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오래 할 일

서래마을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의 이충후 셰프는 차분히 말했다.그 앞에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손기은

웃음이 났다는 말은 기분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이 젊은 셰프에게 기대한, 혹은 막연히 생각했던 말에 가까웠다. “요리를 3~4년 하고 끝낼 건 아니잖아요. 점심 영업을 하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 쉬는 것도 계속 즐기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저에게 기대가 많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기대 때문에 부담되진 않아요. 더 큰 기대도 상대해봤으니까요.” 이충후 셰프는 프랑스 ‘르 샤토브리앙’과 이나키 셰프의 세컨드 레스토랑인 ‘르 도팽’에서 2년 넘게 일하다 올 초 한국으로 들어왔다. 네오 프렌치 비스트로라는 새로운 영역을 품고서. 네오 프렌치 비스트로는 격식은 허물고 대담한 시도를 하는 프렌치 요리의 한 흐름이다. 태운 가지로 디저트를 만들거나 파인애플 위에 퍼핑스타를 올리는 식이다. “르 코르동 블루에서 공부하고, 그 이후 유명한 곳에서 인턴도 했지만, 요리에 대한 확신이 자꾸 사라졌어요. 그러다 서점에서 요리책을 여러 권 봤는데, 두 번이나 같은 셰프의 요리 사진에서 눈이 멈췄어요. 이나키 셰프요.” 계속 겨냥하면 결국 향하게 된다는 말은 당시 스물다섯인 그에게도 통했다. “그때 배운 요리 콘셉트나 운영 방식 등은 거의 그대로 가져왔어요. 음식도 프랑스에서 하던 대로 똑같이 요리합니다. 처음부터 제 색깔을 찾으려고 억지 부리는 건 위험하니까요.” 요리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음악도 틀지 않고, 아무런 장식도 없는 테이블 앞에서 그의 목소리가 꼿꼿하게 울렸다. 7코스 7만원. 유연한 요리를 위해 메뉴판엔 식재료만 쓰여 있다. 02-532-0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