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좋은 안경

2013.08.23오충환

헨릭 린드버그를 알면 안경에 대한 기준이 바뀐다.

린드버그 안경은 단순하고 기능적이다. 요상한 디자인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린드버그 안경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 안경을 써보고, 이리저리 살펴봐도 뭐 하나 걸리는 부분이 없을걸? 딱 필요한 것만 추렸다. ‘단순함의 미학’이란 흔한 말도 새로운 깨달음처럼 들릴 거다.

린드버그 안경의 역사가 길다.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만 일곱 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든 건 우리가 직접 만든다. 25년 전, 안경 업계에서 처음으로 가볍고 알레르기 걱정도 없는 티타늄을 도입했다. 그 후에도 이것저것 다 해봤다. 무모해 보여도 내겐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도전엔 위험부담도 있다.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밀어붙이는 편이다. 때론 새로운 방식을 위해 기계를 제작하기도 한다.

기능적인 면이 강하니 패션과 동떨어져 보일 거란 걱정은 없나? 린드버그 안경은 패션이다. 다만 극단적이지 않을 뿐이다. 최근엔 거창한 플라스틱 안경이 유행이라지만 그걸 두고 패션이라고 단정 짓는 건 이상하다. 린드버그 안경은 현대적이다. 남성적이지만 무겁지 않다. 무턱대고 유행을 좇지도 않고!

회사에서 당신의 역할은? 디자이너, CEO를 포함한 모두. 나는 회사에서 ‘헬리콥터’라 불린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 과정을 아는 건 나뿐이라서 이러저리 돌아다니며 일한다. 새롭게 만드는 것이 보다 좋은 것을 만드는 근간이다. 그래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마지막 박수를 치기 전에 전혀 새로운 방법이 없나 한 번 더 생각한다.

린드버그 안경이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뭔가? 대부분의 안경 브랜드가 OEM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하우스 방식을 고집한다. 린드버그 안경은 디자인, 소재 가공부터 패키지까지 모두 우리가 직접 한다. 안경마다 50번 이상의 공정을 거치고, 어떤 안경은 폴리싱만 꼬박 3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리하려면 안경을 그 먼 덴마크까지 보내야 한단 말인가? 2~3주면 된다. 안경은 당장 없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수리하려고 노력한다.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공동작업은 유행을 넘어 거대한 현상이다. 공동작업은 안 한다. 가장 좋은 안경은 린드버그라는 이름만 달고 세상에 나와야 하니까.

린드버그 안경의 면면

지나치게 얇아 부서질 듯 아찔하지만 이리저리 비틀어도 얄밉게 제자리를 찾는다. 린드버그 안경은 독보적이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장 가벼운 안경은 고작 1.7그램이다. 놀랍게도 안경을 티셔츠처럼 세 가지 크기로 출시한다. 안경 테에 티타늄은 물론 카본, 금, 백금, 버팔로 뿔까지 다채롭게 사용했다.

안경을 전하는 새로운 방식

60만원대라면 안경 값으로는 비싸 보이지만, 살펴보면 과연 그럴 만하다. 린드버그 안경은 그 지역의 소매상과 직접 일한다. 중간 유통 구조는 아예 없다. 믿을 수 있는 안경점을 찾으면 그 매장을 통해 직접 안경을 판매한다. 이렇게 하면 가격을 최소화할 수 있고 고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린드버그 안경은 2002년부터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내 금강안경과 일하고 있다. 빌 게이츠 안경이니 대선후보자가 쓰고 나온 안경이니 해서 입소문을 탔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안경이란 진실이다.

    에디터
    오충환
    포토그래퍼
    박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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