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옛것이 좋아

2013.10.24GQ

켄토 츠지모토는 리얼 맥코이즈의 오너 히토시 츠지모토의 아들이자 동료, 그리고 마음에 쏙 드는 티셔츠를 발견하면 여든 장이라도 사버리는 화끈한 남자다.

오늘 무슨 옷을 입었나? 1980년대 빈티지 티셔츠. 1940년대 형태 그대로 만든 리얼 맥코이즈 치노 팬츠. 거기에 볼살리노 모자를 썼다. 가장 좋아하는 티셔츠라서, 아무 생각 없이 입었다. 특별히 뭐가 좋은가? 열여덟 살 때 미국 빈티지 숍에서 이걸 발견했다. 건조하고도 부드러운 소재, 몸에 맞는 정도도 정말 딱 좋은, 꿈에 그리던 티셔츠였다. 하나에 2달러, 남은 재고 80개를 그 자리에서 다 사버렸다. 지금은 40장 정도 남아 있다. 빈티지는 마음에 들 때 바로 사야 한다. 다신 안 나오니까. 미국엔 왜 갔나?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를 거치며 미국에서 6년을 보냈다.
미국 빈티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일본 청년이, 진짜 미국에 간 기분은 어땠을까? 막상 미국에 가보니, 일본에서 미국 스타일을 바라보는 것과 미국에서 미국 스타일을 바라보는 건 완전히 달랐다. 제대로 된 미국 전통 브랜드라고 믿고 있었던 랄프 로렌이, 아저씨들이 입는 구식 브랜드로 보였다. 그런데 그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리얼 맥코이즈는, 당신 입맛에 딱 맞았나? 싫었다. 솔직히 전부 이해가 안 가는 옷들이었다. 모든 게 딱딱했고, 그걸 입은 나를 보면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꼭 누가 줘서 억지로 입은 것처럼. 그중에서 처음 좋아하게 된 건 뭐였나? 영화 속 옷차림을 따라 입는 걸 즐겼다. 말론 브란도의 가죽 재킷 같은 것. 그 시절 그대로 만든 라이더 재킷을 좋아했다. 5년 정도 입으니 진짜 빈티지 재킷과 비슷해졌다. 옛날 옷을 지금 그대로 재현해 만드는 브랜드는 지구에 널려 있다. 리얼 맥코이즈가, 누구보다 더 잘하는 지점은 뭔가? 그저 우리 신념을 지킨다. 작은 세부까지 정확하고 세심하게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정교한 형태를 좋은 원단으로 완성하려고 애쓴다.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동시에 굳이 바꿀 필요 없는 부분은 그대로 둔다. 지난 10년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든 것을 옛날 그대로 만든 물건은 언제나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걸 따지고 골라 사는 건 왜일까? 일종의 ‘인생 투자’다. 우리가 만든 A-2 재킷을 산다는 건, 6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사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근사해지니, 입는 만큼 가치는 올라간다. 싼 물건 여러 개를 사는 것 보다, 비싸지만 좋은 물건을 일 년에 하나 사는 편이 낫다. 리얼 맥코이즈가 10년 동안 만들어온 옷이, 바로 지금 지구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다. 모두가 스티브 맥퀸이나 제임스 딘이 될 수는 없는데도…. 누군가는 그걸 코스프레로 보겠지만, 패션은 순수한 ‘이미지’다. 제임스 딘의 빨간색 재킷을 영화로 보면 정말 멋지지만, 실제로 그대로 입은 남자를 본다면, 어쩐지 어색해 보일 테니까.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가 제임스 딘만큼 멋지다면 다 괜찮다. 당신이 들고 있는 A-2 재킷이 사고 싶다. 모두가 안 어울린다고 말린다 해도. 아무리 재킷이 많아도 이걸 맨날 입게 될 거다. 마치 1944년의 미국 군인처럼, 치노 팬츠에 밀리터리 부츠를 신고 카키색 타이를 딱 매고 입으면 정말 끝내준다.

생 로랑의 롤러 스케이트
에디 슬리먼이 만든 생 로랑이 공개된 날, 온갖 종류의 탄성과 탄식을 함께 들었다. 누가 뭐라든 에디 슬리먼은 잘하는 게 명확한 디자이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이 사는 건, 남자가 갖고 싶은 물건을 콕콕 집어내는 기술이다. 이미 생 로랑 라이더 재킷을 입고 싶어 안달인 자들이 밤마다 ‘미스터 포터’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운동화 역시 에디 슬리먼의 장기 중 하나다. 어젯밤엔 새하얀 SL/01과 뒤꿈치가 빨간 SL/06M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 와중에 SL/02H의 롤러 스케이트 버전을 봤다. 신고 나갈 일은 1초도 없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역시 에디 슬리먼의 마력 탓일까?

꼼 데 가르송의 나이키 블레이저
어느 브랜드와 협업한 나이키 운동화를 만나면 알 수 없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오, 이건 당연히 사야지.” 꼼 데 가르송과 함께 만든 나이키 블레이저 로우를 본 날도 그랬다. 전부 시커먼 게 좀 심심한가 싶다가도, 뒤꿈치에 콱 찍은 흰색 ‘CDG’로고를 보곤 이런 게 과연 방점이지, 무릎을 쳤다. 무턱대고 사게 될까 봐,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이거 사도 될까?’ 어차피 답은 뻔하겠지만.

    에디터
    박태일
    기타
    LEE HYUN SEOK COURTESY OF SAINT LAURENT, COMME DES GAR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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