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 컷

배우들의 캐릭터 선택과 자서전에 관하여.

권상우와 최지우의 선택 <수상한 가정부>에서 최지우가 맡은 박복녀라는 캐릭터는, <직장의 신>의 김혜수와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이 생각나게 한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에서 항상 등장하는 노골적으로 과장된 주인공 말이다. 어쩐지 여리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최지우에게 혹시 이 선택은 갑작스러운 게 아닐까?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영화 <여배우들>에서 그녀는 다른 여배우들을 ‘이겨버리는’ 캐릭터를 해냈고, 드라마 <지고는 못살아>에서는 억척스러운 면모도 선보였다. 이번에 박복녀를 선택한 것 역시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센’ 최지우를 향한 그녀의 노력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게 될까? 한편 권상우는 <대물>과 <야왕>을 거치며 캐릭터의 리듬감을 살려나갔다. 그가 ‘석션’을 어떻게 발음할지 걱정된다는 짓궂은 농담에도 불구하고 그는 의사 역할을 선택했다. 캐릭터 느낌은 이전과 비슷하다. 하도야(<대물>), 하류(<야왕>), 박태신(<메디컬 탑팀>) 모두 불우하게 자라 자수성가하는 전형을 보인다. 좌충 우돌할지라도 옳은 일을 하거나, 억울해도 씩씩하게 견디는 역할들. 발음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그의 연기는 발음보다 품이 커졌다. “혀 짧은 의사로 믿어진다”는 짖궂은 농담엔 뼈가 있다. 이제 그는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선택과 연기 모두에서. 양승철

자서전의 품위 시대를 바꾸는 건 한 사람으로 충분했다. 왜 아니겠는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은 재즈 시대의 역사책이다. 외신에서 인용으로만 접하던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이었으나, 이제 한국어로 볼 수 있게 됐다. 음악가이자 시인 성기완이 번역을 맡았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거침없는 욕설과 속어로 점철된 일대기가 차진 한국어로 되살아났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품위 없이 보이진 않는다. 품위는 언변이나, 수상 경력, 유명세에 있지 않다. 루이 암스트롱으로 대표되는 흑인의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극복하려고 했던 마일즈 데이비스의 지적인 예술가로서의 행보가 품위 그 자체다. 한국 사회에서 외면되고 있는 강태환, 이판근 같은 지적인 음악가들이 떠오른다. 수류산방에서 내고 있는 대한민국 예술사 구술 총서에 기대를 걸어본다.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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