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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있다면

2013.11.06GQ

감당할 수 있다면, 날 가져도 좋아요

엔진6,498cc V12기통 가솔린최고출력700마력최대토크70.3kg.m공인연비리터당 5.3킬로미터0->100km/h2.9초가격5억 7천5백만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이대로 계속 달리면 혹시 지옥 아닐까? 집행관들마저 갈매기 날개처럼 열리는 문을 보면서 감탄하겠지? 얼마냐고 묻겠지? 공격적인 자태, 직선이 이뤄낸 어떤 미학의 극단, 자동차로 형상화 된 남성성의 끝…. 도무지 이 세계에 속한 물건 같지 않다. 5억 7천5백만원이라는 가격을 두고 집 한 채 값이네 놀라는 것도 이젠 좀 부질없이 느껴진다. 지금도 예약은 밀려 있으니까. 돈이 있다고 당장 가질 수 있는 차도 아니다. 한편, 아벤타도르가 가야르도보다 편하다는 감상은 또 무슨 뜻일까?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2.9초인데? 아벤타도르는 다른 어떤 차와 겨뤄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기려고 이 차를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벤타도르를 가졌다는 건, 이미 승리했다는 뜻이라서.

엔진6,592cc V12 가솔린최고출력563마력최대토크79kg.m공인연비리터당 6.3킬로미터0->100km/h5초가격4억 7천만원

롤스로이스 고스트 EWB
이 웅장한 차의 조수석 뒷자리. 그러니까 자동차의 모든 좌석 중 상석에 앉았을 때 누군가 운전을 시작하자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 미려한 움직임엔 명백한 감동이 있었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EWB는 다른 고스트보다 17센티미터 길다. 그 17센티미터를 온전히 뒷좌석에만 투자했다. 엉덩이를 쭉 빼고 앉아도 광활한 폭과 너비, 상체를 일으켜 팔을 뻗어도 운전석이 멀게 느껴지는 데서 오는 완벽한 독립성과 권위. 이 차는 구매나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있다. 그보단 소장이라는, 은밀하고 고유한 단어가 어울린다. 한편 운전석의 쾌감도 상당하다. 아스팔트가 호수 같고, 공기 저항 같은 건 전혀 못 느끼는 황홀경이 거기 있다. 철학이 농익고 기술에 능숙한 사람은 이렇게 완벽한 물성을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대체 얼마나 완벽하게 살아야 하지? 자동차가 자극하는 이렇게 진지한 철학이라니.

엔진4,497cc V8 가솔린최고출력565마력최대토크55kg.m공인연비리터당 5.6킬로미터0->100km/h3.4초가격4억 2천만원

페라리 458 스파이더
표정이 악동 같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췌장이 바짝 오그라들 정도로 공포스럽다. 선이 유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은 아랫배가 저릴 정도로 섹시하다. ‘여기가 어젯밤 그녀의 허리일까? 아, 종아리 같기도 해.’ 누구라도 비웃을 수 있는 저 눈매의 끝에서부터 손등으로 천천히 쓰다듬을 땐 이렇게 명랑한 생각도 하게 된다. 게다가 운전석에서, 페라리 458은 극상의 운동성능을 보장한다. 반드시 트랙에서 달려봐야 한다. 그전에 물리학에 대해 좀 연구해둘 필요도 있겠다. 하지만 도로에서라면? 그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누가 나를 앞지르든 말든 좀 여유 있는 마음을 갖는 오후도 괜찮다. 이런 차의 지붕을 열고, 승패와 관계없이 달리는 일이야말로 호사스러우니까. 그런 순간이야말로 승패를 초월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거니까.

엔진5,461cc V8 가솔린최고출력544마력최대토크77.5kg.m공인연비리터당 5.6킬로미터0->100km/h5.4초가격2억 7백9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G63AMG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었던 알프스 자락의 굽잇길. 이 정직하고 아름다운 SUV를 타고 운동성의 한계를 가늠했던 오후가 있었다. 벤츠가 출시하는 모든 AMG는 의심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안면서도, 그 주체가 G클래스라서 멈칫했던 마음 또한. 하지만 형태와 무게를 과연 압도하는 힘, 알프스 전체를 끌어안은 것 같은 엔진 소리,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것 같은 역동성이라니. 이 차의 서스펜션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의 험로는 어디일까? 오를 수 없는 각도, 이겨낼 수 없는 사막이란 것도 있을까? 이런 운동성능과 험로 주파능력이 G63AMG의 실용이라면, 정직한 직선과 직육면체를 기반으로 하는 아름다움은 다분히 감각적인 영역에서 반짝거린다. 문을 여닫을 때 들을 수 있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금속성 울림조차….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기타
    어시스턴트/ 강승균, 김연정, 임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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