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소리

문소리는 편식하지 않는다. 음식도, 영화도, 사람도.

빨간색 상의는 이세이 미야케.
빨간색 상의는 이세이 미야케.

 

빨간색 점프 수트는 앤디 앤 뎁.
빨간색 점프 수트는 앤디 앤 뎁.

 

검정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 반지는 모두 엠주.
검정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 반지는 모두 엠주.

너무 말라서 좀 놀랐어요. 다이어트 중인가요? 아니에요. 사진 찍으면 그래 보이진 않아요.

목소리가 많이 갈라지네요. 기자회견에서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다니엘) 헤니는 한국말을 못하고, (설)경구 오빠는 말을 많이 안하니까 제가 말을 많이 했죠. 하하.

말 잘하는 남자는 어때요? 예전에 끼 있는 남자하곤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러곤 반년이 지나 장준환 감독하고 결혼했죠. 내가 뭐 하러 그런 말을 했는지…. 사적으로 매번 이렇게 말했어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영화감독은 싫다고요.

장준환 감독은 좀 모범생 같아요. 잘 몰라서 그래요. 촬영 들어가면 자기 영화밖에 몰라요

영화감독은 다들 그렇지 않나요? 모든 감독은 철저하게 이기적이에요. 하지만 확실한 자기세계를 위해 이기적인 거니까 괜찮아요. 감독은 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어떤 인간이 주저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자신감이 중요하죠. 그렇다고 장준환 감독도 저를 함부로 대하는 건 아니에요. 항상 배우로서 존대해요. 저도 커튼을 하나 바꿔도 결정은 남편이 하라고 확인 받아요.. 서로 타입이 많이 달라요. 그래서 도움이 돼요.

성격도 정반대일 것 같아요. 맞아요. 여행을 가서 체크아웃 할 때 되면 정리를 착착착 하는 편인데, 그 사람은 ‘호’ 입김 불어가며 카메라 렌즈 닦고 있어요. 처음엔 ‘저 사람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놓치는 부분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카메라 렌즈 중요하잖아요. 하하. 답답해하지 않고 제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챙기는 거니까 잘 맞는 것 같아요. 성격은 정반대지만 가치관은 같은 편이죠. 사실, 딱 맞는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 서로 잘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감독과 배우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많이요. 배우는 예민한 직업인데 결혼과 출산이 많은 안정감을 줘요. 위안이 될 때가 굉장히 많죠.

그래서인지 이제 문소리의 얼굴에서 <오아시스>는 떠오르지 않아요. 배우가 배역 때문에 이미지가 바뀌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떻게 살았느냐가 얼굴에 보이는 거 같아요. 그거 무서워요. 대중에게 제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실수하거나 후회하는 거 들킬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그런 거 들키기 싫으면 연기하다가 돌연 은퇴 선언하고 멋지게 사라져버려야 해요. 일상과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느냐가 중요해요.

초창기엔 연기에 일관된 색깔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때는 감독에게 쑥 빠져서 연기했어요. 제 자신의 장단점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조건 감독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찾아내려고 더 많은 것을 물어보고 의지했어요. 내 세계는 아무것도 없는 채로. 지금은 감독의 세계와 내 세계가 만나서 다른 맛이 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어땠어요? 최근엔 안 그랬어요. 또 그렇게 작업해보고 싶기도 해요. 아, 홍상수 감독님이랑 할 때는 그렇게 돼요. 최근에 감독님하고 작품했어요. <하하하> 때 모든 게 새로워서 이번엔 새롭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신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하하하>에선 구김 없이 행복해 보였죠. 그런 문소리는 처음 봤어요. 예전엔 가시가 돋친 듯이 연기하다가 일이 끝나면 줄이 끊긴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쓰러졌어요. 근데 <하하하>를 찍고 나서 연기하며 노는 게 제일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죠. 마음이 바뀌었어요. 재미있게 일하고, 오히려 일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를테면 운동하고, 집 안을 꾸리고, 공부하는 게 오히려 일인 거죠.

