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지구를 지켜라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새 영화 < 그래비티 >는 지구 밖에서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지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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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주에 관심이 있었나? 인류가 달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난 여덟 살이었다. 그 이후 어려서부터 우주여행에 홀딱 빠져 있었지만, 1970년대 초반에 멕시코 꼬마였던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 결과가 < 그래비티 > 다.

결국 우주에 있는 것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 차라리 우주에 가는 것이 나을 뻔했다. 다시는 우주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4년 반이나 걸렸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나? 영화 전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그 다음 애니메이션의 모든 작업 내용을 실제 촬영에 맞춰 한 번 더 변환했다. 실제 촬영에선 일종의 가상현실 상자 안에서 우주 장면들을 찍었는데, 배우들이 자세를 바꾸기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영화 속 충돌이나 물리력이 우주에서는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중력의 법칙 외에 참고한 것은? 실제 우주비행사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무중력 상태의 행동에 관한 내용을 물어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중력은 아니다. 전문용어로는 극미중력이라고 한다.

우주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나? 가령 우주비행사들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사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같은 질문들을 했다. 최대한 사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영화에 표현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영화이다 보니까 어느 정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꿨다. 1백 퍼센트 똑같다면 거짓말이다.

미세하게 바꾼 것이 뭘까? 일단, 영화의 스토리가 아주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건 맞다. 하지만 나는 관객들이 우주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무엇이 정확하고 정확하지 않은지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주엔 소리가 없지만 우리는 음악을 사용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예고편에서는 큰 폭발음이 들린다.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고편일 뿐이다. 나는 침묵을 존중한다. 우주에선 진동만으론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지만, 관객을 불편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할 것 같았다. 어떤 힘을 전달하기 위해 음악이 필요했다.

정확한 우주를 만들기 위해 다른 노력은 없었나? 불을 사용하지 않았다. 우주에는 불이 없으니까. 영화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이 있지만, 그때만 나타난다. 유일한 불은 우주선 안에서 금방 사라지는 불이다.

좋아하는 우주 영화가 있나? 일단 1902년에 만든 조르주 멜리에스의 무성영화 < 달나라 여행 >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주탐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다르게 말하자면 물리학 법칙을 지키는 영화가 좋다. 어렸을 때 나는 그레고리 펙이 출연한 < 마룬드 >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무성영화가 하나 더 있다면 프리츠 랑의 < 달 위의 여인 > 이다. 1929년에 만든 영화인데도, 우주여행에 필요한 기술을 정확하게 다루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모든 우주 영화는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로 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나오는 어떤 영화도 그 영화를 능가할 순 없을 것이다. 또한 영화 < 아폴로 13 >도 우주의 여러 측면을 굉장히 정확하게 표현한 영화다. 우주탐험 기술에 관해서라면 < 그래비티 >보다 더 정확하다.

당신은 영화 < 칠드런 오브 맨 >에서 굉장한 트래킹 숏을 만들었고, < 그래비티 >에선 15분짜리 롱 테이크로 시작한다. 왜 그렇게 롱 테이크를 좋아하나? 트래킹 숏을 좋아하는 이유는 실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 그래비티 >에서 롱 테이크를 사용한 이유는 디스커버리 채널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컷cut은 사치다. 카메라는 그저 관조할 뿐이기 때문이다. 저 멀리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물론이다.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땅 위에서 걷기만 하면 어떤 영화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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