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회색

잿빛 겨울엔 묵직하고 단단한 체스터필드 코트가 정답.

Jonathan Saunders

몇 년 전엔 대부분의 코트가 너무 꽉 끼었지만 그땐 그게 ‘옳았다’. 두꺼운 울 코트 위로 배와 엉덩이 굴곡이 드러나도 어쩔 수 없었고, 채워서 딱 떨어지게 입도록 재단해 단추를 풀 수도 없었다. 다들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품이 좁고 주머니도 없는 단순한 코트를 입었으니까. 그래서 일반적인 오버코트는 아버지에게 물려 입은 것처럼 보이거나 그걸 입은 자는 1990년대 홍콩 느와르에서 헤어나지 못한 얼뜨기로 보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전통적인 수트와 코트가 흐름을 탔다. 재킷 위에 덧입을 수 있는 테일러드 코트도 대거 등장했다. 강건한 어깨에서 여유롭게 떨어지는 코트의 우아함이란! 유수의 남성 잡지들은 전통적인 코트를 앞다퉈 다뤘다. 올해는 범위를 좀 더 좁혔다. 코트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많은 디자이너가 체스터필드 코트를 만들었다. 수트와 입을 땐 격이 있지만, 스웨터에도 그만이다. 유행에 지조 없이 흔들리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한 번 사면 백 년은 끄떡없다. 뭘 좀 아는 남자들이 지나치게 흥분한 건 다 체스터필드 코트 때문이다. 올해처럼 잘 만든 코트들이 쏟아져 나온 건 실로 오랜만이라서.

ALAIN DELON
젊은 시절 알랭 들롱이 좋아했던 건 회색 수트, 숄칼라 턱시도, 검정색 스웨터다. 블루종을 입을 땐 하이넥 스웨터도 곧잘 입었다. 그래도 겨울엔 꼭 체스터필드 코트를 골랐다. 더블 브레스티드든 싱글 코트든 상관하지 않았지만 수트에 흰색 셔츠와 타이는 언제나 갖춰 입었다.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의 라펠은 날렵하고 큰 것을 골랐고, 싱글 코트를 입을 땐 가끔 칼라 깃을 세웠다. 알랭 들롱이 입은 옷들은 유난스럽지 않았지만 평범하지도 않았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