결혼하고 더 좋은 것만 봤을까요? 아이고, 좋은 것만 봤겠어요? 하지만 받아들이는 마음이 변했어요. 영화에서 웃고 예쁜 장면만 나온다고 좋은 건 아니잖아요. 보기 힘든 장면도 있고 울기도 하고 가슴 졸이면서 감동 있는 영화가 더 좋잖아요. 결혼생활도 감당해야 될 힘든점이 있어요. 아기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집에서는 뭐가 보여요? 배밭. 옆에는 잣나무들이 굉장히 많은 야트막한 동산. 멀리는 소 키우는 축사. 가깝게는 여러 가지 집. 하늘과 사계절.

딸 연두는 좋은 데서 사네요. 연두는 진짜 좋은 것만 보는데 사람을 많이 못 봐요. 하하. 결혼하면서 부모님 계시는 데로 들어갔어요, 남편이 하도 빨리 결혼하자고 해서 집을 구하고 살림을 차리고 할 겨를이 없었어요. 잠깐 부모님 사시는 데로 들어가서 살려고 했는데 거기서 못 나오고 있어요. 남편도 “여기도 좋은데요?” 이러고. 흐흐. 평택이에요.

출퇴근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물론 매니저가 왔다 갔다 하긴 너무 힘들지만 이동시간이 긴 것도 나름 좋아요. 깊은 단잠을 자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하니까요. 집에 하루 종일 아기랑 있다 보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가 없어요. 하루 종일 동요죠. 차를 타면 듣고싶은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요즘엔 어떤 음악을 주로 들어요? 코헨도 듣고, 한창 장마 때는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들었어요. 최근 출연한 홍상수 감독님 작품이 약간 멜로여서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같이 출연한 카세 료가 음악 추천도 해주고.

그 영화에 카세 료 씨도 나오고 정은채 씨도 같이 나오는데 최근에 스캔들이…. 그 얘기는 안하는 걸로. 아니라니깐 아닌 걸로! 하하하.

하하. 홍상수 감독의 신작은 멜로인가요? 정통 멜로라고 하긴 그렇지만. <하하하>보다는 훨씬 멜랑콜리하고 가슴 떨리는 드라마가 세졌어요. 아직 못 봤지만 그런 예상이 들어요.

결혼 후에 <하하하>를 빼면 거의 장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크게 뭔가 변해서 방향을 틀었거나 의도한 건 아니에요. 배우는 선택 당하는 직업이니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죠. 그리고 기본이 탄탄한 배우가 더 되고 싶었어요. 제 연기의 장점이자 단점이 굉장히 불안하다는 거예요. 위태위태하게 불안한 순간들이 있어요. 개성일 수도 있지만, 기본기를 더 탄탄히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장르 영화도 해보고, 코미디에도 도전한 거예요. 드라마도 해보고.

예전에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 출연했는데, ‘이황’ 연기는 만족했어요? 반응은 좋았는데. 잘하진 않았어요. 드라마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전에 한 <태왕사신기>는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어서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누군가 정통 드라마는 주말 드라마라고 말하기에 해본 거였죠. 그러니까 드라마란 안정적인 선택을….

한 건가요? 안 한 거죠. 영화 대신 드라마를 선택하는 건 불안정한 선택이었어요. 오히려 저한테는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이번에 찍은 영화 <스파이>도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정통 코미디 안의 문소리는 좀 생경할 것 같아요. 저는 겁이 났어요. 사실, 이 작품이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그러니 촬영이 중단되었다 다시 시작했을 때 오히려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고요. 그렇지 않았으면 ‘내 연기가 웃긴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산전수전 다 겪고 카메라 앞에 서니까 ‘아유, 그냥 잡아 잡수세요’ 하며 마음을 놓게 되었죠. 근데 이렇게 쓸데없는 고민 안 하고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문소리는빡빡한 일정 때문에반나절 동안 밥을 먹지못했다. 그런데도촬영을 위해 준비한음식으로 허기를채우지 않았다." 스태프들과회식있어요. 다들기다리고 있는데나 혼자 먹을 순 없지."
문소리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반나절 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런데도
촬영을 위해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지 않았다.
“<스파이> 스태프들과
회식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나 혼자 먹을 순 없지.”

