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3분 27초 동안의 EXO

2013.12.02손기은

“요, 오케이” 엑소의 ‘으르렁’ 무대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3분 27초 동안, 한번도 본 적 없던 향연이 이어졌다.

(뒷줄 왼쪽부터) 찬열, 세훈, 레이, 크리스, 타오, 카이, 루한. (앞줄부터 왼쪽) 백현, 디오, 수호, 시우민, 첸.

(뒷줄 왼쪽부터) 찬열, 세훈, 레이, 크리스, 타오, 카이, 루한. (앞줄부터 왼쪽) 백현, 디오, 수호, 시우민, 첸.

11월 14일, 한 시상식에 참석한 EXO의 대기실은 딱 교실 반만 했다. 한쪽엔 큰 거울이 붙어 있고 다른 한 쪽엔 의상이 줄을 섰는데, 그 사이사이 EXO의 멤버들이 모내기한 논처럼 착착 앉아 있었다. 한 명에 스태프가 둘씩은 붙었으니, 대기실은 수업 종이 울리기 3분 전 교실처럼 시끄럽다. 그 틈에 수호가 화장실을 후다닥 다녀온다. 스태프들이 빈 도시락을 복도에 꺼내놓느라 자꾸 문이 열리자 옷을 갈아입던 찬열이 매니저에게 문단속을 요청한다. 가장 먼저 카메라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듯 몸을 푼 건 첸, 사진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건 시우민, 헤어 스타일링이 늦게 끝나 미끄러지듯 카메라 앞으로 온 건 백현. 막 셔터를 누르려는데 소속사 관계자가 레드 카펫 행사를 위해 두 대의 밴이 준비됐다고 알린다. “한 대에 열두 명이 다 타면 재밌겠다.” 시우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 같이 윙크를 하기 시작했다. 카이와 세훈은 스무 번의 셔터 중 딱 한 컷만, 윙크에 성공했다. 크리스는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윙크했고, 디오는 윙크를 하다 말고 ‘맹구 없다’ 표정을 만들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루한과 타오는 컷이 다 끝났는데도 완벽한 그 윙크를 풀지 않았다. 이번엔 여섯 명씩 조를 나눴다. 레이가 “늑대와 미녀의 A조 B조요?” 묻자 멤버들이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더니 다시 여섯으로 모였다. 대기실엔 ‘늑대와 미녀’도 ‘으르렁’도 깔리지 않았지만 올 한 해 무대를 부술 듯이 쿵쾅대던 춤과, 그 무대를 삼차원으로 만들던 퍼포먼스가 가득했다. 이날 EXO는 세 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아이돌의 최전선, 아이돌의 완전체, 아이돌의 세대교체라는 말을 꽃다발처럼 들었다. 하나같이 잘생긴 남자애들 열두 명이, 제각각 폭발하며 으르렁대던 2013년이었다.

“집중”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멤버 전원이 양처럼 “네”라고 답했다. 그러곤 열두 개의 눈빛이 카메라 렌즈를 맹렬히 쫓아왔다.

“집중”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멤버 전원이 양처럼 “네”라고 답했다. 그러곤 열두 개의 눈빛이 카메라 렌즈를 맹렬히 쫓아왔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목정욱
    기타
    가수/ EXO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