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깎고 썰고 갈고 짜고

2013.09.06GQ

밥상머리에 앉아 받아 먹을 때보다 나서서 거드는 편이 훨씬 즐겁다.

 

TOOLS

칼, 가위, 포크보다 똑똑한 주방 도구들

1 딸기 꼭지 따개
인형 뽑기 집게처럼 생긴 날 끝으로 딸기 꼭지를 쪽쪽 뽑는다. 꼭 딸기가 아니라도, 토마토 같은 과일 꼭지 하나도 섬세하고 말끔하게 잘라내고 싶은 마음을 헤아리는 작은 도구다.

2 감자칼
없어도 괜찮지만, 있을 때완 비교도 안 된다. 칼날의 양옆으로 튀어나온 돌기는 감자 싹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을 파내는 기능을 하는데, 그 작은 것도 고맙게 느껴진다.

3 바나나 슬라이서
물렁물렁한 바나나 썰기는 뜨거운 달걀말이를 써는 것만큼 어렵다. 껍질 깐 바나나를 홈에 맞게 끼우고 한 번에 썰면 반듯하고 일정한 굵기의 바나나 조각이 일곱 개 나온다.

4 매셔
찐 감자나 삶은 달걀을 으깰 때 쓰는 도구. 숟가락 뒷면을 써도 괜찮지만, 매셔가 있으면 요리가 한결 신난다. 반대로 숟가락 뒷면을 쓰던 다른 요리에도 매셔를 활용할 수 있다. 찬밥으로 볶음밥을 만들 때나….

5 강판
감자, 무, 생강이나 과일을 으깨고 즙을 낼 때 쓴다. 소스를 만들 때나 감자전을 부칠 때, 레몬 껍질을 긁어 향을 낼 때도 두루두루 쓴다. 믹서에 가는 것보단 식재료의 맛이 살지만, 늘 손 조심해야 한다.

6 밤 가위
칼로 생밤을 깎으면 꼭 피 보는 일이 생긴다. 밤 가위는 가위가 크게 벌어지지 않고 날도 무뎌서 집게로 껍질을 잡아 벗기듯이 깎을 수 있다. 각도 좁게한 뒤 재빠르게 가위를 움직여야 한다.

7 만능 필러
감자나 오이 껍질을 깎는 칼, 껍질을 깎으면서 동시에 채까지 써는 칼, 토마토나 키위 같은 물렁물렁한 껍질을 깎는 칼을 하나로 합쳤다. 껍질을 잘 깎는 일이 요리의 시작이라는 걸 세심하게 알려준다.

8 주름 커터
써는 동시에 주름 모양을 만드는 칼이다. 탕수육 안에 들어 있는 오이, 당근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도토리묵을 썰 때나 카스텔라를 썰 때도 유용하다. 정직하게 잡히는 주름이 맛이다.

9 레몬 즙기
레몬을 짜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쉬워 보이지만, 막상 마구 흩뿌리다간 어금니로 레몬 씨를 씹게 될지도 모른다. 손가락으로 받치고 즙을 짜내는 방법보단 이런 도구를 이용하는 게 더 우아하다.

10 달걀 슬라이서
삶은 달걀을 무림 고수처럼 한 번에 여러 조각으로 자를 수 있는 도구. 얇은 줄이 칼자국도 남기지 않고 달걀을 조용히 절단낸다. 장조림 속 달걀을 썰 때도 기가 막힌다.

11 치즈 그라인더
치즈를 눈처럼 흩뿌리고 싶다면 딱 맞는 도구가 필요하다. 파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한 덩이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푸들 털처럼 곱게 갈린다. 왼손잡이도 원하는 방향으로 힘차게 돌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12 마늘 다지기
칼등으로 마늘 다지기는 웬만한 요리 내공으론 힘들다. 악력으로 마늘을 찧는 이 도구를 쓰면 훨씬 쉽다. 칼등으로 마늘 다지기만큼 시간을 들여서 설거지를 꼼꼼히 해야 한다는 점만 뺀다면.

13 푸드 프로세서
‘프로세서’라는 애매한 명칭이 붙은 이유는 기능이 워낙 많아서다. 날을 바꿔 끼우면 다지기, 채썰기, 으깨기, 휘젓기, 일정한 두께로 자르기를 해치운다. 집들이도, 차례 상 차리기도, 심지어 시집살이도 두렵지 않다. .

14 허브 가위
힘겹게 칼질을 하다 보면 가위손처럼 여러 개의 가위로 모조리 잘라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섯 개의 날이 하나로 합쳐진 이 가위로는 쪽파도, 파슬리도, 바질 잎도 사정없이 다질 수 있다.

15 호두까기
호두를 홈에 끼고 힘을 꽉 주면 와그작하고 껍질이 열린다. 작은 홈을 이용하면 잣이나 은행같은 견과류도 모두 깔 수 있다. 정교하게 작동되는 도구가 아니라서, 흔히들 견과류 망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립스 푸드마스터 HR7761

필립스 푸드마스터 HR7761

푸드 프로세서는 깎고 자르는 게 일인 요리 준비 과정의 혁명을 불러왔다.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15분 만에 온갖 요리를 해내는 것도, 사진 속 채소와 과일을 단 몇 분만에 다 썰어 버린 것도 푸드 프로세서 덕이다. 얼핏 믹서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여러 종류의 날을 갈아 끼워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썰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속 육중한 날은 푸드 프로세서의 날이 아니다. 실제론 작고 얇은 강판 같은 날을 쓴다. 이 푸드 프로세서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1960년대에 프랑스 출장 요리 회사의 영업사원이었던 피에르 베르당이었다. 역시 간절한 필요는 변화를 이끈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정우영
    제품 협찬
    필립스 푸드마스터 HR7761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