<스파이>를 만든 이승준 감독은 윤제균 감독에게 뿌리를 두고 있어요. 10여 년 전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을 보고 많이 웃었나요? 아우, 못 웃었어요. 이게 웃긴 건가? 싶었죠. 외국에 사는 친한 친구가 <색즉시공>을 보고 웃다가 울었다는 거예요. “에에? 웃다가 울었다고?” 그랬죠. 사실 윤제균 감독의 JK필름 영화가 ‘뻥’ 이야기 영화가 많죠. 이번에도 핵미사일 쏘고, 첩보 이야긴데, 정서가 뻥은 아니에요. 영화가 지니고 있는 밑바닥 감정은 정말 사실적이에요. 우리 생활에 있는 감정이죠. 무슨 이야기인지보다 감정이 중요한 영화예요. 그래서 이전에 하던 영화와는 다르지만 받아들이게 되었죠.

임찬상, 강이관, 이하 감독을 거쳐 최근작인 <분노의 윤리학>, <스파이>까지 신인 감독들이에요. 벌써 다섯 번째죠. 신인 감독과 연기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배우도 있어요. 촬영할 때는 많이 불안해하고 그렇지만 그래도 결과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거잖아요.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랑 좋은 과정을 거치면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스파이>도 그런 믿음이 있는 작품이에요. 사실…. 감독이 제일 중요해요. 처음에는 감독이 중요해서 이 영화를 선택했지만…. 아우! (매니저한테) 여기 담배 하나만 주라!

중간에 감독이 바뀌었죠.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진 않죠. 그러나 꼭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해서 잘못되는 건 아니에요. 정말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한마음으로 뭉쳤으니까 그것이 작품 안에 남아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들이 그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어느 현장보다 배우들끼리의 앙상블이나 화합이 좋았어요. 어려움이 있을수록 내부의 결속은 강해지잖아요. 이 영화에서 제가 코미디를 담당해야 하는데 관객들이 그걸 보고 웃는다면 그 8할은 다른 배우들이 “아이구 잘한다 문소리” 해줬기 때문이에요. 윤제균, 이승준 감독, 설경구, 고창석 선배, 헤니까지 정말 튼튼하게 바탕을 깔아줘서 재미있게 했죠.

관객이 웃을 것 같다는 확신이 좀 드나요? 모르겠어요. CG도 음악도 안 되어 있는 러프한 건 봤는데 그거 갖곤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하던대요. 정말 큰 도전이었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더 큰 도전이겠죠? 엄청난 도전이죠. 배우니까 더욱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봐야 하는데, 놓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싶어요. 그리고 아이 얼굴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객관적으로 알게 됐어요.

딸이 엄마를 닮았어요? 처음에 보면 전부 다 아빠 닮았다고 그래요. 한데, 저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 다 연두인 줄 알아요. 저랑 판박이예요. 그러니 연두 보면 내 얼굴의 장단점까지도 정확하게 보여요. 만날 거울 보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편견과 판타지가 나한테도 많이 있었구나 싶죠. 아이를 보면 이게 어울리고 이것이 안 어울린다는 게 객관적으로 보이잖아요. (휴대전화를 꺼내며) 아우, 우리 아기가 어떻게 생겼냐면 요렇게 생겼어요. 그리고 저 어렸을 때 사진 보여줄게요.

엄마랑 똑같은데요? 똑같죠? 이 사진을 우리 딸 보여주면 연두가 “연두? 연두?” 이래요.

엄마처럼 자랄까요? 엄마보단 나아야죠. 아빠 닮아서 체격이 커요. 눈이 덜 동그랗고요.

스스로를 위해선 돈을 안 쓰고 아이에겐 한없이 해주고 싶은 그런 엄마일까요? 아기 옷 거의 남대문에서 사요. 저는 스스로도 뭘 안 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까 사고 싶은 게 많지도 않아요.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 아이한테 뭘 사주기 전에 열 번 이상 고민하라고. 그것이 아이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될지 생각하라고. 정말 내 딸도 소비에서 쾌락을 느끼며 사는 아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건 순간적인 쾌감이잖아요. 어떤 걸 살 때 드는 돈만큼 그 물건이 계속 그 행복을 주지는 않잖아요. 사는 순간 가장 짜릿한 거죠. 그건 참 부질없어요.

최근에 산 물건 중 가장 비싼 건 뭐예요? 친구 옷가게에서 산 몇만 원짜리 옷. 흐흐. 아, 코헨 CD 전집 샀어요. 그거 사서 참 기분 좋았어요. 아, 정말 없나? 잠깐 생각 좀 해볼게요. 음…. 없어요. 생일날 선물 받은 백이 제일 비싸요. 전 명품 백이 딱 하나 있어요.

