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순정, 여진구 <2>

<해를 품은 달>에서 훤한 이마를 드러내고 웃던 어린 ‘이훤’, <보고 싶다>에서 이를 악물고 울던 어린 ‘한정우’. 여진구는 그때 열여섯이었는데 지금은 열일곱이 되었다. 영화 <화이>에서 그는 더 이상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니다. 온통 열일곱 살 여진구뿐이다.

셔츠 뮌 AT 커드.
셔츠 뮌 AT 커드.

 

‘아무개 폭풍성장’하는 식의 기사들을 보면 어때요? 자기가 생활하는 시간과 대중이 바라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요.
얼굴은 지금도 충분히 어른스러워 보인다지만, 어쨌거나 저는 청소년에 미성년자니까요. 난 아직 어른이 아니라구! 외치고도 싶어요.

그 나이에는 일부러 어른인 척하기도 하잖아요. 몰래 술이나 담배를 하기도 하고.
술은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할 거 같아요.

아직 안 마셔봤어요? 아버지가 한잔 주시거나.
아뇨 아직. 근데 남자들이 전화할 때 보면, 나와서 술이나 한잔 하자, 이런 말이 당연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술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담배는 무서워요. 연기가 막 목으로 넘어간다는 게…. 현장에서 보면 선배님, 감독님, 다들 담배를 피우시는데요. 그때 하는 얘기가 특별히 깊고 좋아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아, 담배도 피워야 하나? 그런 고민 살짝 되는 거 같아요.

여진구의 기준으로, 소년은 언제 남자가 되나요?
주민등록증 나오면요.

주민등록증은 아직 없지만, 배우가 확실히 내 것이라는 확신은 있어요?
네, 매력 있어요. 그리고 재미있고요. 제게 맞아요. <화이> 같은 경우는 감정도 세고, 액션도 굉장히 많아서 훨씬 긴장했거든요. 액션 장면은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그런 긴장이 바로 집중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뭔가 자제하려는 차분함도 생기고요. 신기했어요. 긴장한다고 해서 막 떨면서 어어어, 이게 아니라, 집중이 된다는 게.

액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실제로 치고받고 싸운 적 있어요?
성격이, 웬만하면 그냥 좋게 좋게 가자는 쪽이에요. 친구들끼리 장난치고 놀리고 괴롭히고 그런 걸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까지는 주먹으로 싸우고 그런 적은 없어요.

내가 주먹 한번 쓰면 일이 커진다, 왠지 그런 느낌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요?
아…뭐… 제가 화나면 무서운 거 같긴 한데, 하하,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한텐 화를 잘 안 내서.

요즘 거울 보면 무슨 생각해요?
살 좀 빼야겠다. 얼굴만 문제가 아니라 하체가…. 근육을 빼야 해요. 운동을 안 하면 아픈데, 그게 근육통이래요. 처음엔 이게 성장통인가 보다 하고 막 좋아했는데 근육통인 거예요. 근육 빼려면 움직이지도, 먹지도 말라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냥 자신 있게 반바지 입고 돌아다녀요.
제가 봐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서. 어휴 이 허벅지!

요즘 ‘연하남’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연하로 치면 가장 연하일 텐데, 허벅지 두꺼운 연하남은….
어떡해야 하지? 시간이 빨리 가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유행이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어요? 자신감을 가져요.
아, 그런 말을 들으니까 솔깃하긴 합니다.

고등학생이죠? 영어와 수학 중엔?
수학을 못해요. 그냥 못하는 게 아니라 싫은 거 같아요. 수학 선생님도 싫어요. 그분이 싫은 게 아니라, 그분은 문제를 잘 푸시잖아요. 어떻게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잖아요. 근데 왜 난 전혀 모르겠지?

그럼 마지막 질문. 배우 여진구에게 없는 것 중 딱 한 가지를 가질 수 있다면?
저요? 수학 100점짜리 시험지요.

수트 디그낙 BY KANG.D, 셔츠 김서룡 옴므, 구두 일레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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