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상상 이상의 유준상

2013.11.04GQ

유준상에 대해 어떤 예상을 하긴 했다. 어떤 면으로는 그 이상이었다.

의상 협찬/ 녹색 수트는 김서룡 옴므, 회색 셔츠는 커스텀멜로우, 초록색 넥타이는 로드 앤 테일러, 보라색 포켓스퀘어는 벨그라비아

의상 협찬/ 녹색 수트는 김서룡 옴므, 회색 셔츠는 커스텀멜로우, 초록색 넥타이는 로드 앤 테일러, 보라색 포켓스퀘어는 벨그라비아

 

의상 협찬/ 흰색 수트와 하늘색 줄무늬 셔츠, 짙은 녹색 격자무늬 넥타이는 모두 로드 앤 테일러, 상아색 포켓스퀘어는 벨그라비아.

의상 협찬/ 흰색 수트와 하늘색 줄무늬 셔츠, 짙은 녹색 격자무늬 넥타이는 모두 로드 앤 테일러, 상아색 포켓스퀘어는 벨그라비아.

내내 충혈된 눈이 담배를 피우자 좀 편안해졌다. 새삼 눈의 힘이 풀린 유준상은 처음 같았다.

이 창작 뮤지컬상을 받았어요. 영화에선 홍상수와 강우석 감독과 작업하고, 창작 뮤지컬까지 성공한 배우는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 페이지 좀 많이 해주세요. 하하.

아…. 그건….
알겠습니다. 하하

사진가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지금이 가장 잘생긴 얼굴 같다고요.
전규환 감독님과 <화가>라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몸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벗은 몸을 찍고 싶었어요. 아깝잖아요.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몸은 다시는 못 만들지 않겠어요? 사실 제 나이에 만들기 힘든 몸이에요. 지금은 이 정도의 복근은 없어요 하하하.

<화가>에서 액션 장면 때문에 만든 몸인가요?
감독님이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어요. 감독님이 하라고 하면 해요.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합니다. 저…. 담배 좀 피울게요.

처음 보는 담배네요. 하루에 담배를 얼마나 피워요?
많이 피울 땐 많이 피우고. 안 피울 때는 하루에 한 두 세가치. 아, 이건 국산이에요. 아무거나 막 피웁니다. 1미리 담배로만.

담배를 많이 피우면서 아무거나 피운다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전 아무거나 피워요. 지방 촬영도 많으니 어떤 담배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담배를 고르고 챙기는 시간이 아끼워요.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하고 되는 쪽으로 몰아가요. 제가 음반을 준비하는데, 다 만든 곡도 아니다 싶으면 싹 접어버려요. 전 집착이 없어요.

집착은 정말 좋거나 너무 싫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을까요? 좋아하는 계절이라든지요.
겨울에 태어나서 겨울도 좋고, 사계절 다 좋아요.

살면서 싫어했던 기억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거나.
웬만하면 없죠. 미웠던 사람들도 다 용서하고. 웬만하면 먼저 용서해요. 항상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요. 몸을 관리하려면 좋은 생각이 제일 중요해요. 힘들 땐 글을 쓰면서 생각을 좋은 쪽으로 바꿔요.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안 좋은 생각이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뭔가 쫓기는 것 같고, 어떤 새로운 것을 해야 될 때 두렵기도 하고요. 공연을 항상 하니까 언제까지 이 소리가 나올지 걱정되죠. 치고 올라오는 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버틸 수 있을까, 관객들이 날 잊어버린 건 아닌가, 친구들이 날 외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

일종의 불안이네요.
삼십 대 중반까지는 전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앞만 보고 달렸는데. 최근엔 어떤 뭔가가…. 계속 저를 짓누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꼭대기에 도착한 것 같아 불안한 건 아닐까요?
꼭대기는 아니에요. 으하하하. 더 해야 해요. 기립박수는 그때뿐이에요. 올해 <그날들>에서 매회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해서 내년에도 또 받는다는 보장이 없죠. 순간순간 만족하지만 항상 아직도 멀었네, 하고 생각해요.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으니까요.

딱히 라이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요. 부러운 사람은 있나요
많죠. (최)민식이 형님, 뭐 (한)석규 형님, (송)강호 형님. 이런 영화 쪽 형님들. 빅뱅, 이런 친구들도 부럽죠.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왜 저렇게 못했을까? 하하.

특히 무엇이요?
작업한 결과물이 부럽죠. 하루키도 정말 부러워요. 책만 내면 어떻게 저렇게 잘 팔리지? 어떻게 저렇게 좋은 책을 쓸까? LG 김기태 감독님에게도 자극을 받아요. 저랑 1969년생 동갑이에요. 옛날 쌍방울 시절부터 여기까지 와서 LG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걸 보면 그 과정이 멋있어요.

어떤 야구팀을 응원하세요?
모든 팀의 팬이에요.

