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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와 입매

2013.12.31GQ

자동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렉서스 LS460 AWD]
렉서스 디자인 언어의 새로운 도전이 가장 두드러지는 두 가지 요소. ‘스핀들 그릴’이라는 이름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화살표 모양 LED를 심은 헤드램프다. ‘IS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기함 LS에는 좀 과하지 않을까?’ 렉서스를 부드러움과 정숙함으로 기억했던 사람들의 우려였다. 하지만 직선과 직선이 만나서 만든 선은 과연 날카롭고, 화살표 헤드램프와 스핀들 그릴이 주고받은 선의 흐름은 대화처럼 유기적이다. 실제로 봤을 때 느껴지는 웅장함의 정도가 인상적이다. 렉서스 본연의 침묵을 고수하면서도, 마음이 내킬 땐 아찔하게 달릴 수도 있는 새로운 성격을 제대로 형상화했다.

엔진 V8 4.6리터 가솔린
최고출력 362마력
최대토크 47.6kg.m
공인연비 리터당 7.8킬로미터
0->100km/h N/A
가격 1억 2천2백40만원

[재규어 F타입]
시동을 거는 순간 목이 움츠러들 정도로 으르렁대지만 눈빛은 이렇게 간명하다. 또렷한 동그라미, 단순해 보이는 내부 구조, 바깥쪽을 절반만 휘두르는 LED를 조합한 결과가 F타입의 지향성을 은근히 드러낸다. F타입을 운전할 때마다 느껴지는 자유분방, 운전자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종국에는 안심할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호방함, 시종 단정한 가운데 호시탐탐 일탈을 지향하는 여유까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각진 데가 없다. 그러니 어떤 인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야말로 호쾌한 크기…. 그 모양이 크게 웃는 입 같아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그 다채롭고 웅장한 배기음이 실은 F타입의 웃음소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엔진 V6 3.0리터 슈퍼차저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
공인연비 리터당 8.7킬로미터
0->100km/h 4.9초
가격 1억 2천만원

[아우디 A8L 4.2 TDI]
당대의 기술을 집약하고, 고급함과 품격을 동시에 지향했다. 헤드램프에 쓴 LED의 모양에서 위엄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아래쪽을 든든하게 받치면서 꺾여 올라가는 각도가 단호하다. 헤드램프와 더불어 이 차의 전면부를 아우르는 아우디의 전통, 싱글 프레임의 기세에도 같은 맥락의 힘이 있다. 자동차의 얼굴에서 줄 수 있는 모든 인상을 과감하게 포괄하고, 그 존재감을 과시할 줄도 안다. 5미터 30센티미터에 가까운 길이, 2미터에 가까운 폭, 무게는 2톤이 넘는데도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6초. 성능 제원을 알면서도, 운전석에서는 이 차를 과연 날렵하다고 생각한다. 명실상부한 아우디의 기함.

엔진 V8 4.2 디젤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81.6kg.m
공인연비 리터당 11.6킬로미터
0->100km/h 5.6초
가격 1억 5천9백30만 ~ 7천3백10만원

[BMW 420d 럭셔리]
BMW 헤드램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두 개의 동그라미를 ‘엔젤 아이’라 부른다. 양쪽, 네 개의 눈동자가 낮에나 밤에나 동그랗다. 뒤에서 따라오는 BMW를 백미러로 볼 땐 그 눈빛이 마냥 영롱하고 순수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천사의 눈일까? 하지만 운전석에서 돌변하는 성격을 체험하고 나서는, ‘천사야말로 잔혹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420d는 쿠페다. 달리는 맛과 밖에서 보이는 멋을 동시에 충족하는 차다. 420d의 앞에 서서 이 헤드램프의 시선을 따라가면 몇 미터 앞의 도로에 닿는다. 트랙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달리는 단거리 주자처럼 흔들림도 없다. 눈매의 끝, 그 아래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는 공기는 타이어 옆에 작게 뚫린 또 다른 구멍으로 나간다.

엔진 2.0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
공인연비 리터당 16.5킬로미터
0->100km/h 7.5초
가격 5천5백30만원

[미니 쿠퍼 JCW]
이 얼굴에는 장난끼와 고집, 전통과 기술, 고성능 모델에 한 단서까지 집약돼 있다. 위와 아래, 동그란 두 개의 드램프와 안개등은 바꿀 수 없는 미니의 얼굴이다. 장난끼와 귀여움도 여기서 나온다. 고집은 아래로 굳게 다문 입술 같은, 리디에이터 그릴의 몫이다. 그 아래에는 미니 쿠퍼 JCW에서만 볼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다. 역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공기를 원활하게 뒤로 흘리기 위한 요소다. 고성능 모델이라는 증거이자, 화끈하게 달릴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엔진 1.6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26.5kg.m
공인연비 리터당 11.6킬로미터
0->100km/h 6.7초
가격 4천5백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어시스턴트 / 강승균, 임범식, 박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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