딱 하나요? 네. 남편하고 시댁 어른 뵈러 미국에 갔는데, 그때가 마침 크리스마스 빅 세일 기간이었어요. 남편이 아무거나 하나 고르라고 그러더라고요. 결혼할 때도 실반지 하나만 하고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래서 사주고 싶다고. 그래서 자나가다 골랐는데 그게 명품이었어요. 프라다 갈색 가죽 백. 처음엔 프라다인 줄도 몰랐어요. 남편도 선뜻 사주더라고요. 앞으로 평생 들라고. 하하. 그 가방 아주 좋아요. 매우 좋아서 자주 들기도 그렇고 너무 안 들기도 그래요. 그 백은 돈의 가치를 충분히 하고 있어요. 어떤 물건이든지 그 가방과 같다면 그 정도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지만, 그냥 그런 명품 백으로 자신감을 포장하고 싶진 않아요.

문소리의 자신감은 뭐예요? 정확하게는 모르죠. 그렇지만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배우는 욕망의 꽃인 직업이잖아요. 쉽게 많은 욕망을 실현할 수 있고요. 그게 굉장히 위험한 지점인 것 같아요. 자신을 잘 파악하기 어렵고 화려한 것에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일상에서는 욕망들을 좀 자제하고 싶어요. 좀 더 생산적인 고민을 하면서 살고 싶고. 그런 노력이 저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요.

인터뷰에 오기 전 <사과>를 다시 봤어요. 당신이 작품의 시작부터 참여한 영화였죠. 요즘 영화가 자극적이라 그런지 잔잔한 듯 좋았어요. 아까운 영화예요. 한창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찍고 <사과> 찍고 <가족의 탄생> 찍고 그럴 때, 작은 사이즈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 되었어요. 요즘엔 많이 제작되지 않잖아요. <스파이> 같은 코미디 영화도 하고 <사과> 같은 영화에도 출연하고 자유롭게 날아다녔으면 좋겠어요.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가 많아요.

영화 시장이 문제일까요? 지금 영화판에 문제가 있잖아요! 제가 <스파이>를 위해서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판의 문제 제기까지 하면, 이건 너무 심각해지잖아요. 그런 건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아요. 그동안 혼자 문제 제기를 너무 많이 해왔어요. 하하하.

정치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좀 부담스러워졌을까요? 저는 썩 변한 게 없어요. 물론 민노당은 탈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의 생각이 바뀌거나 저의 색깔이 변한 건 아니에요. 당적은 변했죠.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곳이 제가 일하는 곳이고 그곳이 갖고 있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일 수 있고, 만약 정치적인 문제라면 충분히 가담해서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함께했던 거예요. 최근엔 제가 임신하고 애 낳고 바쁘니까 조금 덜 불러준 거죠. 변함없는 태도를 유지하며 살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어떤 대중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런 반응을 신경 썼으면 제가 그동안 그렇게 못했죠. 매니지먼트 회사는 “너무 그러면 또 광고도 하기 힘들고” 하면서 걱정하죠. 하지만 전 “언제 광고로 먹고살았어? 작품만 해도 감사해. 영화에서 연기 못하게 될 정도까지는 안 할게” 그래요. 주객이 전도될 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거죠. 저는 배우라는 직업인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고, 또 경기도 도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그런 문소리로서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책임감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유지할 거예요. 남편과 얘기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장준환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 같은 SF영화를 찍었지만 오히려 저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같이 늘 얘기하고 있어요.

아이가 생겨도 변하지 않는군요. 오히려 아이가 생기니까 사회에 대한 걱정과 책임감이 더 깊어졌어요. 연두가 살아야 하는 세상이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들이 촛불도 켜고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끝내 소신을 갖고 열심히 잘살면 대중은 진실을 놓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그런 확신으로 연기하고 살아야죠. 그래야 저도 연기에 진심을 담을 수 있고, 관객도 제 진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을 미리 불신하면 연기하기 힘들 거 같아요.

9월엔 <스파이>가 개봉하고, 10월엔 장준환 감독의 신작 <화이>가 개봉해요. 어떤 영화가 더 흥행할까요? 우린 밖에 나오면 남남이에요. 하하. 하지만 흥행은 그냥 쌍끌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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