처음 좋아했던 팀은 어디예요?
최초는 OB 베어스요. 잠실야구장 첫 개장 경기였던 한일전을 직접 가서 관람했어요. 김재박 선수 개구리 번트 하는 것도 보고, 한대화 선수 3점 홈런 치는 장면도 봤어요. 사실, 한대화 선수 때문에 OB를 좋아했어요. 아버지 고향도 충청도고요. 완전 골수 팬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두산으로 바뀌면서 예전 OB 베어스의 느낌이 없어진 것 같아서 접었어요. 이후 SK 와이번스 홍보대사를 하면서 SK가 우승하는 내내 응원했죠. 그 다음엔 롯데를 응원하고. 이번에는 LG 응원해요. 작년엔 넥센 응원했어요. 올해 초에는 한화를 엄청 응원했죠.

남자가 좋아하는 건 다 좋아할까요? 차 이런 것도?
차는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 차도 한 7년 탔어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그전엔 무쏘 탔어요. 한 10년 동안.

옷은 어때요?
옷은 신경을 좀 많이 쓰죠. 근데 브랜드를 신경 쓰는 건 아니에요. 몸에 신경을 더 쓰죠. 요즘엔 모든 옷이 다 슬림해요. 3만원짜리 옷을 사도 슬림하니까요. 살을 뺄 때 제일 중요한 건 여덟 시 이후에 안 먹는 거예요. 소식하고.

얼마 안 남았다는 두려움이 있나요?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마음을 다잡죠. 제가 쉰 살이 되면 <50, 50>이라는 책을 꼭 낼 거예요. 쉰 살에 이렇게 몸을 만들 수 있는 50가지 팁. 제가 만든 걸 사람들과 공유했을 때, 그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했을 때 느끼는 만족이 있어요. 내 감이 아직 괜찮구나 싶죠.

혹시 가장 관심이 없는 분야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 건 못 참아요. 오늘도 도축장에서 영화 촬영하는데, 그곳 사장님이 여자분이신 거예요. “아, 어떻게 여 사장님이 이거를 하실까’ 하고 궁금해서 한참 물어봤어요. 노하우는 결국 사람 관리였어요.

사업 생각은 없어요?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사업이 결국 사람들한테 사기를 치고 사기를 당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죠.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음반 만들고. 앨범이 11월에 나와요. 일곱 곡이고 전부 발라드예요. 그리고 이번에 제가 제작하는 여자 가수들이 있어요.

매니지먼트를 직접 하는 건가요?
그렇죠. 얘네들한테 곡 만들어주고, 가수 데뷔시키려고요. 팀 이름은 박카스의 성분인 ‘타우린’이에요.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순간 힘내라는 의미에서 지었죠. 이 친구들을 어떻게든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그날들> 연습을 하는데 음색이 전부 다른 이 세 명의 화음이 정말 좋은 거예요. 그래서 불러다 놓고 인트로 노래 들려주고 계약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하는 거예요. 그럼 녹음하러 가자고 했더니 장난인 줄 알았나 봐요. 5만원씩 주고 사진 찍고 계약했어요. 곡도 다 나왔어요. 타우린은 곧 <유희열의 스케치북> 나가려고요. 이미 얘기해놨어요.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나요?
대학교 행사 내보내려고. 하하. 일단 애들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것도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니까 나갈 수 있게 노력해야죠. 실력을 키우고. 계속 연습시키고 있어요. 이것도 장기적인 건 아니고, 짧고 굵게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잘되면 제가 다른 큰 회사로 보내려고요. 노래 만드는 게 즐거우니까 하는 거예요.

정말 많은 일을 하네요.
저는 사적으로 사람을 거의 안 만나요. 일 말고는 집에만 있죠. 혼자 뭘 만들거나. 애들이랑 놀아주거나가 다예요. 항상 집에 있어요.

집 밖 풍경은 가끔 보세요? 어떤 게 보여요?
집 밖에 도로가 있나? 아니면 아파트? 그냥 집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늘이 보이려나? 집에선 바깥을 거의 안 보죠. 요즘은 애들이랑 잠자리나 메뚜기 잡으러 나가기 바빴죠.

사진은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을까 해요.
타우린 애들 노래 들려드릴게요. 제 노래도!

의상 협찬/ 남색 줄무늬 수트와 체크 셔츠는 로드 앤 테일러, 넥타이는 란스미어, 포켓스퀘어는 파슨즈, 시계는 태그호이어, 오리 우산은 버버리

의상 협찬/ 남색 줄무늬 수트와 체크 셔츠는 로드 앤 테일러, 넥타이는 란스미어, 포켓스퀘어는 파슨즈, 시계는 태그호이어, 오리 우산은 버버리

“뮤지컬을 하면서 언제까지 이 목소리가 나올지 걱정되죠. 치고 올라오는 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버틸 수 있을까, 관객들이 날 잊어버린 건 아닌가, 친구들이 날 외면하는 건 아닐까?”

    에디터
    양승철
    기타
    Photographs by Robin Kim 스타일리스트/ 정주연 헤어/ 진경 BY 순수 메이크업/ 김효정 BY 순수 어시스턴트/ 이채원, 정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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