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열일곱 순정, 여진구 <1>

2013.08.30장우철

<해를 품은 달>에서 훤한 이마를 드러내고 웃던 어린 ‘이훤’, <보고 싶다>에서 이를 악물고 울던 어린 ‘한정우’. 여진구는 그때 열여섯이었는데 지금은 열일곱이 되었다. 영화 <화이>에서 그는 더 이상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니다. 온통 열일곱 살 여진구뿐이다.

가죽 재킷 블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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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비가 또 온다네요.
좋아요 저는. 아늑하고, 한없이 게을러지고, (날씨가 이런데) 오늘 촬영하겠어? 이러기도 하고. 비를 맞는 건 싫지만, 비 오는 걸 보는 건 참 좋아요.

사진 찍으면서 눈물을 흘렸죠. 안약은 거절했고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배우란 그런 건가요?
음, 눈물이 나게 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감정을 잡는 건데, 어떻게 해야 감정이 쉽게 잡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올라올 때도 있고, 겨우겨우 억지로 끌어올릴 때도 있어요. 근데 피곤하면 안 잡히더라고요. 그럴 땐 계속 잠만 와요.

감정을 ‘올린다’는 말이 퍽 새삼스럽게 들리네요.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뭔가 알 수 없이 확 올라온다는 느낌도 있어요. 좋은 배우는 자기 감정에만 완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아직 저는 주변 분위기도 많이 타요.

돌이켜보면 감정의 극단을 보여주는 연기를 많이 했어요. 아역배우에겐 늘 그런 식의 ‘센’ 연기를 요구하죠.
아무래도 극의 초반을 맡게 되니까요. 시청률을 생각하시는 거겠죠.

그렇게 한 방에 몰아치듯 연기하고 나면 상실감이랄지, 그런 게 클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좀 그래요. 감정이 평온한 것보다는 좀 세야 연기하기 편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이번엔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다 맡았어요.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니지요.
시놉을 먼저 봤어요. 범죄자들에게서 길러진 아이라는 설정이 신선하더라고요. 그리고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었고요. ‘화이’라는 애는 굵은 뿌리 같아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잔뿌리를 내리긴 하는데, 그 뿌리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정말 자기만의 것을 우직하게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 굵은 뿌리의 정체를 스스로 알게 되는 거죠.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집중했기 때문이겠죠? <화이>를 찍고 나서 여진구는 뭐가 달라졌나요?
평상시요. 전에는 친구들에게, 오늘 얼굴 보자, 모이자, 먼저 말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친구들이 얼굴 한번 보자 해도, 시간은 되는데 나가기 싫어, 그러더라고요. 저는 분명 나가는 애였거든요? 근데 집에 있고 싶더라고요.

집에 남아서, 뭔가 힘들어하는 건가요?
몸은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감정이 격하고 세다 보니까 여운은 남았어요. 작품 하나를 길게 이끌어간다는 게 이런 건가, 했죠.

좀 성장한 것 같나요? 현장을 겪는 태도랄지, 작품을 보는 눈이랄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는 여전히 장난 잘 치는 애거든요? 감독님이랑 선배님들은 모니터 앞에서 말씀하시는데, 저는 누나들하고 가위바위보 하고 있고. 작품 보는 눈도 아직은 모르겠어요. 어떤 게 사람을 더 끌어당기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온통 남자들에 둘러싸인 현장이었죠?
좋았어요. 굉장히 편했어요. 여자 선배님들이나 또래 여자애들이 있으면 앉아 있을 때도 자세가 이렇게 되거든요?

이등병 점호 받는 자세?
네, 근데 여긴 전부 다 남자니까, “어 그래 앉아 앉아, 쉬어쉬어” 이러세요. 그리고 액션 연기를 할 땐 집중과 몰입이 정말 엄청나더라고요. 저도 덩달아 막 따라가면서 그 리듬에 맞췄는데, 정말 감사한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너무.

아까 뿌리 얘길 했는데, 여진구라는 배우도 요즘 하루하루 굵은 뿌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겠죠?
근데, 올여름은 며칠 후 일본에서 열리는 팬미팅 때문에 그게 참….

뉴스 봤어요. 큰 곳에서 노래도 하고 그런 건가요?
네, 여름을 정신없이 보냈어요. 일본어도 배우고, 노래 준비하고, 춤 준비하고…. 사실 일본에서의 반응 같은 걸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거길 가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진구는 어린가요?
예전보다 어른스럽다는 얘기를 자주 들으니까 다행인가 싶다가도, 근데 작년에도 충분히 어른스러웠잖아? 지금은 그럼 뭐지? 이러죠.

니트 다니엘레 피에솔리 BY 인터메조, 바지 우영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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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리바이스, 바지 A.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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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박지혁
    스탭
    스타일리스트/김봉법, 헤어/김민정, 메이크업/박이화, 어시스턴트 /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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