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나를 닮아봐

이정현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이정현은 웃음이 많았다.

블랙 스팽글 톱은 아쉬시 BY 무이, 화이트 쇼트 팬츠는 플랙 진, 블랙 펌프스는 TNGT ACC, 뱅글과 반지는 페르앤소나.
블랙 스팽글 톱은 아쉬시 BY 무이, 화이트 쇼트 팬츠는 플랙 진, 블랙 펌프스는 TNGT ACC, 뱅글과 반지는 페르앤소나.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봄빅스, 레오퍼드 쇼트 팬츠는 잠바티스타 발리 BY 무이, 목걸이는 제이티아라, 반지는 스와로브스키, 뱅글은 오르시아.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봄빅스, 레오퍼드 쇼트 팬츠는 잠바티스타 발리 BY 무이, 목걸이는 제이티아라, 반지는 스와로브스키, 뱅글은 오르시아.

또 한 음절 노래네, 했어요. 이번엔 영어로 한 음절이긴 하지만요. 하하하. 만들다 보면 그렇게 돼요. 가사에서 제일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담으려고 하면, 꼭 한 자, 두 자더라고요.

야구선수의 징크스 같은 건가요, 취향인가요? 취향은 아니에요. 더 기억하기 쉽게 가자는 목표가 항상 있거든요.

지금까지 낸 앨범들이 일관되게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에요. 그것도 목표인가요? <꽃잎> 찍고 후반 작업을 호주에서 했는데요. 제가 열다섯 살이었거든요. 술은 못 마시지만, 스태프들을 따라 클럽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테크노를 처음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스무 살이 돼서 홍대에 갔다가 디제이들이 테크노를 트는 걸 알았고요. 완전히 테크노에 빠져서 살았어요. 신철 씨에게 픽업된 곳도 클럽이었죠.

이정현이 좋아하는 테크노의 요소는 뭔가요? 음울한 분위기일 수도 있고, 시각적인 충격일 수도 있고, 그저 리듬이나 소리일 수도 있고요. 그냥 제가 들어서 신나는 거요. 신나는 리듬이랑 독특한 멜로디를 좋아해요. 괴상망측한 멜로디, 이국적인 멜로디요. 하지만 대중음악에 그대로 접목시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죠. 대신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노래로 못 한 걸 많이 충족시키려고 해요. 누구보다 신경을 많이 써요.

가수 이정현보다 <꽃잎>의 소녀가 먼저 있었어요. 이정현이 안전한 걸 마다하는 성향을 가진 계기였을까요? 운명적으로 장선우 감독님을 만난 것 같아요. 운이 좋았어요. <꽃잎>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계기는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특이한 걸 워낙 좋아했어요. 애기 때부터 마이클 잭슨, 마돈나, 왬, 듀란듀란의 팝송을 들었어요. AFKN으로 뮤직비디오 많이 봤고요.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하고 지평이 넓어진 계기쯤은 될 줄 알았어요. 그 정도까지는….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의식했다면, 그 어린 나이에 사람들을 충족시키려고 계산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그때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그냥 미친 소녀로 살았어요. 가족들한테 뭐 하는지 얘기도 안 했어요. 촬영 한번 하면 다 멍투성이였거든요.

<꽃잎> 이후에 엄청난 찬사가 있었죠. 칭찬 받아서 좋은 건 잠깐이었고요,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니까 들어갈 작품이 마땅치 않았고, 작품 결정하는 법도 모르고, 주위에 충고해줄 사람도 없고. 제1회 부산영화제 때 홍보대사 겸 사회를 봐달라고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방에 숨어서 울었어요. 부산영화제가 뭔지, 왜 저길 가야 하는지,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이후 센 배역만 들어오면서 한국에서는 배우보다는 가수로 활동했어요. 평범한 역할을 하면서 이미지를 바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여러 가지 배역을 맡고 싶었는데, 들어오는 영화는 다 공포영화였으니까요. 중국에 가니까 착한 여동생, 연약한 여자, 황후 같은 배역만 들어오던데. 하하. 20대에 연기에 대해 가졌던 갈증은 중국에서 푼 것 같아요. 다시 국내에 들어와서 연기한 건 <파란만장> 때문이죠. 그 이후로 작품이 들어오더라고요. <범죄소년>의 강이관 감독도, <명량>의 감한민 감독도 <파란만장>을 보고 연락한 거예요.

<범죄소년>을 보고 처음으로 이정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이정현이 마치 외국 배우 같은, 그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부터 현실감이 생겼어요. 말하자면 록밴드 키스가 화장을 지우고 나온 거죠. 우와, 멋있다. 감사합니다. 아닌가, 심한 건가. 좀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사람처럼 나왔잖아요. 하하. <범죄소년> 이후에 그동안 왜 연기 안 했냐는 말 많이 들었어요. 저도 하고 싶었다고요! 근데 배역이…. , <가위> 뭐 공포 쪽은 죄다 들어왔어요. 또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고, 가수 쪽으로 잘 풀리니까 수익성을 따라서 그쪽으로 많이 돌렸고요. 저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찾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항상 기다렸어요.

