, 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이었다. 그게 벌써 다 끝났다. 내가 어떻게 비춰지냐는 내가 만든 음악에서 나왔으면 좋겠지, 욕심은 없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어떤 소리가 제일 마음에 드나? 글쎄, 그냥 마음에 든다. 그루브가 있는 노래를 할 때가 더 좋다. 발라드는 잘 못 부르는 것 같다.

솔직하게 만든 앨범이지만,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타깃이 있나? 내 감성이니까, 또래랑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음악 만들 때는 나만 생각한다. 이기적으로 만든다. 내가 만족해야 다른 사람도 만족하니까,

단독 공연은 언제쯤 예상하나? 가을쯤 하고 싶다. 중소 규모로.

<GQ>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내가 여자를 타깃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어필하는 그런 가수가 아니라는 걸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곡 쓰는 스타일도 남자들이 더 좋아할 스타일이다. 펑키하고, 록 같고, 가사도 그렇다. ‘여심을 흔드는 마성의 목소리’ 그런 거 정말 싫다. ‘발라드의 프린스가 돌아왔다’ 그런 말들, 하하.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나를…. 이번 앨범을 통해 그런 이미지는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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