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의 집은 어디인가?

“엄마, 나 티비에 나갈래”라고 말하던 소년이 어느덧 집이나 학교보다 촬영 현장에 더 오래 있는 배우가 됐다. 여진구는 떡볶이와 어묵이 맛있다고 말하듯이 연기가 좋다고 연신 말했다. 그는 배가 고팠다.

모든 옷은 권오수 클래식.
모든 옷은 권오수 클래식.

 

“이 떡볶이 어디서 사신 거예요? 엄마! 여기 가야겠다.”
“이 떡볶이 어디서 사신 거예요? 엄마! 여기 가야겠다.”

어머니와 같이 다니네요?
네, 아직까지는요.

본인이 원하는 거예요?
둘 다 원하는 거예요. 엄마도 아직 불안하고, 저도 엄마가 있는 게 훨씬 편해요. 엄마가 계시면 긴장감이 일찍 풀린달까? 엄마 없이 하는 걸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평생 같이 다닐 순 없겠지만, 최대한 같이 다니고 싶어요.

언제쯤 혼자 다닐까요?
성인이 돼도 제가 적응할 때까진 옆에서 잡아주셨으면 해요. 근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촬영 현장에서 조언도 하시나요?
시청자 입장에서, 굉장히 냉철하게 얘기해주세요.

칭찬보다 더 아들을 위하는 방법이네요.
경험 면에서 배워요.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요.

<화이>에서 여진구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도, 화이가 돌아가신 어머니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이죠.
그 감정이 어려웠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상황이지만, 사실 이틀 전에 만난 거잖아요. 화이에게는 그 이틀 동안의 정이 무서울 정도로 클 것 같았어요.

한 사람을 연기하면서 다각도로 연구할 텐데, 언제부터 스스로 연구한 걸 반영했어요?
<자이언트>가 처음으로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작품이에요. 처음으로 극중 역할에 몰입한 작품이었고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만큼 열심히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요?
<자이언트> 마지막 촬영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을 잊지 못해요. 제가 생각보다 단순해요. 재밌으면 올인해요. 대신 빨리 질리지만.

근데 연기는 진득하게 하고 있네요?
연기는 정말 새로워요. 매번 역할이 다르고, 시나리오가 다르고, 감정선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니까요.

매력적으로 느끼는 만큼, 연기는 마음에 들게 잘하고 있나요?
사실 제가 한 모든 작품이…. 남들은 잘한다 해도, 자기는 이것저것 틀린 게 보이잖아요? 실제로 틀렸고요. 나중에 봐도 아 잘했다,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가 그런 작품을 남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시작인데 무슨. 조금씩 나아진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크게 그런 생각도 안 들어요. 항상 놓치는 부분을 놓치고 틀리는 부분을 틀려요. 커다란 감정의 흐름이 틀리진 않는데, 좀 깊게 들어가면 티가 나요. 연결이라던가, 미묘한 감정 처리가.

외모는요?
외모는 잘 모르겠어요. 매일 보는 얼굴이니까. 하지만 많은 분이 잘 크고 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거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데요?
어우 까맣다. 하하하.

2년 전에 만났을 때, 피부가 까만 것 같아서 고민인데, 포토샵으로 하얗게 돌려보니 너무 어색해서 까만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어요.
제가 그랬어요? 하하. 이제는 하얘지는 거 말고 톤이 좀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검은 것도 종류가 많잖아요.

어떤 검은색요?
지금은 핫초코 느낌이거든요. 실제로 얼굴에 한 방울 떨어트려 봤는데 톤 차이가 별로 없었어요. 카푸치노 크림 같은 느낌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좀 물어봤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선크림을 많이 바르라고 하더라고요.

올해 모든 매체가 약속이나 한 듯이 ‘소년에서 남자가 된 여진구’ 같은 말을 쏟아냈어요. 오히려 섭섭하진 않았어요?
크게 그렇진 않아요. 어찌 보면 감사하고요.

재킷, 보타이, 팬츠는 보스, 셔츠와 커머밴드는 권오수클래식,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재킷, 보타이, 팬츠는 보스, 셔츠와 커머밴드는 권오수클래식,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아이지만, 비범한 역할을 많이 맡은 영향이 있을 거예요. 그에 비하면 <감자별>의 홍버그는 힘이 많이 빠졌어요. <화이> 오디션은 한 번 떨어졌었다고 들었는데, <감자별> 오디션은 어땠어요?
김병욱 감독님이 걱정하셨어요. 제가 나이는 들어 보여도 열일곱 살인데, 형, 누나들이랑 있으면 너무 어려 보일까 봐. 그런데 카메라 테스트할 때 연수 누나가 옆에 앉으니까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동년배 같다고요. 뭔가 다행인데, 씁쓸했어요.

홍버그 역시 비범함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요.
되게 매력적이에요. 미스터리한 면도 있고, 동시에 친근하고.

홍버그의 사연이 뭔지 몰라요?
몰라요. 감독님이 대본 보라고. 말씀 안 해주세요.

끝을 알고 시작하는 영화와 완전히 대비되겠네요. 같은 배우지만, 영화에 비중을 두는 배우와 드라마에 비중을 두는 배우는 다르죠. 영화배우는 굉장히 동떨어진 사람 같잖아요?
아직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해요. 한 장르만 고집하기보단 많은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그저 ‘연예인’으로 남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배우가 꿈이에요. 유명세도 인기도 바라지 않아요.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진짜 잘할 수 있었으면 해요.

하지만 우는 연기는 거기서 뭐가 더 있을까 싶을 만큼 잘하잖아요. 원래 잘 울어요?
아니요. 무뚝뚝해요. 경상도 출신이라.

비결은 없나요?
네. 근데 방법을 찾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만 할까 봐. 연기의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아요.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건 괜찮은데 일부러 찾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불안하진 않아요?
아직까지는 안 그래요. 나중에도 노하우가 안 생기면 불안할 것 같아요.

자신감이 있네요. 좋아요, 좋아.
자신감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 좀 가지려고 해요.

점점 더 바빠지고 있죠? 재작년보단 작년이, 작년보단 올해가.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빨리 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신기해요.

바쁘다는 건 자기 생활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해요.
아니요! 많은 분들이 꾸준히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감사하는데….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진 않아요?
한번쯤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그런데 졸업 이후에 가도 상관없어요.

일에 완전히 꽂혀 있는 건가요?
연기는 일이라기보다…. 너무 재밌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땐 힘들고 아픈지도 모르잖아요. 연기가 그래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요즘 뭐 갖고 싶은 거 없어요?
네, 없어요. 부모님은 하고 싶은 일이든 갖고 싶은 거든 최대한 들어주세요. 배우를 시작한 것도,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엄마 나 티비에 나갈래, 하는 간단한 말이었어요. 그걸 무시하지 않고 해보라고 도움을 주신 거예요. 너무 감사하죠.

부모님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아니요, 감사하단 말도 못했어요.

왜요?
제가 집안에서는 많이 무뚝뚝해요. 오글거리잖아요. 부모님이 오글거리는 말을 좋아하시지도 않고.

그럼 부모님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데요?
음, 밥 줘….

모든 옷은 권오수클래식.
모든 옷은 권오수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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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