<범죄소년>에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던 이정현과는 다른 이정현이 나와요. 하지만 이정현의 불같은 연기도 있죠. 미성년자 아들을 두들겨 패는 장면이요. 그때 성내는 게 굉장히 힘 있고 자연스러워서, 역시나 했어요. 수영 선수가 애들 풀에 와 있는 것 같은? 와, 좋다! 그 장면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감독님이 요구한 부분이기도 해요. 원래 아들있는 엄마는 손이 그냥 확 날아온대요. 얼굴 이런 데를 팍팍 치라고 했거든요. 아들이 자기랑 똑같은 인생을 사니까, 잠깐이나마 아들이 나를 버린 남자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거 찍을 때 영주가 되게 놀랐어요. 원래 잘 따랐는데, 이후에는 좀 피하더라고요. 하하.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들어가요. 그것도 의도한 거죠? 촬영하면서 의견을 많이 낸다고 들었어요. 너무 많이 내서 감독님들이 도망 다녀요. 근데 얘길 안 하면 제가 너무 불안해요.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내 생각대로 연기하고 감독님께 전달을 안 하면, 감독님이 다르게 오해하실 수도, 편집을 하실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의견은 누구나 있어도 아무나 설득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어쨌든 ‘와’도 회사를 설득해서 잘됐잖아요?  그때는 ‘배째라’ 였어요. 설득이라기보다는 진실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요. 감독님께 진심을 다해 말씀드리는 거죠. 캐릭터가 잘돼야 영화도 잘 되니까요. 어떨 땐 감독님이 맞고 어떨 땐 제가 맞는데, 서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좋은 게 나오기도 해요. 신파였던 <범죄소년>을 현실적으로 바꾸는 데도 일조했다고 들었어요. 이거 슬퍼, 나 너무 슬퍼, 이거 안 슬프잖아요. 슬프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어린 미혼모가 아들과 먹고살려고 한다면 슬픈 표정을 짓기보단 힘들어도 억지로 웃으면서 살아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진실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그 사람이면 그럴 것 같았어요.

‘V’ 역시 이정현의 입김이 강한 걸 알겠어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보는 건 ‘퍼포머’ 이정현이지만, 실은 ‘프로듀서’ 이정현의 역할도 큰 듯해요. 잘 몰라요. 프로듀서들이 원래 그렇게 해요? 되게 잘하고 싶으니까 생각을 많이 해요. 미니 앨범은 거의 완성 상태였는데, 2010년부터 타이틀 곡이 답보상태였어요. 맨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나오지는 않고, 거짓말쟁이가 됐죠. 그래서 ‘V’는 올여름에 내보려고 올 1월에 국내 작곡가들에게 전화해서 ‘하우스 스윙 팝’ 느낌 나는 곡을 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찾은 곡이 ‘V’예요. 다른 곡은 편안하지만 평이했어요. 근데 이 노래는 특이하더라고요.

미니 앨범은 언제쯤 될까요? 글쎄요, 타이틀 곡을 아직 못 받아서요. 얘기하면 또 그때 꼭 나와야 하니까 섣불리 말을 못하겠어요. 제가 정한 콘셉트가 많이 어렵나 봐요.

타이틀 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셉트인가요? 네, 콘셉트. ‘와’처럼 노래가 먼저 나오고, 동양적인 콘셉트를 하려고 편곡을 다시 한 경우도 있긴 해요.

‘평화’의 군복도 콘셉트가 먼저였어요? 네. ‘너’의 클레오파트라도 이집트 여행 갔다가 너무 하고 싶어서 콘셉트 정하고 아랍 악기들 넣어달라고 한 거예요. 작곡가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한편 재밌게 작업한다고 하는데, 잘 나오진 않아요. 헤헤.

지금까지는 잘 받아왔다고 생각해요? 더 잘 받고 싶어요.

눈높이가 더 높아졌을까요? 모르겠어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음악가가 나이가 들면 으레 하는 음악이 있잖아요. 재즈라든지, 블루스라든지, 당신은 어때요? 전 못할 것 같아요. 안 할래요. 자신이 없고요. 이미 잘하는 분이 많으니까.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앨범만 7장을 냈는데, 베스트 앨범은 어때요? 싫어요. 베스트 앨범 내면 그 다음에 앨범 못 내던데?

“그런 뮤직비디오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박찬욱, 박찬경 감독님 스태프들이랑 댄서 팀이랑 3일 밤을 새우면서도 약 먹은 사람들처럼 내내 싱글벙글했어요. 원래는 하룻밤만 새도 컴플레인 들어오고 난리도 아닌데 말이에요. 후반 작업도, 첫 방송도 정말 즐거웠고, 이제는 다 아주 즐거워요.”원피스는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 BY 무이, 반지는 21DEFAYE.
“그런 뮤직비디오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박찬욱, 박찬경 감독님 스태프들이랑 댄서 팀이랑 3일 밤을 새우면서도 약 먹은 사람들처럼 내내 싱글벙글했어요. 원래는 하룻밤만 새도 컴플레인 들어오고 난리도 아닌데 말이에요. 후반 작업도, 첫 방송도 정말 즐거웠고, 이제는 다 아주 즐거워요.”
원피스는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 BY 무이, 반지는 21DEFAY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