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으로부터

이왕이면 다홍치마. 가죽 하면 사슴가죽.



1 BEAUTIFUL
손바닥엔 가벼운 사슴가죽을 사용해서 움직임이 편하도록 배려했고, 손등의 송아지가죽은 울처럼 가공해 멋을 냈다. 오묘한 가죽의 조합이란 이런 것. 자칫 장식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색깔이 단출하니 거슬리지 않는다. 성격이 다른 가죽을 만나게 하는 아이디어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의 유연함으로부터 나왔다.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딱 그만큼 불편했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식은 아니란 거다. 79만원, 발렌시아가 at 무이.



2 ADORABLE
울 85퍼센트와 나일론 15퍼센트로 장갑을 짠 다음 손바닥엔 사슴가죽을 덧댔다. 이 장갑을 만든 폭스 리버 밀스로 말하자면 1900년부터 양말과 장갑을 만들어온 회사다. 볏짚색과 오트밀색이 고루 섞인데다 짙은 낙타색으로 염색한 사슴가죽까지 그야말로 귀엽기 짝이 없다. 언뜻 보면 작업용 같지만 시골의 정취가 담긴 포근함이랄까, 다정하기만 하다. 게다가 손 세탁도 가능하다. 큼직한 ‘라지 사이즈’로 사야 옹색해 보이지 않는다. 5만4천원, 폭스 리버 밀스 BY 바버샵.



3 CHARMING
고전적인 무늬와 우아한 색깔 때문에 다짜고짜 골랐다. 손바닥을 감싼 가죽이 유난히 부드러워 사슴가죽인 줄로만 알았다. 그만큼 요상한 이 장갑의 가죽은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시대부터 전해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었다. 장인들이 송아지가죽이나 양가죽을 식물성 염료로 오래 무두질하고 천천히 완성해 사슴가죽만큼 부드럽고 양가죽보다 튼튼하다. 윤기와 특유의 고상한 색깔은 덤. 21만8천원, 라르디니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4 HANDSOME
내리치면 ‘찰싹’이 아니라 ‘철썩’이란 소리가 날 듯 육중해 보이지만 사실 사슴가죽으로 만들어 깜짝 놀랄 만큼 가볍다. 에르메스에서 만드는 장갑은 투박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가죽의 종류는 바뀌어도 안감은 줄곧 캐시미어로 마무리하는 것도 장점. 애매한 장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장갑 옆에 지퍼를 단 실용성까지. 추운 날은 광속으로 이 장갑부터 찾게 된다. 1백40만원, 에르메스.



5 SWEET
히말라야의 매서운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건 다 야크 덕이다. 올해 루이 비통의 남성복 디자이너 킴 존스는 부탄의 아름다움을 파리로 가져왔는데, 그중 제일은 온돌마저 우스운 야크털이다. 이 장갑은 야크털로 짰다. 손바닥엔 사슴가죽을 덧댔다.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도 전혀 거추장스럽지 않은 가죽 재단이 그저 경이롭다. 짙은 포도주색이라 이리저리 구겨 코트 주머니에 푹 찔러 넣어도 멋지다. 70만원대,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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