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탄생

바운스, 헬로, 걷고 싶다, 충전이 필요해, 서툰 바람, 말해볼까, 널 만나면, 어느 날 귀로에서, 설렘, 그리운 것은. 들리면 어느새 따라 부르는 노래가 열 곡 늘었다. 그리고 조용필은 전혀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12월입니다. 새삼스럽게도 ‘마도요’는 여름에,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는 봄에, ‘추억 속의 재회’는 초여름에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어느 날 귀로에서’를 듣는 2013년의 겨울이네요. 혹시 오늘 어떤 음악을 듣고 계셨나요? 계절 따라 음악을 선택해서 듣는 편은 아닙니다.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빌보드 랭킹 상위권 음악들입니다. 물론 이삼 년 전 음악도 듣고요. 음악의 방향과 요즘 나오는 스타일을 연구하며 듣습니다.

19집에 수록된 ‘널 만나면’을 듣다가 ‘소년’을 느꼈습니다. 쇼케이스 기자회견 때는 이름 옆에 숫자로 나이 쓰지 말라고 농담삼아 하셨는데, 조용필에게 소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하하, 나이 쓰지 말아달라는 건 완전 농담이고요. 곡에 맞춰 어떤 스타일로 노래를 부를까 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판단이지요. ‘널 만나면’은 바이브레이션을 전부 빼고, 어렸을 때 부르던 동요를 바탕으로 부른 것입니다.

이번 앨범은 팝이었죠. 그게 참 반가웠습니다.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점점 무겁고 어두운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대는 변해도 음악은 그대로죠. 음악은 곧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팝과 록을 듣는 제 마음이 담긴 겁니다.

그런데 앨범보다 먼저 ‘바운스’가 공개되었을 땐 약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자칫 ‘어려 보이고 싶다’거나 ‘나도 젊은 사람들 취향의 음악을 해보겠다’거나, 뭔가를 표방하려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으니까요. 혹시 이 앨범을 만들면서 조용필을 모르는 세대에 대해 생각하신 게 있었나요? 어려서부터 팝과 록을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동경과 꿈을 키웠습니다. 어떤 음악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늘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을 부담스럽지 않게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단, 내 틀에서 벗어나보자. 그래서 외국 작곡가들 노래를 많이 받아 봤지요. 거기서 선택한 곡들을 연습해서 발표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조용필의 목소리가 여전히 그대로라는 점이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순전히 저만의 생각이지만, 나이가 들면 소리의 밝기가 떨어지게 마련이죠. 젊었을 때의 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했어요. 물론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겠지만요.

왕성하게 즐기시던 ‘대포’도 거의 안 하신다죠? 역시 소리 때문인가요? 네, 그런 이유가 많습니다. 무대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저의 의미니까요.

실은 기자회견 때 ‘대포 한잔’이라는 표현을 쓰셔서, 남 몰래 웃었습니다. 뜬금없이 이렇게도 묻습니다. 조용필은 옛날사람인가요? 물론이죠. 그렇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도 청소년과 똑같습니다. 아직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쿵쿵거립니다.

젊은 세대들도 조용필 노래에 가슴이 쿵쿵거린 한 해였습니다. ‘헬로’엔 랩이 들어가기도 했죠. 랩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나오는 읊조림을 랩과 연결짓는 게 가벼운 우스개로 통하기도 합니다만. 랩이 리듬을 타는 ‘토크 송’이라면,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나오는 건 뮤지컬 대사와 같은 ‘토크 송’이랄까요? ‘토크 송’이라는 건 같은데 분명 다른 식의 표현이죠.

봄에 앨범이 나왔는데, 지금은 겨울입니다. 아직 공연이 남았습니다만, 2013년을 스스로 어떻게 기록하시겠어요? 2013년은 제 인생에서 새로운 한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행운과 영광이 함께한 해였습니다.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또한 12월이 되면, 이제는 없는, 기억에만 있는, 장면이 있죠. 가수왕 트로피를 받고 꽃가루 휘날리는 무대에서 앙코르송을 부르는 조용필의 모습 말입니다. 네, 오래된 이야기를 항상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전혀 거짓없이 말씀드릴게요. 저는 음악을 되게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게 평생 팔자려니 운명이려니 사는 사람이거든요.” 19집 쇼케이스에서 조용필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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