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드 로는 어디로

변한 얼굴과 줄어든 머리칼 이야기로 덮어버리기엔 주드 로는 여전히 눈부시다.

“나이가 들면서 입 밖으로나오는 말에 더 많은주의를 기울이고 더 많이인식하게 됐어요. 언어같은 환상적인 도구를 더정확하게 사용하려는 노력자체가 저에게 즐거움을 줄정도로요.”

주드 로는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사람이 들어서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가 빠진 문제의 책은 나오미 우드의 <더 갓리스 보이즈>. “아주 재미있는 책이에요. 이 책의 판권을 샀는데 언젠가는 제작할 수 있겠죠? 사실은 그 영화를 직접 감독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배우가 감독으로 전향하는 것이, 그 반대보단 더 쉽잖아요. 세트의 정치학이나 권력, 서로간의 균형과 관계에 대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생의 2~3년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확신이 가는 이야기를 찾는 일이겠죠.” 그는 피터 린드버그와의 촬영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영화 세트장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날들에 비하면 여유로운 기간이다. “그동안 진짜 바빴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을 찍느라 열흘 동안 정신없었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사이드 이펙트>도 끝냈고요, 소더버그의 <컨테이전>도 찍었죠. 스티븐은 진짜 대단해요. 감독이면서 카메라맨이고, 편집도 하잖아요. 그의 영화엔 그만의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하는 선명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게 보여요.”

검은색 스웨터와 레오타드, 맨발, 마흔 살. 주드 로에겐 더 이상 <리플리>에서 맷 데이먼이 죽도록 질투한, 전 세계 여자 관객들의 마음을 매혹시킨 디키 그린리프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없다. 하지만 샘 멘데스 감독의 <로드 투 퍼디션>이나 <컨테이전>과 같은 영화들에서 추한 모습을 주저하지 않고 보여준 그에게 나이가 든다는 건 문제가 되기는커녕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뿐이다. 반면 주드 로가 평소 이야기를 할 때 단어에 기울이는 주의력, 표현의 정확함은 갈수록 노련해진다. 이건 그의 사생활에 매체가 끊임없이 침입하는 바람에 생긴 습관이라는 걸 그도 인정한다.(지난 1월 타블로이드 <뉴스 오브 더 월드>지와 <더 선>은 전화 도청으로 13만 파운드를 주드 로에게 배상했다.) “나이가 들면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더 많이 인식하게 됐어요. 언어 같은 환상적인 도구를 더 정확하게 사용하려는 노력 자체가 저에게 즐거움을 줄 정도로요.” 1997년 <와일드>에서부터 <가타카>, <리플리>, <로드 투 퍼디션>, <추적>, <컨테이전>에 이르기까지 그는 정신병자 아니면 냉소적이고 증오에 찬 역을 맡았다. 혹은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콜드마운틴>의 절대적인 이상주의자처럼 도덕적 범주로 따지면 극단에 선 인물들을 표현했다. “극단적인 역할들이 좋아요. 어딘지 좀 불쾌한 면이 있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순수한 역을 연기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하죠.”

주드 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마이크 니콜스, 왕가위, 마틴 스콜세지 등 쟁쟁한 감독들과 무수히 많은 작업을 했다. 하지만 안소니 밍겔라 감독과의 작업이 스스로의 발전에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밍겔라 감독과 촬영한 두 작품으로 오스카 후보에도 올랐다.(2000년 <리플리>와 2004년 <콜드 마운틴>.) “안소니와는 공감대 형성이 늘 잘됐어요. 그는 내게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집주인 같아야 한다고 늘 말하곤 했어요. 감정이나 기분을 잘 조절하고, 전체 팀의 내부적인 조화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죠.” 지난 3월 개봉한 <안나카레리나>를 연출한 조 라이트에 대해서는 “절대적 야만성과 순수한 서정적 순간들을 교차시킬 수 있는 능력”을 칭송한다. “각본을 맡은 톰 스토파드의 극본은 인간관계의 복합성을 매우 잘 강조하고 있어요. 관객 입장에 동일한 시각을 계속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한 인물과 다른 인물들 사이를 오가며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거죠.” 이 영화는 토론토에서 최초로 상영된 이후 영국에서 9월 개봉되었고 매우 연극적인 설정과 주인공들의 선택, 특히 브론스키 역의 아론 존슨으로 인해 평단으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전에 이 역할이 스크린에 옮겨졌던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한 뉘앙스를 지닌 알렉세이 카레닌을 연기한 주드 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데는 모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조와 여주인공인 키이라 나이틀리 사이의 관계는 매우 상호보완적이에요.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가 훨씬 더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키이라가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다는 걸 기억해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요. 어떤 순간에는 정말 순진해 보였다가 조금 후에는 노련한 여배우가 돼요. 모든 걸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요.”

요즘 주드 로는 리처드 쉐퍼드 감독의 블랙 코미디인 <돔 헤밍웨이>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그는 이제 막 출소한 금고털이범으로 나오는데, 얼마 전엔 턱밑에 수북히 수염을 붙인 초췌한 얼굴이 팬 사이트와 타블로이드지를 떠들썩하게 달궜다. 그리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새로운 영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랄프 파인즈, 빌 머레이, 제이슨 슈왈츠만과 함께 출연한다. “정말 오래전부터 앤더슨과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리고 아직 함께 일해보지 않은 감독들 중에는 자크 오디아르, 코헨 형제의 작업에 참여해보고 싶고요.” 오는 11월에는 마이클 그랜디지 감독의 <헨리 5세>와 함께 연극판으로 돌아온다. 이미 2009년 <햄릿>으로 박수갈채를 받게 해준 그 감독과의 작업이다. 영국 평단은 만장일치로 연극 무대가 그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더욱이 주드 로는 웨스트엔드에서 장 콕토의 <무서운 부모들> 무대 첫 공연으로 1994년 올리비에 어워즈에 최초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배역들의 극단성, 언어의 장엄성, 그가 부여하는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 덕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언제나 특별해요. 좋은 배우라면 먼저 이야기의 진실성을 찾아낸 다음 그것의 독창성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거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시작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는 열정적인 작가예요. 배우가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한다니까요.”

“극단적인 역할들이 좋아요.어딘지 좀 불쾌한 면이 있는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은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순수한역을 연기하는 것이 훨씬 더복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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