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랑한 가족의 연대기

자크 앙리 라르티그는 60년 동안 가족을 찍었다. 오랫동안 관찰하고 한결같이 사랑하면서.

20세기 초반 프랑스는 아름다운 평화의 시절이었다. 자크 앙리 라르티그는 파리 교외 쿠르브부아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자크에게 카메라를 선물한 건 아버지였다. 심심할 때 나무도 찍고 여우도 찍어보라는, 대수롭지 않은 이유에서. 그날 이후 그는 60년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찍었다. 소년 시절부터 노인이 됐을 때까지 아마추어 사진가로 즐겁게 찍은 사진들은 패밀리 앨범이자 한 가족의 연대기로 모였다. 그는 어떻게가 아닌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생각했고, 그 귀결점은 늘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질감이 도드라지는 흑백으로 인화한 그들의 모습은 순수하고 솔직하고 대담하다. 크고 멋진 고딕풍 저택과 파리 교외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으로 시작한 얘기는 칸과 비아리츠의 여름 별장과 한겨울 폭설로 뒤덮인 스키 캠프까지, 계절과 마음을 담은 채 조용히 이어진다. 에르메스의 베로니크 니샤냥은 이 사진가의 작업을 보다가 번쩍하는 힌트를 얻었다. 평화로운 시절 프랑스의 브루주아들, 그들의 고상하고 우아한 삶에 부드럽게 밀착되어 있는 스포츠. 마침 2013년 에르메스의 주제를 ‘A Sporting Life’로 정한 참이어서 이 사진들은 그녀에게 더 각별했다. 결국 그녀는 에르메스의 이름으로 자크 앙리 라르티그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그중 가장 평화로운 몇 컷을 여기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